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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게임 재래시장 풍경] 올해는 나아지겠지 한숨 속 희망

  • 봉성창 기자 wisdomtooth@kyunghyang.com
  • 입력 2008.01.1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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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밀리고, 대형마트에 치이고 어려움...콘솔게임 주목받으면 부각될 것 기대





“올해도 작년 같으면 도저히 못 버틸 것 같아요” 2008년 새해를 맞이하는 용산 나진전자상가 17동에서 4년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의 푸념이다. 이곳 상가는 건물 지하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외부에서 계단을 통하지 않고 바로 들어갈 수 있는 모습이 마치 두꺼비집 같다고 하여 일명 두꺼비 상가로 통한다. 이곳은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콘솔 및 PC게임들은 물론 해외에서 몰래 들여온 밀수 제품이나 불법 복제 제품에 이르기 까지 우리나라 게임에 관한 모든 것을 구할 수 있는 게임 전문 상가다. 국내 대부분 게임 유통 도매상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몰려있기 때문에 국내 콘솔 유저들 사이에서는 게임기 및 게임타이틀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두꺼비 상가와 같은 게임 재래시장이 극심한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인터넷 온라인판매와 불법복제로 인해 직접 돈을 주고 게임을 사려는 인구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게임을 사려는 사람들로 크게 북적였던 두꺼비 상가의 2008년 새해 첫 날 풍경을 스케치했다.



1월 1일 오후 3시. 두꺼비 상가는 게임을 사려는 사람들이 하나 둘식다. 한 곳에서는 어떤 상인이 열심히 게임을 사러 온 손님에게 이런 저런 물건을 보여주며 설명을 하기도 하고, 또 한편에서는 가격을 두고 손님과 상인들 간의 은근한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다른데서는 22만원에 준다는데 여기는 왜 이리 비싸요?” “그럼 거기서 사시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저희는 그 가격에는 도저히 못 맞춥니다. 가져오는 가격이 있는데요.” 또 다른 한쪽에서는 고성이 오고 가기도 한다. 새해를 맞아 아이의 게임기를 사러온 아줌마와 매장 아줌마, 두 아줌마가 격돌했다. 육두문자가 오고 가지만 지나가는 행인들은 눈길만 힐끔 줄 뿐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불황에 매장세 내기도 빠듯



“용팔이요? 옛날 얘기죠. 손님들이 주인보다 가격을 더 잘 알고 오는데 어떻게 바가지를 씌웁니까?” 대부분 인터넷에서 자신이 사려는 물건의 최저가를 알아오기 때문에 말도 안되는 가격을 도저히 붙일 수 없다고 말하는 최모 씨(33). 그는 이곳에서 5년째 장사를 하고 있지만 2007년과 같은 불황은 처음이라고 털어놓는다. “닌텐도 때문에 반짝 재미를 보기는 했죠. 그러면 뭐해요. 게임을 안 사러 오는데.” 옆의 동료 상인도 한 마디 거든다. “언론에서는 수십만 대가 팔렸다고 하는데 용산에서 돈을 그만큼 벌었느냐 하면 그건 아니거든요. 다들 마트에서 사니까” 때문에 최 씨는 가뜩이나 용산은 다른 전자상가에 비해 매장 임대료도 4배 가량이나 비싸다며, 올해는 웬만하면 다른 상가로 매장을 옮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름 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기가 좋아져야지. 사람들도 지갑을 열지. 이래가지고는 떼 돈은 커녕 적자 면하기도 어려워요.”  인터넷 판매도 그렇지만 매장간의 경쟁이 붙어 거의 최소 마진만을 보고 파는 것이 이곳 두꺼비상가의 현실이다. 때문에 물건을 살 때 줘야하는 현금영수증 발부는 언감생심. 카드로 결제할 때 돈을 더 붙이는 것 조차 이제 너무나 당연한 현실이 돼버렸다.


‘올해는 좀 나아질 것’, 막연한 희망



인건비도 안 나온다며 울상을 짓는 상인들이 그래도 이곳 두꺼비 상가를 떠나지 않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올해는 Wii도 나오고 하니까 좀 더 물건이 잘 팔릴 것이라는 희망도 있고 해서 버텨요.” “경기가 좀 나아지면 그래도 할 만한 장사니까. 뭐 언제까지 안 좋지는 않을 것 아니에요.” 일각에서는 복제나 밀수 등 어두운 면 때문에 게임 재래시장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그러나 소니나 닌텐도와 같은 해외 게임사들이 국내에 진출하기 이전부터 오늘날 콘솔 게임시장을 구축했던 이들의 역할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언제 어디서나 컴퓨터로 편안하게 게임을 구입하거나 온라인게임을 다운받아 즐길 수 있는 요즘, 이러한 게임 재래시장은 차츰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일하는 상인들은 아직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경제가 더욱 발전돼 미국과 일본 같은 선진국 반열에 들어가면 콘솔게임이 더욱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곳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며 용산을 누볐던 8~90년대 ‘게임 키드’들의 로망이 재현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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