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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게임만화가 최태섭

  • 김수연 기자 jagiya@kyunghyang.com
  • 입력 2005.01.3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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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게임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정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만화가 최태섭(34) 씨는 국내 최초로 온라인게임 ‘포트리스’를 주제로 만화를 그려낸 장본인이다. 당시 만화나 소설을 게임의 소재로 삼은 사례들은 많았으나 게임을 만화로 만든 건 최씨가 처음이었다. 만화가 장태산 씨의 문하생이었던 최씨는 난생 처음으로 온라인게임이라는 걸 접했다. 바로 CCR의 ‘포트리스’다.

‘포트리스’의 캐릭터에 매료되어 만화로의 재 탄생을 시도, 최씨의 만화 ‘포트리스’는 만화잡지에 연재되고 단행본으로 총 8권이 출간되어 높은 인기를 끌었다. 최씨는 현재 리젠소프트의 엽기발랄 캐쥬얼게임 ‘건앤드릴(Gun&Drill)’로 만화 작업 중이며 ‘RF온라인’ 사이트에 ‘만화로 보는 RF’를 연재 중이다. 부천의 원미구청 내 만화지원센터에 있는 최씨의 작업실을 찾았다.

“내가 유명한 만화가도 아니고 책으로 나올지 잡지에 연재될지 장담은 못하지만 ‘포트리스’를 꼭 만화로 재 탄생시키고 싶습니다.” ‘포트리스의 캐릭터에 매료된 최씨가 CCR의 윤석호 사장을 만나 던진 말이다. “무대포로 덤벼들었는데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단번에 OK해 주시더군요. CCR 측의 호의적인 반응에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최씨는 만화가 등단을 위해 신선하고 새로운 접근 방식을 선택한 것. CCR로부터 1년 간 제작비지원(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조건)을 약속 받아‘포트리스’ 만화 제작에 들어갔다. 그러나 만화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컴퓨터게임으로 만화 시장이 큰 타격을 받았는데 어떻게 만화작가가 게임으로 만화할 생각을 다하느냐는 것.

최씨는 출판사를 찾아다니며 설득에 나섰지만 온라인게임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시절이라 출판사 측을 이해시키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몇 일을 설득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선뜻 만화를 연재해 준다는 곳은 없었다. “도대체 이런 캐릭터로 어떻게 만화 창작이 가능하냐? 메카닉은 국내 정서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연재를 약속 받고 출판사 측이 원하는 대로 수정한 후 연재 2회분을 들고 찾아갔는데 도저히 안되겠다며 거절한 곳도 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만화 ‘포트리스’는 모 만화잡지에 연재됐으나 잡지가 폐간되면서 6회분에서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다행히 온라인게임 ‘포트리스’의 가능성을 인식한 출판사가 단행본으로 출판했다. 반응은 가히 놀라웠다. “팬 사인회를 개최한 적이 있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대단했어요. 제 생애 그렇게 영웅대접 받을 날이 또 있을지 모를 정도로 엄청 났었죠.”

게임 ‘포트리스’가 엄청난 인기를 얻으면서 만화 역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최씨는 98년(기획)부터 2003년까지 총 8권의 만화 ‘포트리스’를 내놓았다. 최씨는 ‘포트리스’를 ‘둘리’를 능가하는, 오래도록 기억되는 게임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게 꿈이었다. 그러나 ‘포트리스’ 애니메이션과 만화 제작관련 사업이 일본으로 넘어가 중도에 하차하고 말았다.

“최근에는 게임에 대한 인식은 많이 나아졌지만 출판계가 힘든 실정이라 새로운 게임을 만화로 만들기 보다 이미 뜬 게임을 만화로 제작하려고만 합니다.” 만화를 출간하더라도 2천부 이상 찍지 않는다는 등의 계약조건이 내 걸리기 일쑤. 하지만 최씨는 풍족한 삶을 살지 못하더라도 게임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게임 유저들에게 색다른 느낌을 전달해 주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 그림뿐만 아니라 스토리작업까지 직접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게임 내에서 캐릭터는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만화에서는 인간적이고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게임을 만화로 혹은 만화를 게임으로 만들기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만화와 게임이 동시에 개발되고 출간되어 함께 성장하는 시장이 형성되었으면 하는 게 최씨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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