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한국인 입양아 프로게이머 요르겐 요하네슨

  • 베이징=김수연 기자 jagiya@kyunghyang.com
  • 입력 2005.04.04 17:11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G를 계기로 나의 뿌리 알게되어 기뻐요!”
지난 1월 30일 개막한 e스포츠의 메이저리그 WEG 2005 1차 시즌이 3월 20일 중국 북경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국 중국 유럽 미국 등 각 권역에서 쟁쟁한 실력자들이 총 동원된 이번 WEG 2005 1차 시즌에서 최고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은 게이머가 있다. 노르웨이 국적의 ‘카운터스트라이크(이하 카스)’ 프로게이머 ‘요르겐 요하네슨(22)’이 그 주인공.

1차 시즌 결승전에서 우승컵을 차지한 NoA팀의 리더인 요하네슨은 외모는 물론 ‘카스’ 실력 또한 출중해 개인 스폰서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다. 그러나 그가 WEG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또 있다. 요하네슨은 네 살 때 노르웨이로 건너간 한국인 입양아다. 철저하게 노르웨이 사람으로 살았다는 요하네슨이 친부모에 대한 정보가 기록된 문서를 갖고 한국을 방문했다.

노르웨이부모님, 한국인 입양아 3남매.요요하네슨은 2남 1녀 중 막내. 형과 누나도 한국인 입양아다. 4살 때 노르웨이로 입양되어 양 부모님으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그는 스스로를 한국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외모가 다르고 열 달 간 뱃속에서 품진 않았지만 20여년 가까이 보살펴 주신 분이 바로 지금의 부모님이기 때문이다.

요하네슨에게 친부모에 대한 기억은 없다. 찾고 싶다거나 그리워 한 적도 없다. 그러나 양부모의 품에 안겨 노르웨이로 향한 뒤 20여 년 만에 한국을 찾게된 요하네슨. 양 부모님은 요하네슨이 한국에 오기 전날 서류 하나를 건넸다. 20여 년 가까이 간직해 두었다는 그 문서에는 입양 기관에서 건네 받은 요하네슨의 정보가 낱낱이 기록되어 있었다. 요하네슨은 난생 처음 한국 친부모에 대해 알게됐고 기회가 된다면 찾아볼 생각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0여 년 만에 알게된 나의 뿌리
어머니는 학생 신분일 때 아버지와 결혼했지만 결혼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혼 후 임신 사실을 알게된 어머니는 사내아이를 낳았고 외가댁에 맡겼다. 연로하신 외할아버지 할머니는 아이를 양육할만한 형편이 못돼 요하네슨은 결국 고아원으로 보내졌고 여섯 달 후 노르웨이로 입양됐다. “당시 4살이었기에 한국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어요. 내가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전혀 해 본 적 없었는데 출생지, 부모님, 고아원에 대한 자료들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된 거죠. 한국이라는 나라와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을 원망한 적은 없어요. 저를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준 지금의 부모님이 계시니까요.” 요하네슨은 WEG를 계기로 자신의 뿌리를 알게된 것만으로 만족해하는 모습이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낯설지 않고 남달리 애착이 간다’는 그의 말에 ‘피는 못 속인다’는 한국 속담이 문득 뇌리를 스쳤다.

4월에는 꼭 친부모 만나고 싶어요
“한국의 친부모가 나처럼 키가 큰지, 생김새가 닮았는지 궁금해요.”
기회가 된다면 친부모를 찾아볼 생각으로 한국에 왔지만 WEG 일정으로 바빠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다. 요하네슨은 이번 1차 시즌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기에 4월에 있을 2차 시즌의 시드권을 확보한 상태. “다음 시즌 때 한국에 오면 꼭 부모님을 찾아보고 싶어요. 어느 날 부쩍 자라버린 내가 친부모를 찾는다 하더라도 그의 아들이 될 순 없겠지만 나와 얼마나 닮았는지도 궁금해요.”

모든 일정을 끝내고 24일 1시 비행기에 몸을 실은 요하네슨. 비록 친부모를 만나보진 못했지만 WEG를 계기로 자신의 뿌리를 알게된 데 대해 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한국은 참으로 친절한 나라에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깊고 서비스정신도 좋아요.” 요하네슨은 인종차별이란 걸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다며 자신은 유럽사람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해외 입양으로 상처받는 이들이 한국이라는 나라를 혹은 친부모를 원망하는 사례들도 적지 않은데 양부모의 지극 정성으로 그늘 없이 자라 준 그가 대견할 뿐이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