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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노치의 꿈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3.03.21 11:26
  • 수정 2013.03.2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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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퉁한 몸매에 대머리, 덥수룩한 수염의 옆집 아저씨같은 후덕한 인상의 남자. 그는 올해 35살로 겉보기와는 달리 아직 젊은 편이다. 여유 있는 북유럽의 스웨덴에서 태어났지만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이름은 마르쿠스 노치 페르손(Markus Notch Persson). 그게 누군데? 하는 독자도 많을 듯하다. 
세계적으로 2천만명 넘는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인디게임 ‘마인크래프트’를 세상에 내놓은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한달여 전 쯤, 자신이 ‘마인크래프트’로 벌어들인 수익금의 일부를 자선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혀 업계에 훈훈한 감동을 줬다.

그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매우 가난한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현재는 게임 개발자라는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고, 솔직히 돈도 벌만큼 벌었다. 나는 아직도 게임 프로그래밍이 흥미롭고 게임 플레이하는 것도 매우 좋아한다.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콘솔 게임도 마음대로 살 수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거대한 부를 손에 쥔 사람이라곤 생각되지 않을 만큼 소박한 모습이다.
그는 돈을 쓰는 올바른 방법에 대해 “돈은 사회가 더욱 발전하는 데 도움이 돼야한다”며 돈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페르손 씨는 그간 게임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인 여느 게임기업들도 하지 못했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인디게임 개발자임에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게임업계에도 큰 영향을 줬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았던 마이너한 인디게임 시장을 메인스트림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이제는 대기업들도 무시할 수 없는 인디게임은 차세대 소비층에게도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미국에 사는 게임 개발자 2,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가 자신은 현재 인디 개발자라고 답하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 10명 미만의 개발팀에 속해있으며, 퍼블리셔를 통해 게임을 출시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24%에 불과했다.

그 배경에는 2002년부터 시작된 Xbox라이브와 이듬해 론칭된 스팀 서비스의 존재가 있다. 이런 퍼블리싱 환경의 변화는 과거와는 달리 인디게임 개발자라도 누구나 자신이 만든 게임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유통구조를 마련해준 것이다. 
여기에 최근 몇년 새 불어닥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이른바 터치세대의 모바일 플랫폼들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주면서 시장 확대에 일조한 셈이다. 이번 조사에 응답한 개발자의 58%가 스마트폰에, 56%가 태블릿PC에 주목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게임 개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금 문제도 풀려가는 모양새다. 2009년 시작된 킥스타터로 대표되는 클라우드 펀딩에 많은 게이머들이 ‘지원’의 형태로 자금을 모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자금 조달 방식은 대부분의 경우 투자한 사람에게 게임을 제공하는 것이다. 잠재적 구매층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과 입소문 마케팅으로도 매우 유용하다. 대단한 실적을 갖지 못한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도 클라우드 펀딩은 한줄기 희망의 불씨를 전하고 있다.
또 하나 개발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던 PR 문제도,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활용한 이른바 ‘뉴미디어 마케팅’ 기법을 통해 조금씩 해결돼가는 분위기다.

업계 경력 10년이 넘는 어느 게임 개발자는 말한다. “과거의 우리들은 자금, 퍼블리셔 등의 걸림돌 때문에 기발한 기획을 가지고도 쉽게 독립하기 힘들었다. 요즘 같은 게임 개발 환경이 그 당시에 준비됐더라면 좀 더 성장할 기회가 많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첨병으로 불리우는 게임산업은 한층 더 속도감 있게 달려가고 있다. 게임 개발자들에게는 더 커다란 푸르른 초원이 펼쳐지고 있다.
다만, 한가지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은 좋아진 환경은 나뿐만 아니라 경쟁자들에게도 똑같이 제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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