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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연가] 인생은 게임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0.07.2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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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과거의 게임들은 엔딩을 보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거대하고 강력한 몬스터를 쓰러뜨려라, 난관을 헤치고 공주를 구출하라는 등의 주문에 따라 게이머는 오로지 그 목적 달성을 위해 밤을 꼬박 새웠다. 단순한 방식의 테트리스마저도 무수히 떨어져 내려오는 막대기를 맞춰서 최대한 시간을 끌며 높은 점수를 얻는 것만이 중요했다.
 
동전을 쌓아놓고 몰두했던 오락실 게임에서도 성공적인 플레이는 오로지 점수로만 판가름됐다. ‘얼마나 동전을 많이 집어넣었나, 게임 도중에 기막힌 파워업 아이템을 얻었나, 숨겨진 방을 발견했나’라는 것은 무의미했다.


그러나 게임은 어느 틈엔가 승리하거나 높은 점수를 얻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놀이가 돼 버린 느낌이다.


해외의 어느 게이머는 ‘마리오가 2010년에 만들어졌다면’이라는 명제를 최근 들고 나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쿠파를 쓰러뜨리고 공주를 구하라’는 단순한 미션으로는 요즘 게이머들에게 충분한 플레이 동기를 유발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처럼, 단순했던 게임 세상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어찌보면 온라인게임이 등장하고서부터 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으면 게임에 있어서 조그마한 퀘스트를 주고 보상을 해주면, 게이머들이 지속적으로 플레이할 것이라는 개발자들의 예측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게이머들은 별 것도 아닌 작은 보상을 받기 위해 “앞으로 5분만 더”를 되뇌이며 결국 몇시간이고 게임을 지속하게 된다.


이런 퀘스트 달성 중심의 트렌드는 최근 현실 세계에까지 파급되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의 한 게임전문가는 “우리들의 일상생활의 모든 행동이 어떠한 게임이 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아침 일찍 일어나면 10포인트를 주고, 1주일간 매일 아침 운동을 하면 추가 보너스 포인트를 부여한다. 목욕이나 등산, TV에서 음료수 광고를 보고, 그것을 5일간 매일 마시면 100포인트, 이런 식으로 우리 생활의 모든 것들이 게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세상은 인간을 성실하고 규칙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낙관적 평가와 더불어, 그런 세상에서 인간은, 어떤 행동을 하는 목적을 ‘포인트를 얻기 위해’라는 매우 살풍경한 비관론도 함께 언급된다. 


게이머들이 보상을 받기 위해, 작은 퀘스트 완수에 연연해하다보면 결국 게임에 있어서의 진정한 최종 목표는 잊어버리게 된다. 현실 생활에서의 보상도 인생의 중요한 목표를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 우려가 있다.


퀘스트를 완수해 보상을 받는다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에게 올바른 습관을 갖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는 있다. 현실 세계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보상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은 기업이나 어떠한 조직이 적합할 것이다. 그러나 실적에 울고 웃는 기업의 입장에서 시시콜콜, 모든 것에 보상을 줄 수는 없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의욕과 동기 유발을 일으킬 수는 있겠지만, 과연 그것이 그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최선의 목표와 부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게임은 수십년간 사용자들의 구미에 맞게 진화해오고 있다. 작은 퀘스트의 부여는 분명 게이머들을 보다 더 빠져들게 하는 장치인 것은 분명하다. 


이를 인생에 대입해보면,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자신의 커다란 목표는 잊은 채, 하루하루 현실에 휩쓸리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각박한 삶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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