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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와 게임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1.06.0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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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개럿은 미국 콜로라도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다. 그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 오드월드(Oddworld: Abe’s Exoddus)를 단 한번도 죽지 않고 클리어한다. 이 게임은 국내에선 ‘이상한 나라의 에이브’란 타이틀로 발매된 적이 있다.


이 게임은 횡스크롤이지만, 실력 깨나 있다는 게이머라도 그리 간단하게 엔딩을 볼 수는 없는 난이도를 자랑한다. 물론 시간을 꽤 투자하면 클리어할 수도 있는 게임이긴 하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테리 개럿이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맹인이란 점이다.


그는 5살 때 왼쪽 눈의 시력을 잃고, 5년 후 오른쪽 눈의 시력마저 완전히 잃었다고 한다. 집 밖에 나가서 노는 것도 수월치 않았던 테리는 언제나 오드월드를 플레이하던 형의 옆에 앉아 게임에서 흘러나오는 대사를 흥미롭게 듣곤 했다.


테리는 횡스크롤이란 방식이 어떤 콘셉트인지 캐릭터는 어떻게 조작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이해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오드월드에 관심을 갖는 테리에게 그의 형은 여러번 되풀이해 설명을 해줬다. 게임에서 들려오는 효과음과 배경음악이 들려오는 타이밍, 캐릭터의 발소리 등을 차근차근 숙지하면서 테리는 조금씩 게임을 플레이해 가기 시작했다.


게임 속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나 폭발음, 그리고 흙과 초원에서는 땅을 밟는 소리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장소를 파악해갔다. 오로지 청각에만 의존하며 게임을 플레이하던 테리는 오드월드에 점점 빠져들었다. 몇 개월이 지나 결국 테리는 오드월드를 완벽하게 클리어하는 수준에 도달했고, 그의 이야기를 알게 된 게이머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줬다.


미국의 맹인 게이머 테리 개럿에 못지 않은 감동을 주는 사람이 또 있다. 영국에 사는 가레츠150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청년은 올해초 현지의 유명 PC게임 팬사이트에 게시물을 올렸다. 그는 ‘데드스페이스2’를 구입해 게임을 설치했는데, 아무리 옵션을 조정해도 마우스 버튼만으로는 캐릭터를 전진시킬 수 없다며, 이 방식을 아는 사람을 애타게 찾았다.


사실 PC용 액션게임은 마우스와 키보드를 함께 사용해서 플레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다른 게이머들은 가레츠150을 정신 나간 사람 취급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목 아래 부분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밝히고, 자신이 턱으로 게임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그의 영상을 본 게이머들은 서명 사이트를 만들고 데드스페이스2를 개발한 ‘비서럴게임즈’에 마우스 조작만으로 게임을 할 수 있는 패치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1주일 만에 2만 5천 명에 달하는 게이머들이 서명을 하자, 개발사의 책임자는 “장애를 가진 게이머들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다음 패치에 적용하겠다”고 답변했다.


장애와 비장애인의 구분이 없는 평등한 곳이 바로 게임 공간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도 보다 손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앞으로는 더욱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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