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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면 말고] 게임업계 노총각들의 모임

  • 김수연
  • 입력 2004.01.2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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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시대와 발맞춰 나가는 IT의 주역 게임업체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게임업계에 혼기를 꽉 채운 노총각들이 많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은 아닐까? 퇴근 시간을 칼같이 맞춰본 지가 언제였던가. 일 때문에 바빠 연애도 제대로 못하겠다는 게임업계 노총각 홍보맨들을 만났다.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 이들은 즉석으로 모임 명까지 만들었다. 모임명은 ‘안되면 말고’다. 예명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낮지밤섹’이다. ‘낮에는 지고지순, 밤에는 섹시’한 그런 여자를 찾고 있다는 ‘안되면 말고’ 모임의 능구렁이 같은 총각들의 바람을 담은 이름이다.

황금 같은 일요일 저녁. 게임업계 대표 (노)총각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평소 같으면 하루 종일 TV를 켜놓고 방콕하고 있을 시간이다. 밀린 잠을 보충하거나 혹은 게임을 하거나… 모처럼 만의 일요일 외출. 서명근(35, SR코리아) 씨가 말문을 열었다.

“우와~ 일요일에도 길거리엔 이렇게 사람들이 많구나! 일요일에 밖에 나와 본 적이 언제였지?” 헌데 총각 무리 속에 결혼 2년 차인 임자 있는 분도 자리를 함께 했다. 바로, ‘안되면 말고’의 고문이신 「액토즈 소프트」의 배성곤(37) 실장이다.

배 실장은 “수많은 총각을 제치고 내가 결혼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들어 총각들을 자극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이 밖에 장형순(34, 테크비지니스랜드), 정승철(34, 조이맥스), 장목환(32, 볼트소프트) 씨가 ‘안되면 말고’ 클럽 모임에 함께 자리했다.

“(장)재영이(35, 써니 YNK) 형이랑 (윤)용화(CCR) 형이 빠졌네요.” 홍대 입구에서 지글거리며 익어 가는 삼겹살과 소주잔을 돌려가며 (노)총각들의 저녁식사는 물이 올랐다. ||▶ 서명근
“나의 인연도 어디선가 나를 만날 준비를 하고 있겠죠?” 2% 부족해 아직 애인이 없다는 그는 술 먹을 시간, 작업할 시간이 없어 2년 반이 넘도록 솔로라며 넋두리한다. 다년간의 경험 끝에 터득한 이상형은 자기 세계가 있는 여자다. 남자에게 의지하기보다 독립적인 여자가 그의 이상형이다.

▶ 장형순
“6년 사귄 여자친구와 흐지부지 끝나고 2년 가까이 솔로랍니다!” 2남 중 장남인 그는 작년 10월에 남동생이 먼저 장가를 갔다. “식장에서 부모님과 함께 하객을 맞는데 친척분들이 모두 제가 장가가는 줄 아시더군요. 민망했습니다.” 주변에서 소개팅 시켜 준다는 사람들은 많은데 아직 실속은 없다고.

▶ 정승철
“동생의 여자친구를 제가 소개시켜줬는데 올 가을에 결혼을 한다는군요.” 그는 2남 3녀 중 장남이다. 두 명의 누나와 여동생은 이미 출가했고 남동생은 올 가을 결혼을 앞두고 있다. “혼기를 놓치고 나니 자기 자신을 방어하려는 의식이 강해져 자존심만 높아지는 것 같아요.” 그는 5년 간 솔로다.

▶ 장목환
“4살 차이 남동생과 결혼할 여자와 한 집에 살고 있습니다.” 동생 커플을 보면 시시때때로 결혼을 하고 싶어진다. 똥차 때문에 결혼을 미뤄 온 동생은 ‘딱 1년만 더 기다려 준다’고 선언했다. ‘지리산 산장지기’가 꿈인 그는 손을 꼭 잡고 함께 산을 오르내릴 수 있는 여자가 이상형이다. ||우선 ‘노(老)총각’이라는 표현에 대해 이들은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 결혼을 안한 것이지 결코 못한 게 아니라는 말. 이들이 아직까지 결혼을 못한, 혹은 안한 진짜이유가 궁금해진다.

+ 결혼을 하면 과연 행복할까?
정승철 씨는 ‘결혼은 구속이며 미친 짓’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주변에 결혼한 부부들을 봐도 결혼이 꼭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죠.” 이에 장목환 씨도 한 마디 거들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은 합니다. 우리 회사 직원들도 와이프 흉보느라 바쁘더군요.”

결혼 2년 차 선배인 고문 배성곤 씨가 나섰다. “그건 절대 아니다. 결혼도 안 해본 니들이 뭘 알어! 일단 한번 해보면 안다.” 아직 때가 아니라며 급할 것 없다고 입을 모으던 솔로들. 기분 좋을 정도로 취기가 오르자 그제 서야 속내를 털어놓는다. “장가가고 싶어요! 여자 좀 소개시켜 주세요!”

+ 연상은 어때? 돈 많으면 OK?
‘돈 많고 명 짧은 여자’가 최고의 신부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흘러나왔다. “사실 난 나이 어린 여자들이 좋던데요. 띠 동갑도 좋구요.(장형순)” “아닙니다. 친구가 9살 연하와 사귀는데 불쌍해서 못 봐 주겠던데요. 하루 10번 이상 전화해 줘야하고 그 나이에 최신 댄스곡을 외우느라 고생 꽤나 하던데요(장목환)” “제 생각도 그래요. ‘해바라기’ 여자는 피곤한 법. 나와 적당히 비슷한 수준의 여자가 편하죠(서명근)” 나이 어린 여자친구=피곤한 스타일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 총각들의 공통된 이상형?
“우리 클럽 예명처럼 낮에는 지고지순하고 밤에는 섹시한 여자. 그런 여자가 1등 신부감 아닌가요?” 기본은 참하고 지고지순하며 키는 적당하고 밤에는 섹시해 질 줄 아는 여자. 무릎 위까지 오는 주름스커트를 찰랑거리며 걷는 여자 등등 구체적인 조건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게임업체에 종사하는 이들의 공통 바람은 하나. “지나치게 의존도가 높은 여자는 사절, 자기 일을 갖고 있으며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이해해주며 게임을 좋아하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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