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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알바 최병인] ‘알바생’이 바라본 PC방 천태만상

  • 김수연
  • 입력 2004.10.0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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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휴학 중인 최병인(22) 씨는 새벽 12시부터 오전 8시까지 뚝섬역 근처 사이버리아 PC방에서 알바(아르바이트) 중이다. 시립대 근처 PC방에서 일하다가 뚝섬역 부근으로 이사를 오면서 이곳에서 알바를 시작한지 꼬박 1달 정도가 지났다.

최 씨는 새벽 5시경 손님이 뜸한 시간에 청소를 마치고 하루 매상을 마감한다. 보람찬 PC방 알바를 마무리하고 나면 집에서 잠시 잠을 청한 뒤 오후 4시부터 밤 11시까지 호프집 알바를 뛴다. 하루 15시간을 일하며 번 돈은 그의 5학기 등록금이다. 곧 복학해서 의대로 편입할 예정인 그의 꿈은 신경외과 전문의가 되는 것이다.

“이 곳에서 일한 지 1달밖에 되진 않지만 휴학한 뒤 1년 6개월 간의 PC방 알바시절을 되돌아보면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많았죠.”

PC방 알바 경력 1년 6개월. 하루 8시간 PC방 알바를 하고 있는 최 씨를 만나 PC방에서 벌어지는 웃지 못 할 경험담을 들어봤다. 어떤 손님들은 PC방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PC방 한 켠에 한 평 남짓한 쪽방에서 잠시 눈을 붙여가며 밤새도록 게임을 즐기는 PC방 폐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어떤 손님은 막무가내로 요금을 깎아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각 종 상품권을 들이밀며 계산을 요구하기도 한다. 거하게 술에 취해 새벽녘에 잠을 청하러 들르는 이들도 부기지수.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그나마 양반(?) 축에 속한다. 더 황당한 사건들을 정리해 보았다.

잠깐! 아래 내용은 일부 몰지각한 손님들의 행태를 담은 것이며 매너 있게 게임을 즐기고 돌아가시는 손님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 두시길….

||■ 아이템 갖고 튀어라!
‘리니지’ 길드원들의 아지트에 낯선 타 길드원 5명이 방문했다. 같은 게임을 즐긴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금새 친해졌다. 좋은 장비가 있으면 서로 빌려주는 사이로까지 발전했다.

그러나 8일 만에 타 길드원들의 본색이 드러났다. PC방 길드원들이 식사하러 나간 사이 8일 동안 염탐하며 알아낸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아이템을 몽땅 훔쳐 튀어버린 것이다. 엔씨소프트에 의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업체에서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원망의 화살은 알바생인 최 씨에게로 날아들었다. “아이템 훔쳐 달아나는 녀석들 안 지키고 뭐했냐?”

■ 취객들의 무풍지대!
간간이 만취한 손님들이 PC방을 찾는다. 한창 게임을 즐기는가 싶더니 갑자기 ‘쿵’하는 소리가 들린다. 부리나케 달려가 보았더니 어느 취객이 앉아있던 의자와 함께 그대로 뒤로 쓰러진 것. 불안해하는 손님들을 진정시키고 취객을 깨워보지만 요지부동. 몸을 흔들고 물을 붓고 따귀를 때려보아도 반응이 없다.

하는 수 없이 경찰을 불렀다. 비몽사몽간에 깨어난 취객은 경찰을 불렀다는 이유로 최 씨에게 앙갚음을 하는데…. “영수증 내놔! 사업장에서는 영수증을 발급해야하는 거야! 내일 당장 세무서에 가서 세금 빼돌린다고 신고한다?!” 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리며 밤새 소란을 피웠다.

■ 실시간 야동 연출기
“손님, 여기는 성인 PC방이 아닙니다!” 새벽녘에 이 곳을 성인 PC방으로 오인하고 방문하는 40대 손님들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PC방 윗 층이 다름 아닌 여관. 구석 후미진 자리를 잡고 야동을 관람하는 것까지야 뭐라고 할 순 없지만 스피커 볼륨을 키우고 이상야릇한(상상에 맡김) 행위를 일삼는 등 민망함의 극치를 달린다.

뭔가 제재를 가하려하면 “내가 뭘 어쨌게? 네가 봤냐?”며 되레 큰소리를 친다. 간혹 멀쩡한 대낮에 교복 입은 커플이 등장, 인터넷을 떠도는 몰카 야동을 연출할 때도 있다. 이럴 땐 따끔하게 혼을 내고 내 쫓기도 한다. “PC방에서는 컴퓨터랑만 즐깁시다!”

■ 자판기를 털어라!
“단골손님에게 배신당한 황당한 그 심정 아세요?” 평소 아주 친한 척(?) 하던 단골손님. 매일 출근도장을 찍으며 스스럼없이 대화를 걸어오는 그 손님에게 가끔은 시원한 음료수를 서비스해 주기도 했다.

어느 날, 최 씨가 화장실 청소를 마치고 카운터로 돌아와 보니 세상에 이럴 수가…. 그 단골 손님이 자판기를 털어 달아난 것이다. 돈 통을 통째로 가져가는 것도 모자라 음료수도 재고 하나 없이 다 털어 갔다. 간혹 많은 양을 뽑을 때 자판기를 열어 음료수를 꺼내곤 했는데 이를 눈치챈 손님이 최 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범행을 저지른 것. 손실액 28만원을 최 씨가 몽땅 물어냈다.

■ 컴퓨터를 지켜라!
최 씨가 앉아있는 프론트에는 좌석별로 시간 및 요금을 나타내는 모니터와 화면이 9개로 분할된 CCTV 모니터가 마련되어 있다. CCTV에 저장된 자료는 일주일 간 보관된다. PC 본체의 나사를 풀어 램이나 그래픽카드를 훔쳐 가는 손님들이 많아 설치한 것. 그러나 사람의 형체만 보일 정도로 각각의 화면들이 너무 작다는 게 문제.

최 씨는 틈나는 대로 드라이버를 들고 다니며 나사들을 꽉꽉 조이고 다니지만 작정하고 절도행각을 벌이는 손님들에게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러나 이 또한 알바생의 책임이다. 도난 사고가 많은 달에는 석 달치 월급을 몽땅 날리기도 했다.

■ 돈 안내고 줄행랑
새벽 시간대를 조심하라! 요금 계산도 하지 않고 슬그머니 달아나는 비양심적인 손님들이 많기 때문. “전에 있던 PC방은 선불카드제였기 때문에 돈 안내고 달아나는 손님은 없었는데 여긴 후불제라 좀 심각한 수준이죠.” 때문에 고안해낸 방법이 바로 중간 정산제다.

이 곳은 요금이 1만원이 되면 중간정산을 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단골이 아닐 경우 중간 정산제는 필수! “잠깐만 한눈 팔다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사태가 벌어지죠. 밤새 알바하랴 월급 지켜내랴 무지 바쁘답니다.” 최 씨가 오기 전에는 알바생이 단골손님의 아이템과 금고를 털어 달아난 사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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