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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 펀딩, 게임판 키우나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3.03.04 09:16
  • 수정 2013.03.0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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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6억원 크라우드 펀딩 자금 유통 시작 … 정부‘적극장려’ 재임 내 수천억 규모 펀딩 전망
인디게임 개발팀 개발자금 2천만원 유치 … 신규 비즈니스 모델 도입 가능성 고무적

지난해 11월 대선 코드와 함께 ‘크라우드 펀딩(개인들이 특정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투자자본을 기부하는 형태의 펀딩)’이나 ‘소셜 펀딩’개념이 화제에 올랐다. 대권 주자로 나선 각 후보들은 각각 ‘펀드’를 내걸고 대선 자금을 모집했다. 그 결과 각계 각층의 시민들로부터 수백억원이 넘는 자금이 모여들면서 국내 ‘크라우드 펀딩’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이에 앞서 영화 ‘26년’은 2012년 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7억원을 모금하고 작품을 완성해 극장에 걸었다. 영화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기적’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놀라운 성공이었다. 현재 영화, 미술, 음악,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 줄지어 ‘크라우드 펀딩’자금이 모이기 시작한다. 지난 2월 20일 인디게임 개발업체 파이드파이퍼스 엔터테인먼트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개발 자금을 모금했다. 목표 금액은 5백만원. 그리 크지 않아 보이지만 국내 게임 펀딩 사상 가장 큰 금액을 목표로 세웠다. 펀딩이 종료된 시점에서 총 모금액은 2천만원. 목표 금액의 4배수에 달하는 자금이다. 그간 게임 펀딩이 있어왔지만, 사실상 1~2백만원 수준이었으므로, 이들의 실적은 고무적이다. 특히 이름 하나 없는 인디 게임 개발팀이 펀딩에 성공하면서 게임 분야에도 ‘크라우드 펀딩’이 본격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파이프파이퍼스 엔터테인먼트는 텀블벅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결정했다

크라우드 펀딩(소셜 펀딩)은 제작자가 일반에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프로젝트가 완료될 수 있도록 자금을 모집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기부자는 수만원에서 수십만원까지 비교적 소액을 제작자에게 ‘기부’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이에 보답하기 위해 제작자는 한정판 CD, 앨범, 팬미팅, VIP좌석, 시연회 등으로 보답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콘텐츠가 완성될 수 있도록 제작자를 응원하는 개념에 가깝다. 일반적인 시작은 지난 2008년 1월 ‘인디고고’가 출범하면서 부터로 알려졌으며 국내에서는 2011년 하반기 3개 사이트가 오픈하면서 ‘크라우드 펀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월 6억원 규모 펀딩 자금 돌아
지난 2011년 국내에 ‘크라우드 펀딩’사이트를 오픈한 텀블벅은 월 1억원 규모 펀딩이 성사된다. 텀블벅은 하루 5천명에서 6천명이 방문해 투자한다. 1명당 평균 투자금액은 1만원에서 2만원 선. 주로 ‘이용권’을 사전에 구매하는 형태로 투자를 하고 있다. 게임으로 치자면  ‘사전 결제’를 하고 이에 대한 혜택을 먼저 받는 셈이다.  이들과 유사하게 크라우드 펀딩을 서비스하는 사이트들은 약 10여개. 프로젝트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국내 펀딩 규모는 월 평균 6억원 수준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스타급 제작자들이 펀딩을 하게 될 경우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기 때문에 시장 규모는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텀블벅 염재승 대표는 “텀블벅은 근래 들어 지난해 대비 4배가량 성장했고, 성장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며 “폭 넓은 취향이 요구되는 미래에는 이 분야가 더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케팅 수단, 사업 지표 확인 용이
직접적으로 투자를 받은 기업들은 부가 효과가 더 크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한 마케팅 효과에 주목한다. 투자를 위해서는 프로젝트를 관심있게 지켜보게 되며, 게임이 실제로 발매된 이후까지도 관심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전에 충성 유저층을 안고 가는데다 이들의 입맛에 맞게 개발되기 때문에 프로젝트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는 판단이다.
파이드파이퍼스 김주명 프로그래머와 임현호 디자이너는 국내 크라우드 펀딩이 아직 활성화 되기 전 단계여서 투자 금액 자체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패키지게임에 거는 기대도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다. 실질적으로 모금 액수는 연봉에 비해서도 한참 못미치는 금액이다.

그 보다는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일례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금된 금액은 2천만원 수준인데 투자자들은 215명이다. 따라서 1인당 8만원 꼴로 게임에 기부를 마쳤다는 뜻이다. 일반적인 패키지 게임 가격이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5만원선임을 감안하면 돈을 더 내서라도 게임을 즐기고 싶다는 이들이 많다고 해석할 수 있다.
파이드파이퍼스의 개발 듀오는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프로젝트기 때문에 응원해주는 것이 아닐까요? 옛다. 받아라. 게임 잘 개발해 라며 용돈 주시는 느낌입니다”라며 머리를 긁적인다.

