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광화문연가, 어핑햄 스쿨
칼럼 - 광화문연가, 어핑햄 스쿨
  • 편집국장 김동욱
  • 승인 2012.12.27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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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중부 지방에 어핑햄이라는 오래된 도시가 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두메산골쯤이 해당되는 이 곳에는 2백년 전통을 자랑하는‘어핑햄 스쿨’이라는 명문 학교가 있다. 이 학교가 명문이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어핑햄 스쿨에는 세가지 큰 자랑거리가 있다고 한다. 그 자랑 가운데 하나가 이 학교 출신으로 장관이 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1백만 달러 이상 돈을 번 사람도 하나 없다는 것. 나머지 하나는 이 학교 출신으로 장군이 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지위에 오르지 못하고, 돈을 많이 벌지 못했다는 것이 자랑거리가 될 수 있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어핑햄 스쿨 교장선생님의 졸업식 훈화 말씀을 들어보자.

“대영제국의 명문, 어핑햄 스쿨을 무사히 졸업하고 새로운 미래로 한 걸음 나아가게 된 여러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2백년 동안 우리 학교는 영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을 멋지게 키워 냈습니다. 아직 우리 학교 출신 가운데 장관이 된 사람도, 1백만 달러 이상 돈을 번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이제 사회에 나가는 여러분도 이러한 어핑햄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남보다 더 높은 곳에 오르고자 하면 다른 사람을 딛고 일어설 생각을 먼저 하게 됩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욕심을 부릴수록 행복의 마음으로부터 멀어지기 쉽습니다.

고자질하지 않는 사람, 자신에 대해 약하거나 비굴하지 않는 사람, 남의 이목을 끌려고 하지 않는 사람, 배신하지 않는 사람, 남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 공적인 일에 용기를 내는 사람 등 어핑햄의 교훈에 따라 평범한 영국 시민이 되어 주십시오. 평범하지만 예절 바른 사람, 그러한 여러분이 바로 명문 어핑햄 스쿨의 전통이자 자랑입니다.”

철저하게 입시주의에 물든 우리의 획일적 교육 현실에서는 부럽기 만한 이야기다. 결국 어핑햄 교육의 최대 목표는 무엇이 됐든 하나의 취미를 갖게 만들어 일생을 즐겁게 사는 사람을 육성하는 데 있는 것이다. 그런 인물들을 키워나가다 보니 자연스레 출세주의를 멀리할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출세한 졸업생이 없었고 그 자체가 자랑거리가 된 것이라고 한다.

어핑햄 스쿨 출신들은 대체로 좋은 부모나 선량한 시민으로의 삶에 만족하며 낙천적으로 일생을 보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어핑햄 스쿨만큼 이름이 나지는 않았지만, 속리산 두메산골의 아곡초등학교가 있다. 이 곳의 졸업식은 다른 학교와는 달리 서너시간을 훌쩍 넘긴다. 학생이 많아서가 아니다. 산골의 초등학생이 많아 봐야 얼마나 많겠는가.

졸업생 전원이 우등상을 타기 때문이다. 국어 우등상, 미술 우등상, 축구 우등상은 물론 독서 우등상, 봉사 우등상, 예절 우등상, 우애 우등상 등 졸업생 한 사람마다 개성과 장기를 발굴해 의미 있는 상을 준다. 성적순으로 몇 사람에게만 상패를 수여하는 기존의 졸업식과는 근본부터가 달라 잔잔한 감동을 준다.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국내 게임업계도 십수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관련된 교육기관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사라졌다. 그러나 기존 대한민국의 획일적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말하자면 게임을 찍어내는 공장에서 단순 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정도의 스킬만을 가르치는 것 같다. 물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창의적인 능력보다는 실무 투입의 여부를 중시하는 업계의 잘못도 크다. 그 배경 또한 시장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돌고 도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지 않았던가. 게임코리아의 명성을 세계 시장에서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전문 교육을 통해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대중에게 오래도록 사랑을 받는 게임의 완성은 기본부터가 다른 인본주의 교육에서 시작됨에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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