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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리셔 외면 속 ‘기술력만이 살 길’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0.09.1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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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 이전 및 디테일한 서포팅 요구 … 사업적 아이디어 확실한 개발사만이 생존 가능


일 년에도 수십 개 신생 개발사들이 게임 한 번 못 내보고 쓰러지고 있다. 갈수록 퍼블리셔들의 요구치는 높아만 가고, 해외 수입이나 아예 자체 개발하는 상황이 대두되면서, 신생 개발사들은 조금씩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과거 게임 하나만 잘 만들면 상장을 노릴 수 있다던 시절은 오간데 없고, 이제 퍼블리싱은 ‘로또 맞기’ 보다 더 어려운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굳건히 게임을 퍼블리싱하는가 하면, 해외 시장에서도 러브콜을 받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비밀은 무엇일까.


“더 이상 나올 게임이 없다”
퍼블리싱 담당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고개를 가로 젓는다. 이제는 일부 ‘화려한’게임들을 대상으로 파워게임을 벌이면서 현금 박치기를 하는 것이 최근의 퍼블리싱 추세다. 때문에 퍼블리셔들도, 담당자들도 위기의식이 팽배해져있다. 덕분에 최근 퍼블리싱 담당자들은 새로운 게임을 찾는 역할 보다는 해당 담당자들과 친분을 쌓아 계약금을 다운시키기 위한 역할이 더 크게 변해가고 있다. 모두 신사업기획팀이나 전략기획팀에게 자금줄을 쥐어주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라는 오더가 떨어지고 있다. 5대 N사들과 같은 대형 회사들은 물론, 중견 업체들 역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금 그들이 돈을 들고 찾아다니는 회사는 단연코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들이다.



[희소성이 곧 투자 가치]
신사업기획팀들의 역할은 해당 기술들의 가치를 분석해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제는 게임을 퍼블리싱할 때, ‘새로운 기술력’이나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투자를 하는 분위기다. 게임은 실패할 수 있지만, 적어도 수업료를 통해 뭔가를 얻을 수 있는 게임들을 가져가기 위해 투자하겠다는 것이 기본 마인드다. 이 과정에서 주로 특정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을 M&A하거나, 기술에 대한 특허를 구매하고, 게임은 부가적으로 가져오는 경우가 현재 퍼블리싱 시장의 트렌드다. 대신 기본 퍼블리싱 및 기술 투자에 대한 금액이 10억원 이상 수준에서 논의 되고 있다.


이를 가장 크게 결정짓는 요인은 바로 희소성. 특히 최근 사회의 트렌드에 부합하는 기술력을 보유하는 것이 투자의 핵심요소다. 일례로 벤처캐피탈을 비롯한 투자사들은 올해 초순부터 SNG개발 회사들을 대상으로 투자 및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판권 뿐만 아니라 해외 판권을 동시에 보유하고, 나아가 핵심 개발 소스를 확보하면서 새로운 게임들을 만들어내기 위한 움직임이다.


한 회사에 투자를 한 다음, 이미 투자한 다른 회사와 연계하면서 4~5종의 게임을 기본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그들의 아이디어다.



▲  최근 투자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SNG‘굿게임파머’


S투자사의 게임 담당 투자관은 “해외에서 현재 SNS시장이 크게 움직이고 있어 핵심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회사들이 여러 작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며 “대부분 비즈니스로는 준비가 되지 않은 회사들이어서 이들에게 사업의 기회를 열어 주고 판권, 추가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휴대형 게임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게임파크홀딩스는 정부의 지원을 추가로 받아 게임 기기를 개발 및 수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04년 게임파크홀딩스를 설립, GP시리즈를 바탕으로 100만불 수출을 달성하는 등 국내 시장의 대표적인 게임기기 개발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NDS열풍과 아이폰 등 소형기기들이 급부상하면서 국내에서는 유일한 ‘대항마’로 낙점됐다.


