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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방 관련 핵심기술, 그 개발 현장을 가다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6.04.1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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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언제나 산업을 선도한다. 신기술 하나에 신음하던 산업은 어느새 제 몸집을 갖추고, 비상의 나래를 펼치기 일쑤다. 점차 사양세로 접어들고 있는 복합 멀티미디어 게임장(이하 콘솔방) 역시 예외는 아니다. 콘솔방의 부흥을 기다리며, 오늘도 기술 개발을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젊은 연구 집단을 방문, 기술 개발 현장을 체험해봤다.

신기술 개발 완성 ‘막바지’
거짓말이 온 세상을 수놓았던 지난 4월 1일.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콘솔 관련 기술 개발 기업 A사를 방문했다. 비교적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개발실은 한여름 땡볕을 방불케 할 만큼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개발에 여념이 없는 총 4명의 기술자들. 이들은 지난 2002년 2년부터 현재까지 콘솔방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해 지난 4년을 바쳤다.

이들이 매진하고 있는 개발 기술은 콘솔방 관리 시스템으로, 크게 중앙 집중식 관리 시스템과 제어 장치를 꼽을 수 있다. 이는 대다수 콘솔방에서 사용하는 개별식 제어 시스템(PC방처럼 1인 1대의 콘솔기기가 설치돼 있는 방식. 게임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직접 카운터를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이 뒤따른다)과는 달리, 카운터에서 바로 게임 타이틀을 교체해줌과 동시에 화면 및 컨트롤러까지도 직접 제어할 수 있는(DVD방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일종의 관리 시스템이다. 이로 인해 게임기 자체의 성능 저하 및 고장의 원인이 되는 먼지와 열로부터 게임기를 지켜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요, 일일이 타이틀을 제공 받기 위해 카운터로 이동해야하는 고객들의 불편함을 막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이 시스템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뿐이 아니다. 게임 타이틀에 대한 분실 및 도난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중앙 제어 시스템의 경쟁력에 날개를 달아주기에 충분했다. 현재 PS2와 X박스 버전은 중앙 집중식 관리 시스템 개발에 성공, 상용화에 돌입한 상태며 X박스360도 마무리 과정이라 할 수 있는 최종 테스트만을 남겨놓은 단계다.

취약한 시장성이 ‘복병’
처음 개발에 성공한 것은 PS2버전이었다. 당시만 해도 A사는 장밋빛 꿈을 꾸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복병은 다른 곳에 있었다. X박스 버전의 경우, 시장성이 전무해 주문은 커녕, 문의조차 없는 상태다. PS2버전 역시 예상보다 적은 총 40여개 콘솔방에서만 사용, 수요가 많지 않다. 가격적인 부담은 곧 대중화에 찬 물을 끼얹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만원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PS2에 비해 케이블 공사와 인건비 등 대당 30만원을 호가하는 기반 비용은 콘솔방 업주들로 하여금 구입을 망설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자연 수요가 적다보니, 대량생산이 이뤄지지 않아 더 이상은 단가를 낮출 수도 없는 형편이다. 여기에 점차 사양세를 맞이한 콘솔방 사업과 관련 법 규정마저 없는 현실은 찬란한 신기술을 빛바랜 영광으로 돌려놓았다. 김철림 본부장은 “관련 법 자체가 없다는 점이나, 과거 SK글로벌과 LG상사가 콘솔방을 키우기 위해 행했던 수많은 정책들이 현재까지도 콘솔방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당시 도입된 코인 투입기를 동반한 개별식 콘솔방 시스템은 시장 저해의 주범”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는 하나, 이를 활용할 곳이 없다는 것에서 막막할 따름”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의 기술 경쟁력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먼저 알아주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북미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이들의 중앙 집중식 관리 시스템에 대한 구입 의사가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또다른 문제에 직면, 수출 전선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서정혁 개발 팀장은 “설치가 까다로워 직접 해외로 방문, 설치해줘야만 한다”며 “A/S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볼 때, 지사를 설립해야하나 무리수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순히 TV를 판매하듯 수출할 수는 없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의 얼굴은 결코 어둡지만은 않았다.

산업이 발전된 뒤에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이미 늦은 결정임을 익히 알고 있는 까닭이었다. 기술 개발 이후의 대중화와 법 체계의 완비 등 몇몇 문제만 해결된다면, 국내 게임산업은 또 한번의 발전을 이루게 될 것임에 분명하다. 이들이 오늘 이 시각에도 밤을 낮 삼아 개발에 몰두하는 결정적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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