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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 <上>오토프로그램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오토프로그램 퇴출 판정, 왜?

  • 안일범 기자 nant@kyunghyang.com
  • 입력 2008.12.2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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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밸런스 붕괴로 유저 이탈 초래 … ‘영업 방해’, ‘지적 재산권 침해’로 처벌 대상


[ 글 싣는 순서 ]
<上> 오토프로그램,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中> 오토프로그램, 어떻게 퍼지나?
<下> 오토프로그램, 단속 본격화, 뿌리 뽑는다.


지난 1일 정부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통해 오토 프로그램을 배포하는 행위를 ‘영업 방해’로 규정하고, 관련 처벌 규정을 마련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 법안은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관련 인사에 따르면 이는 정식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법안으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처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오토 프로그램’으로 연간 2천억원의 손해를 입고 있고 ‘유저들이 게임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
<경향게임스>는 3주간에 걸쳐 오토프로그램의 폐해를 철저히 파헤칠 예정이다.



최근 온라인 게임상에서 오토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유저가 급증하고 있다. 한 게임보안업체의 관계자에 따르면, 필터링(오토 유저들을 가리는 작업)이 실시될 때 마다 3천여 명 이상이 오토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하루 100명이 넘는 이들이 실제 오토프로그램 유저로 분류돼 계정이 압류된다. 이는 지난해 대비 20% 이상 증가한 수치로 갈수록 오토 사용자들은 증가하는 추세다. 문제는 이들 오토 프로그램 유저로 인해 게임을 떠나는 유저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E사가 지난 10월 자사의 게임을 그만두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전체 유저 중 30% 상당이 ‘오토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유저’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을 정도다. 특히 R게임, C게임 등 대다수의 인기 MMORPG의 신고 게시판에는 오토 프로그램으로 인한 피해를 알리는 유저들의 항의 글이 봇물을 이뤄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음을 대변하고 있다.


오토 프로그램이란?
오토(자동 사냥)프로그램은 마우스와 키보드를 특별히 조작할 필요 없이, 무인 상태에서도 사냥을 할 수 있는 불법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즉, 잠 잘 시간이나, 회사 및 학교에 갈 시간 동안에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과 유사한 성과를 얻는 프로그램이다. 이에 따라 오토프로그램 유저는 정상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에 비해 빠른 속도로 경험치와 게임 머니를 확보하게 된다.



▲ 자동 사냥 기계의 한종류

[게임 밸런스 붕괴 ‘초래’]

이처럼 유저들이 이탈하거나 항의하는 이유에 대해 게임사들은 밸런스의 붕괴가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게임사들의 분석에 따르면, 오토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유저들은 일반 게임 유저들 보다 경험치와 게임머니를 획득하는 양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5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인 유저를 기준으로 평균 플레이 시간은 평균 3~4시간. 하드코어 유저라 할지라도 하루 평균 10시간 게임을 플레이한다. 그러나 오토 유저들은 서버 부팅이나 자신의 컴퓨터에 이상이 없는 한 24시간 동안 사냥이 가능해, 일반 유저들에 비해 빠른 사냥속도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밸런스의 붕괴는 유저들의 불만으로 직결된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일반적인 국내 게임 유저들은 타 유저보다 빠른 속도로 레벨업을 진행하면서, 최고 레벨에 도달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는다. 이 과정에서 타 유저가 오토 프로그램을 통해 손쉽게 레벨을 올리면, 자신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인상을 받는다. 따라서 게임을 플레이 하는 의미가 퇴색되며, 갈수록 유저의 충성도가 하락한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 결과 최근 오토 프로그램으로 인한 유저 이탈이 지속되는 것이다.



▲ 미국의 한 유저가 “4개 컴퓨터로 오토프로그램을 돌린다”며 자신의 시스템을 공개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오토 프로그램 유저들의 유입으로 게임상의 시세가 변화된다는 보고도 있다. 오토 프로그램을 활용해 게임 머니를 과다 취득한 유저가, 게임상의 아이템들을 비싼 값으로 사들이면서 게임상의 시세가 변하는 식이다. 곧, 베테랑 유저라 할지라도 3일을 플레이해야 얻을 수 있는 게임머니를 단 하루만에 벌기 때문에, 획득하기 쉬운 아이템조차 고가에 거래된다는 설명이다. 즉 초보 유저들은 아이템을 획득할 기회조차 쉽게 얻을 수 없고, 결국 초보 유저들이 게임에 적응하기도 전에 떠나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변화도 있다. 오토 프로그램으로 사냥하는 유저들은 게임을 즐기면서 상호 커뮤니케이션하도록 설계돼 있는 일반 게임들의 설정을 무시한다. 이에 따라 유저간의 기본적인 약속을 무시한 채 사냥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일례로 혼자서 몬스터가 다수 등장하는 사냥터를 독점한다거나, 유저들이 공격하고 있는 몬스터를 뺏어가는 등 일반적인 유저들의 게임 플레이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보통 이러한 상황에서는 상호간의 대화를 통해 오해를 푼다거나, 싸움으로 번지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다. 그러나 오토 프로그램 유저와는 대화자체가 불가능해 피해를 입는 유저들은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것이 축적되면 유저 이탈과 직결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 실제 오토프로그램을 돌리는 장면, 특정 포럼에서는 이러한 이미지를 활용해 오토프로그램을 잘 쓰는 방법을 강의 하기도 한다


[B2B(기업간 거래)에서도 치명적]
B2B입장에서도 오토 프로그램은 게임 산업을 좀먹고 있다. 일례로 중소게임 개발 A회사는 해외 업체 B사로부터 보안 과정에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로열티를 일부만 지급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경험이 있다. A사는 끊임없는 제재를 통해 갖은 수단을 동원했으나, 깨진 독에 물을 붓는 형국이었다. 연이어 난립하는 업체들을 완벽히 찾아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따라서 이로 인한 피해액이 수 억원에 달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 업체와 계약을 통해 보안 솔루션을 강화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업체의 관계자는 “애꿎은 오토 프로그램 덕에 큰 손해를 보게 된 셈”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와 함께 게임 회사의 저작권 침해 사항도 최근 대두되고 있는 이슈 중 하나.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토 프로그램은 개발 과정에서 게임사의 프로그램을 참고해 제작된다. 유저와 서버간의 통신을 담당하는 데이터인 패킷을 분석해야 오토 프로그램이 동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토 제작자들은 게임 개발사와의 허락을 얻어야만 개발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들 프로그램은 대부분 오토프로그램 제작사의 독단으로 개발된다. 따라서, 기업들이 정당한 저작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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