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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패미리] 밥 안먹고는 살아도 게임 없인 못살아!

  • 김수연
  • 입력 2004.01.1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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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저녁식사를 마치면 묵묵히 TV를 시청하는 일이 고작이었는데 요즘은 온가족이 함께 작전을 구상하고 게임에 대해 토론을 하는 등 ‘게임’이라는 공통 주제가 있어 가족들간의 대화의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부산 해운대에 사는 김용운(43, 은술랑)♥전순옥(43, 은설향) 동갑내기 부부 슬하에는 아들 경식(18, 일도)과 정곤(11, 매직마술)이 있다. 집에는 컴퓨터가 두 대 뿐. 두 아들에게 컴퓨터를 빼앗기면 부부는 슬그머니 동네 게임방으로 향한다.

하지만 결국 이들 4식구는 온라인게임 ‘천상비’ 내 ‘풍운록’ 서버에서 만나게 된다. 부모님의 접속여부를 확인하고 곧장 위치 파악에 들어간 두 아들은 동네 게임방을 뒤져 부모님을 찾아내고야 만다.

자동차부품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는 김 씨는 게임에 심취한 막내아들을 나무라다가 ‘도대체 어떤 게임이길래’ 라는 궁금증으로 ‘천상비’를 시작했다. 이어 온라인게임 ‘천년’ 매니아였던 큰아들과 어머니 전 씨도 합류했다. 이로써 ‘천상비 가족’이 탄생한 것이다.

김 씨는 “큰아들 때문에 ‘천년’이나 ‘리니지’ 등을 접해보긴 했었는데 도통 어려워서 배울 엄두가 안 났었다”며 “‘천상비’는 게임도 쉽고 방파원들 간의 협력도가 높아 배우는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노력하는 만큼 아이템의 획득이 쉬운 것도 ‘천상비’의 장점이라고.

두 아들의 게임 종료 시간은 밤 11시. 이튿날 학교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이후 시간에는 굳이 게임방으로 가지 않고도 컴퓨터는 부부차지가 된다.

||“낮에는 집사람이 은전을 모아주고 퇴근 후 밤에는 제가 그 돈(은전)으로 게임을 합니다.” 부창부수 이성훈(31)♥김경남(34) 부부는 혈검승천서버에서 ‘지원정빈’ 캐릭터를 함께 키운다. 캐릭터 명은 딸 지원(6)과 아들 정빈(3)의 이름.

이 씨는 2002년 월드컵이 끝났을 무렵 7일간의 무료계정을 체험한 이후 ‘천상비’에 심취했다. 아내 김 씨는 밥도 안 먹고 잠도 안자고 게임만 하는 이 씨가 못마땅했다. 결국 이 씨는 아내까지 게임에 끌어들이기로 결심, 일부러 게임화면을 자주 접하도록 하고 자세히 설명을 덧붙여 아내의 관심을 유도했다.

김 씨는 게임 내 채팅시스템에 흥미를 느꼈고 이후 부부가 함께 게임을 즐기게 됐다. 낮에는 아내가 밤에는 남편이 캐릭터를 키워나가게 된 것. 이 씨는 출근해서도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게임 진행이나 능력치를 체크한다. 이런 남편을 위해 아내는 열심히 은전을 모은다고.

김 씨는 “큰아이는 유치원에 가고 작은 아이는 책보며 혼자 놀기를 좋아해 어려움 없이 게임을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절대 집안 일을 미루거나 소홀히 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들 부부는 사내커플로 만나 올해로 결혼 7주년을 맞이했다.

“아내가 세 살 연상인데 오히려 저한테는 예우를 깍듯이 해주고 내조도 잘 합니다. 이렇게 아내와 함께 게임을 즐기다보니깐 서로 트러블 생길 일이 없어요.”

이들 부부는 게임 캐릭터를 각자 키울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다 게임을 플레이하면 자칫 두 아이에게 소홀해질까봐 캐릭터 하나에만 충실하기로 했다고.

||“인천에서 비행기타고 오늘 도착했습니다. 새해도 됐고 ‘천상비’ 신년행사에서 같이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과도 만나볼 겸 왔습니다.” 인천 남동구에 사시는 박형진(39, 일지매)♥이환미(37, 천하일동) 부부는 장남 영민(13, 도화 신조), 딸 영지(10)와 함께 1일 오전 비행기로 부산에 도착했다.

박 씨 가족은 해운대 바닷가에서 연도 날리며 오랜만의 가족들과 뜻깊은 신년을 맞이했다. 인천에서도 늘 보는 바다지만 해운대 바다 전경은 또 다른 맛. 박 씨는 전기공사 일을 한다. 일손이 바쁠 땐 아내 이 씨도 거들지만 이처럼 쉬는 날 없이 바삐 생활하다보니 가족들과 여행을 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이들 가족이 유일하게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은 바로 ‘천상비’. 평소 ‘디아블로’나 ‘스톤에이지’ 등을 즐기던 박 씨가 ‘천상비’에 빠져든 건 지난 2000년. 거실에 컴퓨터 3대를 세팅해 놓고 아내와 초등학생 아들까지 ‘천상비’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이들 가족은 최근 절대종사에서 종횡천하로 서버를 옮겨 활동 중이다. 자신만 쏙 빼 놓는다고 심술이 난 막내 딸 영지에게도 곧 캐릭터를 만들어 줄 계획.

박 씨는 “게임을 시작하면서 술도 끊고 집에도 일찍일찍 귀가하니 가족들이 좋아한다”며 “단점이라면 게임을 즐기면서부터 가족 나들이가 줄었다는 것. 그래서 오늘 여행이 더 뜻깊다”고 말했다.

유난히 말이 없고 과묵한 가족이지만 게임 내에서는 활약상이 대단한 가족이다. 아내 이 씨의 2004 새해 소망은 “‘천상비’가 매너 좋은 게이머들로만 가득하고 우리 가족이 건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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