2008년 게임산업진흥정책에 의거, 콘솔기기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방침이 제시되면서 그 수혜를 톡톡히 받고 있는 업체이기도 하다.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지난 8월 신형 게임기기 ‘카누(CAANOO)’를 정식 발매, 세계적인 게임기기 제작사로 도약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게임파크홀딩스의 카누는 일명 명텐도로 불리며 이슈화에 성공했다


[제반 비용 낮추기 위한 기술력도 투자 대상]
최근 게임사들의 공통적인 관심사는 제반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게임 개발 비용을 감소시키거나, 서버 비용을 하락시키는 것도 큰 관심사다. 특히 게임 개발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으로 게임 엔진을 개발 및 도입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지난 2004년부터 내부 개발 및 도입을 거듭했던 게임엔진들이 비교적 낙후돼 있는 상황에서 최적화된 새로운 게임 엔진을 확보하기 위한 니즈가 커지고 있는 것. 반면 현재 신생 개발사들은 대부분 오우거 엔진과 같은 오픈 엔진을 사용해 게임을 개발하고 있어, 비즈니스 연계 대상이 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안정적이며 최신 기술 탑재를 끝낸 핵심 엔진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형개발사들이 투자 대상 및 비즈니스 대상에 속한다.


제로딘게임즈는 순수 국산 기술로 작성된 엔진을 개발 및 판매하는 국내 개발사다. 지난 2009년 8부터 상용화를 진행한 제로딘 엔진은 현재 20여개 개발사들이 도입 및 운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인 대규모 전투에 초점을 맞추고, 수십명이 한 필드 내에서 전쟁을 치룰 수 있도록 제작된 점이 엔진의 강점이다. 여기에 최신 그래픽 기술들을 대부분 지원함에도 불구하고, 요구되는 최소 사양이 낮아 짭짤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 제로딘엔진은 속도와 안정성 면에서 극찬을 받아 국산 상용 엔진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유니티코리아도 최근 다변화된 플랫폼을 선보이는 유니티엔진을 국내에 수입, 저렴한 가격에 엔진을 배포하고 있어 급부상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들은 웹게임, 아이폰·아이팟 터치 게임 등 플랫폼과 관계없이 적용할 수 있는 범용성이 인정받아 최근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유망기업에 선정된 데 이어, 최고의 게임엔진 TOP 5에 들면서 엔진의 성능도 인정받는 분위기다. 사실상 유명 엔진이 부족했던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 새로운 시도를 한 점이 그들의 성공을 가능케 했다.


이 외에 최근 R-CDN이라는 신형 기술을 통해 클라이언트 다운로드 비용을 대폭 감소시키고 있는 한국네트워크기술원이나, 글로벌 결제수단인 ‘아이핀’을 도입하면서 세계 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는 ‘다날’역시 고정비 하락의 대명사로 손꼽히고 있다.



▲ 웹게임, 클라이언트 게임 등 다변화된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는 게임엔진 유니티


[비즈니스 고려해 게임 개발해야]
이제 신생개발사는 게임 하나만 개발해서는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0억원 이상 규모를 투자한 대작 MMORPG가 아니라면 퍼블리셔들의 낙점을 받기가 힘든 수준이며, 그나마 살아남는 기업들은 글로벌 게임 퍼블리싱으로 판권을 타 사에게 준 형태다. 그 외적으로 생존하는 기업들은 내부 R&D를 거쳐 게임에 필요한 핵심 기술들을 개발 및 판매하는 형태로 기업을 운영해 나가고 있다. 게임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의 R&D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외부에서 기술력을 구하는 형태로 운영하고자 하는 마인드가 이와 같은 형태의 비즈니스를 가속화 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게임전문가는 “덩치가 큰 대기업들이 R&D가 가능한 인력들을 모집하려면 엄청난 금액과 설비를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쉽게 움직이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며 “리스크를 외부에 돌리는 대신 그 비용으로 일괄 구매하는 형태의 비즈니스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들은 아직 SNS운영관련 툴이나, SNS 게임 내 광고, 웹게임 운영툴 등을 명확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분야 니즈가 강한 편”이라며 “게임을 개발할 때 (퍼블리싱을) 목표로 하는 회사들의 내부적인 단점이나 개선책을 포함시킨 게임들을 개발해야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로벌 외환 위기로 불어닥친 돈맥경화에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항상 발빠른 비즈니스에 대한 마인드가 신생 기업들을 살아남게 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이제는 게임 개발만으로 살아남는 시대는 지났다. 한 발 앞서 퍼블리셔들과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대안을 개발사가 제시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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