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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연가] 프레디도 게이머에게는 …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08.06.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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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웨스 크레이븐 감독은 ‘나이트메어’라는 호러 무비로 영화사(史)에 큰 획을 긋는다. 현실 세계가 아닌 꿈이라는 가상 공간에 희대의 살인마 ‘프레디’를 등장시켜 관객들에게 일찍이 느껴본 적 없는 이상한 공포스러움을 전했다.


현실에선 숨거나 달아날 수 있지만 꿈 속에 나타난 초인적 살인마 앞에선 도무지 피할 방법이 없었다. 그로부터 26년이 흐른 2010년, 호러 무비로는 달인의 경지에 이른 나이트메어의 9번째 시리즈가 최근 개봉됐다.


영화의 설정은 전작과 동일한 꿈 속의 무시무시한 공포다. 친구들은 중절모를 쓴 기분 나쁜 사나이에게 괴롭힘 당하는 꿈을 꾼다. 결국 친구들이 하나 둘 죽어 나가자 남은 이들은 잠에 빠져 꿈을 꾸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며칠을 채 버티지 못하고 잠에 빠져든다. 의식은 있지만 뇌의 일부가 잠에 빠져버리는 마이크로 수면 상태가 되는 것이다.


영화 나이트메어의 스토리이긴 하지만, 사람들은 악몽에 시달리다가 깨어나면 자신의 꿈을 마음대로 조종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아직은 명확한 검증이 된 것은 아니지만, 캐나다 그랜트머큐원 대학의 심리학자 제인 가켄바흐 교수는 “게이머는 보통 사람에 비해, 자신의 꿈을 콘트롤 하는 능력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을 내놓고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게이머들은 거의 매일 몇시간씩 게임을 즐기고 있기 때문에, 꿈을 콘트롤할 수 있는 연습을 이미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 내의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고 대응하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를 꿈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전부터 명석몽(Lucid Dream :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의식해 이를 제어하는 꿈)에 관해 연구해 온 가켄바흐 교수는 게임 내에서의 가상 체험이 명석몽과 흡사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실제로 명석몽을 자주 꾸는 사람과 게이머는 공간 인지 능력이 높고, 어지러움에 강하며 집중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해내기도 했다.


또 일반인과 게이머가 꾸는 꿈을 비교 분석한 결과, 게임을 자주 플레이하는 사람이 명석몽을 자주 꾸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게이머는 꿈 속에서 자신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치가 높다는 것과 이에 따라 제 3자의 입장에서 자신을 보는 것뿐 아니라, 1인칭과 3인칭으로 시점을 빈번하게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악몽을 꿨을 때도 게이머는 회피하기 보다는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연구 결과도 밝혀졌다고 한다.


게임 플레이가 악몽을 이겨낼 수 있는 수단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가켄바흐 교수는 게임을 이용해 전쟁의 괴로운 기억에 시달리는 퇴역군인들의 심리적 트라우마를 해결하는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또 폭력 묘사가 강한 게임과 꿈 속에서의 공격성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조사중이다. 


게임은 그동안 득(得)보다는 해(害)가 된다는 연구가 많았던 탓인지 악몽을 이겨내는 데 효과적이란 주장에 매우 솔깃해지는 게 사실이다. 앞으로도 더욱 긍정적인 시각으로 게임을 바라보는 연구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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