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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주 저평가로 산업 발전도 적신호

  • 안희찬 기자 chani71@kyunghyang.com
  • 입력 2008.02.2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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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게임주에 비해 국내선 저평가...타 산업과 비교해도 턱없이 낮게 평가 적대적 M&A 등 부작용...엔씨 주가 부양이 게임주 상승계기 될 것


게임주들이 맥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출렁이고 있는 가운데 게임주들은 더욱 힘없이 주저앉고 있는 것이다.
타 산업에 비해 높은 수익률과 채산성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주들은 다른 주식들보다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이같은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게임주가 저평가 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어느 산업보다 안정적 매출과 수익률을 자랑하지만 시장에서 이것이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장기화 됐을 때다. 게임산업에 치명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이같은 상황은 국내 상장을 포기하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업체가 생길 정도로 영향을 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게임주가 주식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07년 6월,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서 게임관련 주식에 상당한 자금을 투자한 최모씨는 최근 죽고 싶은 심정이다.
투자했던 주식은 6개월 만에 반 토막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좀처럼 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씨는 무엇보다 왜 그렇게 자신의 주식이 반토막까지 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신이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꼼꼼하게 조사하고 투자했는데도 불구하고 반토막이 난 탓이다.
최 씨는 “일반 투자가가 볼 때도 게임주의 저평가는 이해가 가질 않는다”면서 “상황이 이렇다면 어떤식으로든 게임주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저평가 ‘왜’
그렇다면 게임주는 왜 저평가를 받고 있는 것일까.
게임주가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이유는 해외 업체 및 국내 업체와의 상대평가에 따른 결과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게임관련 상장 업체들은 해외 게임관련 상장 업체들에 비해 PER(주가이익배수)이 낮게 평가받고 있다.
2008년 증권사들이 예상하는 엔씨소프트의 PER은 14.5배로 중국 샨다인터렉티브(20배) 일본 게임팟(15.1배)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게임주들이 얼마나 홀대 받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작년 엔씨소프트와 SK에너지의 실적을 비교했을 때에도 그 게임주 저평가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2007년 엔씨소프트 순이익은 450억원으로 SK에너지 293억원에 비해 월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2월 15일 기준) 한 주당 가격은 엔씨소프트가 3만9천원과 SK에너지 12만3천원에 비해 3배나 낮게 거래 되고 있다.



이 같은 저평가 이유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선도 업체들의 실적저조와 게임출시 연기 등 불안한 일정을 꼽는다. 메이저 업체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대작들의 잇따른 연기는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키워 투자를 위축시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게임산업의 특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즉, 게임콘텐츠의 특성상 다른 제조업과 다르게 창의성을 바탕으로 제품이 개발되는 만큼 시기를 조율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회사가 만족할만한 수준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수없이 연기를 하는 경우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업체 한 관계자는 “우선 게임산업의 특성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제품이 출시됐을 때 완성도와 그 회사의 개발력을 보고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말했다.  
여기에 ‘바다이야기’ 후폭풍 등은 아직까지도 게임주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한다.
산업의 불안정성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게임 관련 정책이 산업 진흥에 초점이 맞춰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규제의 목소리가 높다.


산업 발전에 발목
이 같은 게임주식의 저평가는 국내 게임산업 전반에 걸쳐 악재가 되고 있다.
특히 후발 게임업체들의 성장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투자 등을 위축시켜 산업이 발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어려워진다. 이렇게 될 경우 신규 인력 수급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악순환 구조가 게임주의 저평가로 인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게임과 관련된 창업투자 회사들은 대규모 자본이 투자되는 지분 투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상태다.
바이넥스트창투 박재민 부장은 “게임업체들의 코스닥 진출이 활발해지고 실적호조를 보여야지 창투들이 게임산업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며 “게임주들의 하루빨리 활성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적대적 M&A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최근 국내 온라인게임을 대표하는 웹젠이 적대적 M&A에 노출되는 등 주식 저평가에 따른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결국 이 같은 난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대장주들의 주식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아이온’과 같은 대작들의 성공은 저평가된 게임주를 살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게임주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전환도 급선무다. 이를 위해 게임업계뿐 아니라 게임투자자들도 한탕주의보다 지속적인 투자를 원칙으로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여기에 대장주들이 실타래를 풀고 이어 유입되는 자금으로 신생 개발사들이 퀄리티 높은 타이틀을 개발해서 다시 시장에 출시하는 선순환구조가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상반기가 분수령
이처럼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올해 게임산업의 전망은 밝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가 게임산업에 대해 적극적인 애정을 표현하고 있어 정책적 뒷받침도 가능할 것으로 보여 어느때보다 빠른 성장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때문에 게임전문 애널리스트들은 상반기를 기점으로 게임주들이 반등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엔씨소프트의 경우에는 ‘아이온’이 오픈베타를 하는 시점인 2분기부터 주가 상승이 시작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사옥건립을 위해 투자했던 부동산이 20%(약 70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내며 자금보유력이 생긴 만큼 게임을 성공시키기 위한 자본력도 보유했다는 점도 엔씨소프트의 주가 상승을 이끄는 요소다.
게임업계 우량주인 엔씨소프트가 오를 경우 타 게임들도 동반 상승하는 만큼 2분기부터 게임주가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체 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아이온’을 오픈베타 하는 시점부터 상승할 것으로 보여 타 게임주들의 동반상승이 예상된다”며 “이 때를 기점으로 게임주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게임주 저평가로 상장 준비 어려움


