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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진흙탕 싸움에 소비자만 ‘골탕’

  • 이복현
  • 입력 2004.01.2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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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들은 하나같이 ‘소비자 편익’을 강조하고 있지만 불법· 편법·과당경쟁만 있을 뿐 정작 서비스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통신위원회 등 정부에서도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여전히 가입자 확보에 혈안인 일선 영업현장에서는 불법· 편법 행위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통신사들은 소비자의 ‘통화장애’에 대해 아직까지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않는 등 사실상 책임만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는 형편이다.

SK텔레콤측은 “우리만의 잘못이 아니다”며 “번호이동관리센터에서 에러가 났기 때문이다”고 변명했다. KTF와 LG텔레콤측도 “어느 특정사업자에 의해 소비자가 피해를 봤다”며 “정통부 협의하에 서비스를 일시 중지하고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 개선될지는 의문이다. ||SK텔레콤은 ‘통화품질실명제’라는 이름으로 ‘SK텔레콤 네트워크’라는 안내문구를 소비자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내보내 원성을 사고있다. SK텔레콤 가입자들은 전화를 걸때마다, 다른 사업자 고객들은 SK텔레콤 가입자에게 전화를 할 때마다 이 안내를 들어야 했다. 또 일부 고객들 중에는 SK텔레콤으로부터 “사실상 휴대폰 회사를 옮기지 말아달라는 요청전화를 받고 있다”며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KTF와 LG텔레콤 등 후발 이통사들은 ‘홍보성 통화연결음 안내는 위법’이라며 통신위원회에 조사를 요구했다. 소비자들과 시민단체에서도 SK텔레콤측의 처사에 대해 항의시위를 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SK텔레콤은 잠정 중단하고 보완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형태의 통화품질실명제를 시행할 방침이어서 불씨를 여전히 안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고객들의 오해와 혼란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KTF와 LG텔레콤이 SK텔레콤을 통신위원회에 고발하자 SK텔레콤은 지난 9일 “LG텔레콤이 비방광고를 내보내고 있다”며 LG텔레콤을 상대로 광고행위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지법에 냈다. 3사 이동통신사들의 신경전은 끝을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LG텔레콤부터 시작해 지금은 KTF, SK텔레콤 등 모든 사업자들이 시행하고 있는 ‘약정할인제’를 둘러싼 논란도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문제는 상호비방전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피해는 여전히 소비자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약정할인제 자체는 35%∼40%로 과장된 할인율 광고일 뿐만 아니라 월사용량이 4만원 미만의 고객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어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있다. 또 약정할인제는 ‘공짜단말기’와 관련해 편법광고 및 단말기 불법대여가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사실상 영업현장에서는 단말기 보조금 지급이 이뤄지고 있는 등 문제가 커지자 통신위측에서는 적발시 영업정지를 내린다는 방침이다.

각 이동통신사측은 “자사가 관리하는 전속대리점에는 감시단과 약정할인과 더불어 핸드폰 구입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이통사들은 ‘시장감시단’ 등을 통해 대리점 불법 영업행위에 나서는 등 과당경쟁에 대한 눈치를 보였지만 일선 영업현장과는 달랐다.

정작 일선영업현장에서는 ‘가입자 유치’라는 생존에 본사 차원의 움직임조차 시쿤둥한 반응이었다. 노원구의 한 대리점에서는 “본사에서야 물론 공정경쟁을 강조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은 그마나 나은 편이다. KTF의 한 지방 대리점에서는 ‘공짜 현수막’을 통해 ‘010’으로 번호변경을 신청한 가입자들을 신규가입자로 유도했다. 일부 SK텔레콤 대리점에서도 가개통을 통해 가입자 유치용 장려금을 확보, 단말기 보조금 형태로 지급하고 있었다. LG텔레콤 대리점 역시 공짜 단말기 광고 뿐만 아니라 010 전환신청자들에게 무료 전화번호 안내가 어렵다는 허위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각 이동통신사측은 “사실상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했다. 이동형 통신위원회 사무국장은 “시정 요구를 듣지 않고 과열경쟁을 지속할 경우, 보다 강력한 제재조치를 준비중”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가입자’ 확보에 혈안인 이통사들은 정작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는 부문에 대해서 외면하고 있는 형편이다. 번호이동성제도는 1년 정도 준비한 사항이었음에도 각 통신사들은 자사의 ‘매출악화측면’을 앞세워 마일리지 승계 등을 외면했다. 소비자들은 “가입할 때는 마치 마일리지 등 각종 혜택을 앞세우더니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한다”며 “화장실 들어가기 전과 후가 너무 다른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SK텔레콤측은 이 문제에 대해 “정통부와 작년에 했던 얘기로 현재 협의 중”이라며 “일정기간 마일리지가 보존을 검토하는 등 다른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KTF측은 “SKT와 정통부에 마일리지 승계되는 부문에 대해 요청을 했었지만 사업자 논리가 받아들여졌다”고 말했고 LG텔레콤측은 “협의가 쉽지 않고 결론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정동민(28)씨는 “번호이동성제도는 결국 핸드폰을 새로 구입하고 마일리지 등도 승계되지 않는 등 소비자를 위한 편의가 적다”며 “이통사들만을 위한 정책같다”고 말했다.||현재 번호이동성제를 통해 번호를 변경한 사람은 10만명이 넘었다. KTF가 약 6만명, LG텔레콤이 약 4만명 선. 향후 65만명∼100만명 정도가 ‘010’으로 바꿀 것으로 예상되면서 핸드폰이 처리 문제도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통신사측에서는 임대폰, 수출 등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자원낭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편 서울YMCA 등 소비자단체에서는 “지난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이동전화 번호이동성제도가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기는커녕 혼란과 불편을 부추기는 반소비자적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며 “사업자들은 상호비방전이나 광고전에 앞서 품질과 가격으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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