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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연가] 잡스보다 10년 앞서 간 …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0.08.1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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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을 쓰다보면, 가끔은 그 편의성과 기발함에 마음 속으로 탄성을 지르게 되는 때가 있다. 애플이라는 회사와 그들의 리더 스티브잡스의 아이디어에 대해서 말이다.
필자에게는 함께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요코이 군페이(橫井軍平)다.


그는 스티브잡스보다 10년은 앞서 있던 인물이라 생각된다. 그 이유는 1999년 반다이가 발매한 휴대 게임기 ‘원더스완’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폰을 옆으로 돌려도 화면이 그대로 유지되는 발상은 원더스완이 이미 10여년 전 채택했던 방식이다. 또 아이폰의 풍부한 어플리케이션 콘텐츠를 있게 한 앱스토어와 같은 개념도 요코이는 이미 10여년 전에 구상하고 있던 것. 콘테스트를 통해서 아마추어 개발자들의 좋은 작품을 상품화하자는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요코이 군페이’라는 인물에 관해 요즘의 게이머라면 그 존재를 잘 알지 못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닌텐도의 오늘을 있게 한 숨은 공신은 ‘이와타사토루’ 사장이나 마리오의 아버지 ‘미야모토 시게루’ 전무가 아닌 바로 그 사람이라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세계적인 히트 상품 닌텐도DS의 할아버지격인 ‘게임&워치’나 ‘게임보이’ 등의 휴대 게임기 아이디어는 전부 요코이의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진화하는 닌텐도의 중심에서 드러나지 않게 활약해온 요코이는 확고한 개발 철학을 가진 인물이었다. 첨단 기술이 반드시 우수한 게임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게 그의 주된 논리다. 그저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보통의 기술을 전혀 다른 목적으로 활용한다면, 새로운 무언가가 만들어진다는 ‘시들어버린 기술의 수평적 사고’라는 논리다.
 
시들어버린 기술은 이미 널리 사용되어 결점이 보완된 기술을 의미하는데, 이를 활용하면 개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 수평적 사고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용 방법을 고안해내는 것을 말한다.


그의 철학에 따르면, 게임 개발에는 반드시 하이테크놀로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비용이 많이 드는 하이테크는 오히려 게임 개발에 방해 요인이 될 때가 더 많다고 생전의 그는 항상 주창했다.


‘시들어버린 기술(=충분히 검증된 기술)의 수평적 사고(=발상의 전환)’를 쉽게 설명하면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기술을 이용해 이를 전혀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면 의외의 히트 상품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가 개발한 울트라핸드는 조금 멀리 놓여있는 물건을 집어보겠다는 단순한 발상에서 비롯됐다. 기존에 존재하던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기껏해야 1미터 남짓한 곳에 놓여있는 물건을 잡아드는 장난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런 발상은 알고 나면 쉬워 보이지만, 누구나 쉽게 생각해내긴 어렵다. 


또 하나 재밌는 것은 ‘러브 테스터’라는 기기이다. 이것은 남자와 여자가 손을 쥐어 서로의 애정도를 측정하는 장난감이었다. 요코이가 러브 테스터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남자 아이들이 여자 친구의 손을 잡아보고자 하는 욕구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그 발상이 참 유쾌하다.  

시들어버린 기술의 수평적 사고는 게임 기획에 고심하고 있는 우리 개발자들에게 어쩌면 새로운 신천지를 보여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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