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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콘솔게임족 ‘이정헌’] “日本에서 온라인 게임은 아직 시기 상조죠”

  • 김수연
  • 입력 2004.10.1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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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헌 군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 간 동포 1.5세다. 그가 기억하고 있는 한국은 처음 한국을 떠나 온 96년의 모습이다.

게임문화도 마찬가지. 8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온라인게임 강국으로 급부상했고 일본으로 들어오는 한국의 온라인게임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 군 역시 콘솔게임을 선호하는 일본인들처럼 한국의 온라인게임 열풍을 이해하지 못한다.

지난 8년 동안 콘솔게임에 더 익숙해져 온라인게임 매니아들을 ‘오타쿠(일본어로 ‘집’을 뜻하는 말로 단순히 매니아를 넘어 폐쇄적이고 전문적인 집단을 일컫는 말)로 생각하고 있다. 한국인이면서도 지극히 일본인스러운 이 군의 게임에 관한 철학을 들어봤다.

“한국 사람들이 이해가 안돼요. 왜 굳이 PC로 인터넷게임을 즐기는지...”
이정헌(20) 군은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일본으로 건너온 이민 1.5세다. 아버지 이기진(47) 씨가 모 은행 도쿄지점으로 발령을 받았으나 귀국발령 후 사표를 내고 일본에서의 이민 생활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정헌 군이 한국에 있을 때만해도 인터넷게임이란 건 없었다. 아버지께서 사주신 마리오 팩게임이 고작. 이마저도 정헌 군보다 아버지 이 씨가 더 많이 게임을 했다. “밤을 꼬박 새며 게임을 하시고 아침에 곧장 출근하신 적도 있으셨어요.”

정헌 군이 게임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 건 일본에서 시뮬레이션게임을 접하면서부터다. 콘솔게임인 ‘제독의 결단’과 ‘노부나가의 야망’이 그것. ‘제독의 결단’은 제2차 세계대전인 태평양전쟁을 배경으로 한 전략게임이며, ‘노부나가의 야망’은 일본의 봉건제도시대를 배경으로 전쟁상황을 묘사한 게임이다.

이후, 한국 친구들에게 선물로 받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나 ‘엠파이어스’ 등을 접했다. 심시티 시리즈나 최근 즐기는 ‘라이지 오브 네이션즈’ 등도 정헌 군이 좋아하는 게임이다.

“너무 오랜 시간을 게임을 하는데 소비하진 않지만 하루 1시간 정도는 즐거운 마음으로 플레이합니다. 일본에서는 정상적인 사람은 컴퓨터로 게임을 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해요.”

때문에 컴퓨터게임, 특히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매니아들을 ‘오타쿠’로 칭할 정도다.

“주변에도 매달 쿠폰을 사서 ‘라그나로크’를 하는 친구가 있어 저도 한국의 온라인게임을 접해본 적이 있는데 ‘라그나로크’나 ‘리니지’ 등의 게임은 단순노동이라고 생각해요. 나만의 게임을 즐기고 싶은데 수많은 사람들이 말을 걸어와 나의 게임을 방해합니다. 일본에서는 온라인게임의 강한 커뮤니티 성격에 오히려 반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요.”

채팅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일본인들이 ‘온라인게임=채팅’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밖에 또 다른 문제점들도 있다. 게임보이의 경우 게임기와 게임팩을 구입할 때 1만 5천엔이 들고 플레이스테이션 역시 비싸봤자 3~4만엔 수준. 일본에서는 근래 2~3년 전부터 PC게임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30만엔에 달하는 PC를 구입하기란 쉽지 않은 일. 인터넷 보급률이 저조하다보니 매달 5~6천엔 정도의 고속 인터넷 사용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해 일반 서민들이 접하기엔 무리가 따랐다.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게임타이틀이 콘솔과 PC게임 버전으로 출시되지만 PC용 타이틀 판매량은 크게 떨어진다. 하물며 게임 타이틀만 구입하면 반영구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콘솔게임을 두고 굳이 매달 쿠폰을 구입해 사용하는 온라인게임을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일본의 게임 유저들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이다.

“앞으로 일본에서도 콘솔게임을 제치고 컴퓨터게임, 혹은 온라인게임이 흥행하게 될 날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죠.”

정헌 군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일본으로 건너왔을 땐 수업시간 내내 한국 만화책을 펼쳐놓았을 정도로 현지 적응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게이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법학도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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