신규 비즈니스 모델 발전 유력
이미 2008년부터 분야가 활성화 되고 있는 해외는 반드시 중소 기업 뿐만 아니라 대형 기업들도 프로젝트 시작 전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하는 분위기다. 신규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완미시공은 네버윈터나이츠 프로젝트를 인수한 후 ‘네버윈터’로 프로젝트를 변경, 현재 베타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이 시점에서 완미시공은 ‘네버윈터 창립자(founders) 패키지’를 판매하며 소셜펀딩 형태로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 투자 가격은 25달러에서 199달러(한화 21만원)선. 사전에 ‘투자’하게 되면 각종 아이템들과 혜택을 받게 된다. TRPG(D&D포가튼렐름)기반 타이틀인데다가 원작이 워낙 유명해서 마니아층이 두터운 덕에 게임에 투자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3만원에서 5만원 하는 패키지가격과 월정액권을 감안해보면 사전에 1인당 8개월치 매출을 확보하고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셈이다. 이자 등 부가수입을 계산에 넣는다면 기대 수익은 더 증가한다.
1인당 월 결제 한도가 존재하는 국내 게임산업 특성에 비춰보면 비즈니스 가능성은 더욱 상승한다. 아직 법적 제한이 없고, 게임 법률에 저촉받지 않는다. 따라서 월 결제 한도에 구애받지 않고 ‘투자’를 받을 수 있다. 또, 분야를 ‘기부’로 변경하게 되면 ‘세금 공제 혜택’도 노려볼 수 있어 신규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 VIP 패키지가 199달러. 크라우드 펀딩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가격이다

온라인게임 특수성 동반 확장 가능성 존재
‘크라우드 펀딩‘시스템을 온라인게임에 적용해 보면 PM들의 역할이 훨씬 수월해진다. 사전에 ARPU(1인당 결제 금액), 결제율, 유입대비 결제율, 프로젝트 기대치, 마케팅 예상금액 등을 프로젝트 도입 전에 확인할 수 있다. 지표 방어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서버 트래픽, 개발팀, 운영팀 충원 등 론칭 대비 전략을 보다 현실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
또한 ‘투자자 테스트’를 통해 클로즈드 베타 테스트에서 사전 테스터들을 충분히 가져갈 수 있는 점도 마케팅 금액을 줄일 수 있는 핵심요소다.

CEO 입장에서도 보다 현실적인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생존 여부를 판가름하기에 최적의 요소다. 또한, ‘크라우드 펀딩 성공’을 이슈로 삼아 자료를 배포할 경우 주식 시장에서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해 모델을 구성하는 방식에 따라 기업 경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전망이다.
반면, ‘크라우드 펀딩’을 활성화하기 위해 독자적인 마케팅 금액을 가져가야 할 필요가 있고, 분야 전문 마케터 들을 고용해야할 필요성이 있는 점은 선결 과제로 남아 있다.

중소형 프로젝트 생존 가능성 높아져
개발사 입장에서는 프로토타입 개발 이후에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것이 장점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주식 분배나, 수익 분배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우선 투자를 받은 다음이면 오히려 벤처캐피탈 등이 더 투자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벤처캐피탈은 이미 자본금이 확보된 상황에서 안정적인 투자여서 게임이 완성될 가능성이 높고, 추가 투자를 확보해야할 리스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사전에 어느정도 알려진 프로젝트이므로 회사의 이미지 제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로 인해 활발한 투자가 이뤄질 경우 중소기업들의 생존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을 전망이다.
원활한 투자 환경이 구축될 경우 기존의 스타 개발자들의 독립도 예상해 볼 수 있다. 해외에서는 스타 개발자들이 투자를 요청해 수십억 규모 펀딩을 받는 사례가 빈번하다.

원작의 후속작을 기대하는 유저들이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경향이 있다. 한동안 후속작이 나오지 않은 타이틀의 경우에는 이 경향이 강하다. 현재 ‘래리’, ‘그림 판당고’등 패키지 시절 인기를 끌었던 타이틀도 다시 등장해 엔젤 투자를 받은 바 있다. 국내에서도 ‘창세기전’이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와 같이 유명 I·P를 기반한 타이틀이라면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할 가능성이 공존한다.
이 외에 회사 내부 프로젝트 팀들도 그룹 소속 상사의 판단 만으로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경우도 줄어들 전망이다. 내부 설득 작업이 실패할 경우에 마지막 수단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들고 나와 실질적인 유저 반응을 보면서 게임을 판단하게 되므로,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보다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가 중단될 경우 미련을 버릴 수 있어 다음 작품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되는 효과도 있다.

2013년부터 폭발적 성장 예고
크라우드 펀딩 시장은 2013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 당시 공약을 통해 창조경제를 강조하며 “중소기업형 인재들이 아이디어 만으로 창업하고 이를 확장할 수 있는 경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콘텐츠코리아랩을 설립하고 중소형 기업들의 개발 및 게임 수출을 위해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이에 활용될 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적극 장려할 전망이다. 예상되는 크라우드 펀딩 규모는 수천억원 수준, 때문에 관련 사업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혜택을 받을 사업은 모바일게임 부문이지만 시장이 성장하게 되면 타 분야도 반사 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특히 기대 콘텐츠들이 포진된 온라인게임 분야는 물론 이미 사장된 경향이 있는 패키지 게임 시장, 인디 게임 시장까지도 동반 성장이 예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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