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日 동인게임 시장 ‘이 정도일 줄이야’

2003년부터 동인게임 다운로드 배급 … 주당 10억원 규모 다운로드 이뤄져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3.02.28 16:46
  • 수정 2013.02.28 16:51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깝지만 먼 이웃나라 일본은 굳건한 역사를 가진 인디 게임 시장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동인(동호회)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아마추어 개발자들이 게임을 만들어 출시 한다. 동인 게임은 대형 기업들의 자본이 투자되지 않고 순수 개인들이 개발해낸 게임들이다. 때문에 출발 선상은 인디 게임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반면 일본 동인 게임이라 하면 ‘성인물’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어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이미 활성화 돼 있다. 타입문이나 일루전과 같은 일부 유명 동인 게임 개발회사는 프로 게임 개발사 그 이상의 폭 넓은 인기를 얻는데 이어, 세계적인 게임 개발사로 거듭나기도 했다. 이처럼 탄탄한 구조 뒤에는 그들의 ‘등용문’격인 DLsite.com 이 존재한다.

 
DLsite.com은 일본의 유명 다운로드 판매 사이트다. 지난 1996년부터 오픈됐고, 2003년 디지털 미디어 마트(DIMM.com)와 제휴를 통해 DMM ADULT(DMM R18)코너를 사이트에 추가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나간다. 이후 자체 배급망을 마련하고, GAME999(999엔에 게임을 판매하는 사이트)를 개설하면서 굴지의 동인 게임 사이트가 된다. 지난 2010년에는 등록한 동인 서클수가 1만개를 돌파했고, 현재까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 블로거들은 일본 동인문화의 오프라인 주축이 ‘코믹 마켓’이라면 온라인 주축은 ‘DLsite’라고 평가한다. 이들 ‘투탑’이 있었기에 동인 문화가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나날이 성장한다는 의견이다.

주간 10억 원 거래 시장
DLsite.com은 웹 트래픽만 놓고 보면 알렉사 닷컴에서 2,000위, 일본에서는 134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와 비교하자면 네이트 닷컴이나 조선일보에 준하는 트래픽이 몰리는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만큼 거래되는 금액도 높은 편이다. 사이트는 매주 주간 랭킹 코너를 통해 판매량을 공개하는데, 이 중 성인 게임만 주당 10억원 규모로 거래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매주 공개되는 신작 다운로드 코너의 경우 1위가 2천 다운로드에서 5천 다운로드 수준이다. 개당 단가는 평균 1,500엔에서 2,000엔선. 따라서 주간 1위 게임을 발매하면 1주일에 9천만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  청소년용 동인 게임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상위 10위권까지는 최소 1천 다운로드를 보장받으며, 100위권까지는 150~200 다운로드가 꾸준히 이뤄지기 때문에 상위 100위권에만 들면 주간 200만원에 준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후 게임이 생명력을 잃어가게 되면 다시 GAME999사이트로 옮겨져 추가 판매를 노릴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이들 게임은 다운로드 모델로 발매되므로 순수익이 높은 편. 동인 게임 개발자로도 충분히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장르, 분야 무관 폭 넓은 다운로드 이뤄져
현재 DLsite.com에 등록된 게임들은 총 15,500여개다. 취향에 따라 분류한 표를 보면 개그(2.020개), 코미디(1,325개), 판타지(1,328개) 순으로 이어진다. 메이드(380개), 세라복(342개), 마법 소녀(325개)와 같이 ‘그들의 취향’이라 불리며 문화 코드로 사용된 분야는 오히려 적은 편.
오히려 현재 사이트 추천 순위를 보면 ‘동방프로젝트’같은 슈팅 게임이나 퍼즐게임 등과 같은 타이틀들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또한 ‘성적인 표현(H신)’이 없는 비주얼 노벨이나 연예시뮬레이션들도 더러 보인다. 성인용 게임이 주를 이루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못지 않게 다양한 작품들이 판매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세계로 수출하는 일본 동인 콘텐츠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 사이트가 일본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DLsite.com은 이미 2004년부터 영문 사이트를 오픈하고 전 세계 유저들을 대상으로 판매를 시작한 바 있다. 미국, 영국, 스페인 등 세계 각지에서 이들 콘텐츠를 구매하기 위해 유저들이 몰린다.
지난 2009년에는 휴대전화용 사이트를 오픈하고, 이후 ‘모바일 동인 게임’으로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승승장구하는 분위기다.

▲  동인 게임 개발 활성화를 위해 자체 개발 엔진 ‘올마이트’를 무료로 공개했다

이들은 “이차원(2D) 콘텐츠라면 디 엘 사이트 닷컴”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콘텐츠를  끌어모으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의 활약 탓에 일본은 아직도 게임 개발 강국으로서 면모를 잃지 않는다. 여전히 동인 게임 개발팀들은 나오고 있고, 이들은 한 해에도 수만개 타이틀을 쏟아낸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허리’가 탄탄히 갖춰진 셈이다. 최근 신작게임들이 가뭄에 콩나듯 하는 국내 게임 시장 상황에서 의미 있는 모델이 아닐까.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