예비심사 통과 후 인식 변화 한 몫…해결책 마련위해 다양한 민·관 노력 절실



게임주의 저평가가 지속되면서 올해 IPO(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는 업체들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연말 코스닥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제이씨엔터테인먼트를 비롯, 올해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는 드래곤플라이, 엠게임 등이 최근 게임주가 저평가됨에 따라 시장분석을 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이씨엔터테인먼트는 올해 2분기내에 상장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제이씨 한 관계자는 “4월 말 이후 업계 실적이 마감되는 시장 상황에 따라 적정 공모가가 책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제이씨는 이 시기에 맞춰 매출 증대 및 콘텐츠 다양화를 위한 준비 작업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제이씨는 상반기에만 자사 게임 출시와 동시에 해외 진출을 적극 진행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제이씨는 2분기내에 상장을 추진 계획과 별도로 내심 불안해 하고 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한국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는데다 게임주의 경우 다른 산업에 비해 저평가 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회사 IPO 추진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게임주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이 많이 완화됐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시장흐름이 이를 받쳐줄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제이씨만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올 상반기 중에 IPO를 통과할 것으로 보이는 드래곤플라이와 엠게임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워낙 안 좋은 상황에서 어떻게 돌파구를 찾아야 할지 대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드래곤플라이 한 관계자는 “상장이 된다 해도 최근 주식 시장 불황 탓에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이들 회사가 이처럼 고민에 빠져있지만 더 큰 문제는 실질적인 해결책이 아직 없다는데 있다.



전문가들은 게임주의 저평가가 단순히 매출과 영업이익률 등 주가평가의 기본적인 항목등과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회사의 가치를 제대로 주식시장에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업계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로드맵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 전문가는 “게임인식 제고 사업과 함께 회사의 이미지 재 칭출, 게임 규제의 완화를 통한 투자 활성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게임주에 대한 재평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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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 발전 위해 제대로 된 평가 필요


게임 주식 저평가에 대해서 업계 측은 어떻게 끌고나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머리를 싸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매년 최고 매출액을 갱신하면서 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는 상장 업체의 경우 주주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대해서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2007년 괄목한 성장을 일궈낸 CJ인터넷 IR팀의 한 관계자는 “눈에 띄는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식평가가 좋지 않아 주주들의 불만이 많다”며 “대장주들의 침묵이 그저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게임업체 관계자들은 게임주식에 대한 인식자체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투자자들이 산업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이벤트성 주식으로 단기이익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체관계자들은 변화가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기본적인 인식변화와 함께 수반돼야할 과제로 선도 업체들의 게임주식 시장에서 살아나야한다는 것이 업계 측의 중론이다.
특히 엔씨소프트의 주식이 대장주로 게임관련 주들을 대표하기 때문에 반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대부분의 주식들이 대장주의 변화 따라서 당일 등락폭이 결정된다”며 “게임업체의 맏형인 엔씨소프트가 살아나야 타 국내 게임주들도 동반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성의 목소리도 높았다.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고 경쟁이 치열한다고 해도 그 동안 대작 게임들의 참패로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잃었다는 부분에 대해서 공감했다. 국내 게임시장에서 연간 최소한 2개 이상의 눈에 띄는 타이틀이 나와야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최경진 수석연구원은 “게임업체는 결국 게임으로 유저들에게 평가 받아야 한다”며 “좋은 실적과 시장에서 인정 받는 게임을 출시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현 기자 AA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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