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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필자 최종윤·송현주] 9년차 베테랑 필자 부부가 사는 법

  • 김수연 기자 jagiya@kyunghyang.com
  • 입력 2005.03.1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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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부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10년이라는 시간을 게임과 함께 동고동락해 온 부부가 있다. 올해로 결혼 5년 차를 맞는 최종윤(34)·송현주(30) 부부가 그 주인공. 이들 부부를 만나러 야심한 시각에 홍제동에 있는 살림집을 방문했다. 해가 중천에 뜨면 그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나 직장으로 출근을 하는 특이한(?) 부부.

퇴근 후 밤늦게 나란히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는 부부는 새벽 4~5시가 되어서야 침대 위에 몸을 누이는데… 게임 필자 9년 경력 베테랑 필자부부의 하루는 이렇게 지나간다.

이들 부부의 직업은 게임필자이자, 개발자이자, 대학강사다. 어떤 일이 주업이고 어떤 일이 부업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가장 오래도록 손에서 놓지 않았던 일이 바로 글쓰는 일이다.

최씨는 95년도에 PC통신 동호회활동으로 알게된 친구 소개로 게임잡지의 필자 생활을 시작했다. 한달 후 송씨 또한 최씨를 따라 필자의 길로 들어섰다. “소프트맥스 ‘창세기전’ 모니터 1기로 활동하면서 알게 됐는데 그때부터 신랑에게 필이 꽂혔죠.”

아내인 송씨가 3년 넘게 도끼질을 해댄 결과, 5년 전인 1999년에 결혼에 골인했다. 이들 부부는 만남에서 결혼에 이르기까지 또 부부로 살을 맞대고 사는 지금까지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찰떡부부다.

“게임을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처음엔 ‘내 국어 실력이 이 정도밖에 안되나’ 싶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맞춤법, 띄어쓰기는 고사하고 문맥이 매끄럽지 못해 편집장에게 엄청 깨지기도 했어요.”

최근에는 게임관련 정보들이 다양한 매체의 유형을 띠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정통적이고 딱딱한 형식의 글을 원했다. 그만큼 게임기자는 물론 필자의 프라이드도 상당히 강했던 시절이다. 게임 필자가 많지 않았고 잡지사 형편이 좋을 때라 보수도 꽤 후했다.

송씨는 필자 생활만으로 월 42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잡지뿐만 아니라 공략본을 펴내 버는 수입도 꽤 짭짤했다. 송씨가 지금까지 펴낸 공력본은 총13권. 혼자서 혹은 남편과 함께 펴낸 것들이다. “아내는 글 쓰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편이라 늘 저보다 수입이 많았어요. 어쩔 땐 철인이다 싶을 정도로 써댔거든요.” 그렇게 해서 벌어들인 수입은 게임개발비로 고스란히 들어갔다.

최씨는 필자생활을 하면서도 게임음악과 개발 일을 병행해 왔고 송씨 역시 게임개발에 열정을 쏟아왔다. 현재 이들 부부는 상명대학교 게임대학원 게임연구회에서 출발한 티앤티라는 게임개발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같은 일에 종사하며 늘 함께 움직이니깐 서로 도움을 청할 수도 있고 이해의 폭이 넓어서 좋아요. 화장실 갈 때를 빼고는 좀처럼 떨어져 있을 일이 없어요.”

최근 상명대학원 게임학 석사과정을 마친 송씨는 상명대, 충청대, 숭의여대에서 게임학 강의를 맡고 있다. 대학 강의를 나가느라 부쩍 바빠진 송씨를 대신해 남편 최씨가 아내의 외고 일을 거들어 주기도 한다. 송씨의 소개로 최씨 역시 이번 학기부터 대학 강의를 맡게됐다.

“남편을 따라 처음 게임 필자가 됐고 저를 따라 남편도 대학 강의를 나가게 된 셈이죠. 우리 부부가 지난 5년을 한결같이 즐기며 살 수 있었던 건 ‘게임’이라는 하나의 매개체를 두고 서로가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며 살아왔기 때문이죠.”

게임개발에 유난히 애정이 많았던 부부는 게임개발비 조달을 위해 필자는 물론, PC방, 인터넷쇼핑몰 등 다양한 부업을 해왔다. “그 동안 두어 차례 게임개발로 실패를 봤는데 돈이 안 된다며 떠나가는 개발자들을 볼 때가 가장 가슴 아팠어요. 그래서 돈이 벌고 싶었는데 지금까지 게임개발 말고는 다 성공했던 것 같아요. 돈에 대한 미련은 없지만 유능한 개발자들과 함께 일하려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돈이더라구요.”

타 직종과 비교해 볼 때,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개발에 쏟아내는 열정과 에너지에 비해 수익기반이 너무 약하다는 게 이들 부부의 생각이다. “게임 프로그래머가 마치 게임제작의 전부인양 흘러가지만 사실 게임제작보다 외적인 부분(마케팅, CT-컬쳐테크놀리지)의 역할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적인 분야의 게임전문가를 양성해 내는 일을 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라도 게임학 정교수가 되는 게 우리 부부의 꿈입니다.”

■ 사진설명
+ 게임제작뿐만 아니라 음악에도 남다른 재주를 지닌 최씨. 게임음악을 제작하는 일도 최씨가 직접 한다.
+ 게임을 빼고는 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는 이들 부부의 삶. 분주한 일상 속에서 잔뜩 밀린 설거지를 하면서도 게임에 대한 토론은 끊이질 않는다.
+ 하루하루 즐거운 인생을 살기로 다짐한 이들 부부는 스트레스가 쌓일 징후를 느낄 때면 비디오게임으로 통쾌하고 짜릿한 승부를 맛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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