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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 파란게임 농구장을 가다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6.05.0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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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과 남은 점 하나 차이라는 유명가요가 있다. 아주 미묘한 차이지만, 두 단어에 내포된 의미는 정반대에 가깝다. 점 하나의 차이만으로 고마웠던 고객이 무관심의 대상이 될 수도, 행인이 단골손님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게임으로 치자면 점을 찍기 위한 노력이 서비스사의 관건인 셈이다. 하지만 이미 서비스를 중단했거나, 기간 만료로 더 이상 서비스하지 않을 경우, 님은 한순간 남과 같은 대우를 받기 십상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KTH의 아셈 농구코트 개장은 보다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지난 4월 26, 27일 양일간 코엑스 아셈광장에 위치한 파란게임 농구장을 찾았다. 이곳은 ‘프리스타일’을 서비스하던 KTH가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지난 4월 24일 일반에 무료로 개장한 곳이다. 성공적인 퍼블리싱 후에 이뤄지는 기업 수익환원. 이는 분명 기업 이미지에도, 유저들에게도 분명 바람직한 일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게임과 농구를 즐기는 젊은 층들의 박력 넘치는 농구경기는 이틀에 걸친 방문에도 불구하고, 단 한 차례도 목격할 수 없었다는 사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양일간 이 곳을 방문해 만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공사 인부들과 일부 행인들이 전부.

그렇다. 이미 개장한 파란게임 농구장 주변에는 아직도 하수처리시설 보수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열려진 하수구에 농구공이 빠진다한들 이상할 것이 없는 풍경이었다. 이에 공사 중인 인부로부터 확인한 바로는 공사는 곧 끝날 예정이며, 지금까지 단 한번 청소년들이 농구시합을 벌이는 것을 목격했을 뿐 이후 단 한 차례도 이곳에서 농구공의 울림이 들린 적은 없다고 말했다. 수익환원이 단순한 눈요깃거리로 전락한 느낌이 팽배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충분히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깨닫기까지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선 관리 감독을 전담한 직원이 전무했다. 자연 농구공을 대여할 마땅한 공급처가 존재할리 없었다. 또한 주변에 위치한 상점들을 비롯, 농구공으로부터 행인들을 보호할 아무런 보호 장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농구공. 바로 옆 맥도날드의 유리 창문에 부딪힐지도, 지나가는 행인을 향해 날아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스릴 넘치는 농구경기를 펼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실제로 아셈광장에서 휴식을 취하던 고등학생들에게 농구경기장이 무료라고 말하자, 그들은 농구공이 없어 경기를 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무리의 행인들로부터도 비슷한 답변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사실 파란게임 농구코트는 최고 수준을 방불케 할 만큼 좋은 소재들을 사용했다. 넘어져도 다치지 않을 만큼 폭신폭신하면서도 농구공이 잘 튕기는 바닥과, 농구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배려한 농구코트 주변의 쿠션만 해도 프로농구 경기장을 연상하도고 남을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하지만 이러한 시설은 그저 바닥에 적혀있는 PARAN이라는 글자와 KTH가 올 여름 선보일 익스트림 스포츠게임 XING을 선전하기 위한 특색 있는 광고판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있었다.

KTH관계자에게 문의해본 결과 펜스를 설치하지 않은 이유는 미관상 좋지 않으며, 농구공은 쉽사리 구할 수 있는 만큼 굳이 준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근처 사무실 직원분들이 점심식사 후 농구경기를 한 게임 즐기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코엑스에서 관리를 일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점심시간인 12시경부터 오후 2시까지 그 누구도 이곳에서 농구 경기를 즐기는 모습은 목격되지 않았다. 관리 사무실을 찾았지만, 예상했던 것과 같이 농구공은 없었다.

특별히 이벤트 개최장소로 활용되지도(향후에는 활용할 수도 있겠으나, 현재로서는 계획이 전무한 상태이다), 청소 외에는 관리하는 이도, 농구경기를 위해 방문하는 이도 없는 훌륭한 농구코트. 비싼 비용을 들인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라도 보다 현실성 있는 장치 구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2% 부족한 준비로 인해 수익환원이란 대업은 농구와 농구 게임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그저 그림의 떡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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