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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연가] 10년간의 고민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0.07.0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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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6월 6일, 세상에 빛을 보았다. 그때 태어난 아기는 이미 26살의 청년으로 성장해 있다. 그 청년의 아버지도 이 게임을 즐겼고, 청년도 이 게임을 하며 자랐다.


단순해 보이지만, 그 오묘한 끌림과 반복되는 사운드는 사람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게임은 지금까지 등장한 모든 게임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단골손님이었고, 휴대폰, PDA 등의 IT기기에서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대중적이었다. 


북미의 어느 유명 게임미디어는 ‘지금까지 나온 최고의 게임 100선’ 중 이 게임을 당당히 1위로 꼽기도 했다. 다양한 플랫폼으로 7억개 이상 팔렸고, 휴대폰 다운로드도 10억회가 넘었다.


이쯤 되면, 이 게임이 테트리스라는 걸 눈치 챘을 것이다. 이 퍼즐게임을 처음 만든 사람은 익히 알려진 대로 러시아 출신 엔지니어 알렉세이 파지노프(Alexey Pazhitnov)다.


이제껏 유명한 게임들은 시대의 조류를 타고 더 큰 수익 창출을 위해 네트웍 버전을 내놓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테트리스는 라이센스를 받은 일부 회사에서 개발된 멀티플레이 버전을 제외하곤 원작자의 이름을 걸고 나온 타이틀은 아직 없다.


알렉세이 파지노프가 너무 연로한 탓일까? 아니면, 네트웍 게임으로 개발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걸까? 이런 궁금증이 가마수트라의 인터뷰를 통해 시원하게 풀렸다. 


알렉세이 파지노프는 자신이 직접 설립한 판권 관리회사 ‘더 테트리스 컴퍼니’에서 다른 게임개발사들이 라이센스를 따서 개발하는 타이틀을 관리 체크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미 10년 이상, 테트리스의 멀티플레이 버전을 기획하고 있지만 아직 완성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고뇌를 밝혔다. 


멀티플레이용 테트리스 개발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테트리스만의 독특한 게임성 때문인 듯하다. 게임의 난이도가 점점 높아짐에 따라 플레이어들도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데 치중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굳이 대전 상대의 플레이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되는 경향이 높은 것이다.


그렇다고 게임의 난이도를 낮추면,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김치처럼 싱거울 게 뻔하고, 현재 상태로 높은 난이도의 테트리스라면 진정한 의미에서 멀티플레이를 할 마음의 여유가 없어져 버린다. 때문에 상대의 플레이를 주시하면서 대전 상황을 분석하고, 수시로 전략을 바꿀 수 없는 분위기가 된다고 파지노프 씨는 말하고 있다.


기존의 멀티플레이 방식을 도입한 타사의 테트리스 게임은 블록을 연속으로 많이 지우거나 하면 상대방에게 방해 블록을 보내, 공격한다. 파지노프 씨는 이런 방식에 대해 동의하고 있지 않은 모양이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멀티플레이는 플레이어가 상대방의 플레이를 지켜보면서, 어느정도 레벨에 오르는지, 현재의 플레이 상황 등을 고려해 가면서 경쟁하는 것이다. 멀티플레이 게임의 가장 핵심적인 즐거움을 그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파지노프 씨의 테트리스 멀티플레이 버전은 오랫동안 고민한 만큼, 현재 원활하게 개발이 진척되고 있는 듯하다. 개발 스케줄에 쫓기지 않고 여유를 가진 자유로운 발상을 통해 테트리스의 또 다른 재미를 창조해 가고 있는 것이다.


퍼즐게임의 바이블로 불리는 테트리스의 새로운 멀티플레이 버전이 기대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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