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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에서 개발자, 다시 게임학과 교수가 된 별바람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5.05.0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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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에서 교수까지 언제나 공통분모는 게임이었죠”
‘별바람’은 윤동주의 서시에 등장하는 시구다. 그러나 게임계에서는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국내 게임계의 대부 김광삼(34)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는 지난 1991년 ‘호랑이의 분노’로 데뷔한 이래, ‘그녀의 기사단’으로 게임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현재는 후계자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그를 만나기 위해 그가 교수로 재임중인 경기도 이천의 청강문화산업대학의 컴퓨터게임과를 찾았다.

김광삼 교수. 한때는 김광삼 선생이었고, 또 한때는 개발자 김광삼이었던 그의 새로운 호칭이다. 의사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실상 집에서는 ‘왕따’에 가깝다. 아니 돌연변이라고 스스로 정의 내린다. “부모님도, 동생 2명도, 처남도, 처제도 모두 의사죠. 제 와이프도 그렇고요. 저도 의대를 졸업해 의사 면허를 땄고요. 한때는 의사로 근무한 적도 있었지만 게임 개발만큼의 매력은 없더군요. 가장 즐겁고, 가장 신나는 시기가 바로 게임을 개발할 때였음을 인지한 계기가 됐죠.”

실상 별바람의 인생은 게임과 함께 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2년 초등학교 4학년 때 베이직으로 제작했던 게임부터 고등학교 때 고급 언어인 어셈블리로 제작한 게임까지 그가 제작한 비공개 게임만도 무려 100여종에 달한다. 비록 단순한 게임이었지만 당시의 개발 경험은 현재까지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기술적인 면도 그러하겠지만 이보다 게임의 밑바탕과 구조 설계는 쉽게 이룰 수 없는 기본기를 다지는데 결정적 계기가 돼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들은 현재 그의 수업방식에도 그대로 도입시켰다. 바로 학생들로 하여금 직접 게임을 개발할 터전을 마련한 것. 이런 많은 ‘산 경험’들이야 말로 이론이 따를 수 없는 가장 확실한 수업방식임을 아는 까닭이다.

광기 어린 개발자 별바람
지난 3월 ‘그녀의 기사단 글로리아’가 발매됐다. 지난 2001년 발매됐던 ‘그녀의 기사단’이 일본 개발사의 러브 콜로 인해 현실적인 그래픽과 성우들의 음성 더빙 등을 등에 업고 재발매 된 것이다. 무려 횟수로 5년이나 지난 게임이 일본에 발매된다는 것은 의아함 이상의 의구심이 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녀의 기사단’을 즐겨봤거나 최근 ‘그녀의 기사단’ 팬 페이지를 방문했던 경험이 있다면 그리 놀랄만한 사실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그녀의 기사단’의 세계관과 캐릭터들을 활용한 제 2 창작물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으며 차기 작품에 대해 의견을 피력한 글들만 해도 셀 수 없을 만큼 넘쳐난다. 그렇다면 ‘그녀의 기사단’이 어떤 게임이기에 이토록 오래도록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일까. “미친 게임이었죠. 이를 개발한 저도 미친 개발자고요(웃음). 대사만 30만 라인이 넘죠. 미친 자유도하며. 생각만 해도 오싹합니다.

” 이제는 당시의 광기와 마주치는 것이 벅차 피하고 싶다는 별바람. 왜일까. “이제 ‘그녀의 기사단’은 제 게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미 팬들의 손으로 넘어갔죠. 함부로 손댈 수도 없고요. 이 게임을 사랑하는 유저들의 권리를 존중해 줘야겠죠. 게임자가 독점하려고 한다면 이는 편협한 생각일 뿐입니다.” 실상 그는 ‘그녀의 기사단’의 모든 소스를 게임 내에 공개해 뒀다. 유저들이 분석하고 스스로 개발할 터전을 마련키 위한 것이다. 이 대목이야말로 팬과 함께 개발하고, 팬과 함께 숨쉬며, 팬과 함께 게임을 이어가는 별바람식 혜안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별바람 제 3기를 맞다
별바람은 ‘호랑이의 분노’라는 격투게임이 1기이며 ‘그녀의 기사단은’ 제 2기 별바람 세대의 작품이었노라 말한다. 그리고 그는 이제 별바람 제 3기에 돌입했노라 단호히 말한다. 지난 2002년 3월 강행돌파이후 4년째 개발 중인 ‘혈십자’가 바로 그것. “개인적으로는 ‘호랑이의 분노’와 ‘푸른매’를 잇는 ‘호랑이의 분노3’편격 게임이죠. 올해 5월경 게임폰 버전을 필두로 PSP버전과 오락실 버전, 온라인 버전이 차례로 출시할 예정입니다.”

격투게임의 과장성을 살리기 위해 2D형식으로 개발 중인 ‘혈십자’가 또한번 별바람 신화를 이어갈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게임이 등장하던 그는 또다시 ‘신선함’과 ‘독창성’이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각인될 것이라는 점이다. 모방작이 범람하는 게임계에서 그가 우뚝 설 수 있는 동시에 별바람이 절대적인 팬층을 보유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투자도 받지 않고 거대 개발사의 스카웃 제의도 단호히 거절하는 특이한 개발자 별바람.

그는 게임도 산업이고, 돈의 논리로 해석될 수밖에 없지만, 돈보다 먼저 생각해야할 부분이 있노라고 힘주어 말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다음 세대에 미치는 가장 파급효과가 큰 것이 게임이라는 이름의 문화라는 것이었다. 이를 책임질 게임을 만들 때까지 그의 모습은 의사도, 교수도 아닌 여전히 개발자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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