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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퍼즐앤드래곤의 충고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3.03.1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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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빛을 본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그간 나를 내려받아준 고마운 사람들이 전세계적으로 900만명에 달한다. 작년말에는 구글플레이를 비롯해 스마트폰 앱 장터에서 세계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는 영광도 안았다.
 그 덕에 나를 태어나게해 준 우리 회사의 실적은 맹렬한 기세로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258억엔(약 2,900억원)의 매출에 92억엔(약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전년과 비교해도 각각 2.7배와 7.9배나 높아진 폭발적 수치다. 올해 1월 들어서도 조금 떨어진 85억엔(약 9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1배나 늘어난 실적이라 우리 회사 사장님은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사실 상, 나와는 태생과 유전자가 조금 다른 해외파 라그나로크 형님이 그간 우리 집안을 먹여살려왔다. 그 형은 효자라고 언제나 동네에서 칭찬받아 왔지만, 나이 탓인지 얼마 전부터는 크게 활약하지 못해 사장님을 불안하게 했다. 그런데, 이제 내가 그 불안감을 멋지게 날려버리고 새로운 효자 대열에 올랐다. 내 이름은 ‘퍼즐앤드래곤’이다.
 회사의 가치도 최근 3개월동안 5배나 높아졌다. 지난달 18일에는 우리 동네에서 제일 부잣집 그리(GREE)보다 시가총액에서 앞섰다. 우리 회사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는 2,975억엔(3조 3,000억원)의 가치 평가를 받고 있으니 요즘은 세상의 모든 게 아름답게만 보인다.

이런 나의 성공에는 기본 무료에 뽑기(가차) 방식의 아이템 전략이 주효했다. 물론 이건 내가 처음 고안한 건 아니지만, 요즘 시장에서 주류를 이루는 방식에 조금 더 심도깊은 구상을 했던 게 먹혔던 것 같다. 한편에서는 너무 돈을 많이 쓰게 만든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고, 사회 문제가 될 소지도 많다며 나를 째려보는 시선이 따갑기도 하다. 
우리 사장님인 모리시타 씨는 나를 위로하느라 이렇게 말한다. “퍼즐앤드래곤은 기존의 가차 시스템에 의존하는 소셜게임과는 다르게, 순수하게 게임으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추구했다. 과금 단가를 인상하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이 무료라도 재밌게 즐기게 하고 싶다”고 말이다. 
사장님 말처럼 내 경우는 아이템을 구입해서 즐기면 게임이 쉬워지지만, 돈 안쓰고 플레이해도 충분히 재밌다. 다른 뽑기 게임에 비해 퍼즐게임과 몬스터 배틀을 조합한 재미 요소가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것 같다. 

사실 개인적으로 한가지 더 기쁜 게 있다.
그건 우리 동네에서 힘깨나 쓰는 그리와 디이엔에이의 도움을 받지 않고,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와 직접 거래를 통해서 성공을 거뒀다는 점이다. 기존의 내 친구들은 그리나 디이엔에이에 수익의 30%를 떼어주면서까지 기를 쓰고 그들과 한 배를 타려하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스마트폰의 경우, 구글 등에게 30%의 입장료를 내고, 거기에 그리 등에게도 30%를 떼어주고 나면 솔직히 남는 게 없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솔직히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게 불안했지만, 용기 있게 도전했다.

옆 동네에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카카오란 힘 센 형님이 있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그 형님에 줄을 대려고 집 앞에서 밤샘도 불사한다는 슬픈 이야기도 들었다. 물론 형님의 줄을 타면, 혼자 발버둥치는 것보다 큰 돈을 벌 가능성이 높다는 건 우리 동네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긴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형님의 그늘에서만 지낼 수는 없지 않나. 동생들이 많아질수록 형편이 점점 어려워질 거란 건 다들 갖고 있는 생각일테고 말이다. 
조금 성공했다고 건방진 소리라 고깝게 듣지는 말아달라. 옆 동네 친구들이여! 무모해 보일 수도 있지만 용기있게 도전하시라! 그러다 보면 새로운 길이 반드시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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