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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즐기며 일한다는 것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3.04.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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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많이 아는 사람도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논어의 옹야편에 나오는 말로 무슨 일이든 좋아해서 이를 즐기면서 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가 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공자의 이 말은 순수하고 오염되지 않은 인간 본연의 모습이 스스로 드러나야 진정한 예술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영표 선수는 과거 국가대표 시절, 한 인터뷰에서 “즐기는 것도 직업이 되면 싫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아직 재미없었던 적이  한번도 없었으니 다행이지요. 제가 플레이하는 모습을 통해서 팬 여러분께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그게 바로  제가 축구를 하는 이유입니다”라고 자신의 인생훈을 논어의 한 대목과 빗대어 말한 적이 있다.

 충남 부여 계룡산 자락의 작은 시골마을에 가난했지만 초롱초롱 눈이 빛나는 소년이 살고 있었다. 부모님과 다섯형제에 할머니까지 여덟식구가 3평 남짓한 쓰러져가는 작은 집에 살았다.
집안 형편도 그랬던 탓도 있지만, 소년은 유독 소를 키우는 일에 열과 성의를 다했다. 그것도 남의 집 소를 키워주고 송아지 한 마리를 얻는 ‘한우 소작’에 불과한 일이었는데도 말이다.
동네 친구들은 수업이 끝나면, 들로 산으로 놀러다니기에 바빴지만 소년은 언제나 집으로 돌아와 소를 키우는 데 열중했다.

하루는 소년의 집에 가정방문을 갔던 담임선생님이 물었다. 소를 키우는 게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좋으냐고 말이다. 소년은 “저는  소를 키우는 것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소와 함께 하는 모든 것이 즐겁기 때문이에요.”라고 답했다. 소년은 소와 형제처럼 지내며 소의 습성과 성격을 배우는 것은 물론, 외로움까지도 소를 통해서 달랬다. 그러면서 소년은 결심한다 . 소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전문가가 되겠다고.  
소년은 그로부터 30여년 후, 세계 최초의 복제 젖소 ‘영롱이’를 만들어냈다. 그가 바로 황우석 박사다.

아무리 노력하는 사람도 즐기면서 일하는 사람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황우석 박사와 비슷한 사례가 이웃나라 일본에도 있다.
1970년대 고속 성장으로 일본은 회색빛 도시로 변모했지만, 소년이 살던 동네에는 푸르른 자연이 꽤 남아 있었다. 소년은 산과 들을 뛰어다니며 만나게 된 벌레들과 유독 친해졌고 녀석들을 좋아했다. 생물 시간에 배운 곤충을 직접 관찰하며 채집하기를 즐겼고 병속에 넣어 직접 기르기도 했다. 소년은 반 친구들 사이에선 ‘곤충 박사’라 불렸다.
20여년이 지난 후, 그 소년은 21세기에 길이 남을 만한 세계적인 캐릭터 ‘포켓몬스터’를 창조해냈다. 포켓몬스터는 게임뿐 아니라 다양한 OSMU(원소스멀티유즈)상품으로 파생됐다. 1999년 미국 전역의 극장가를 강타한 극장판 ‘포켓몬:더 퍼스트 무비’는 8,570만 달러(우리 돈 970억원)의 놀라운 흥행기록을 세웠다.

포켓몬스터와 관련된 게임은 이미 전세계에 3억개가 넘게 팔렸으며, 애니메이션은 70여개국에서 방영됐다. 포켓몬스터라는 단일 캐릭터의 시장 규모가 20조원을 훌쩍 넘는다.
그 벌레를 좋아했던 소년이 ‘포켓몬스터’의 아버지 ‘다지리 사토시’다.
우리 업계에는 어린 시절부터 유독 게임을 좋아해, 게임 업종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고 어느 위인을 말했다. 좋아하는 일이라면 평생동안 해도 싫증나지도 않을 것이고 돈에 그리 연연해하지도 않게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게임업계도 언제부터인가 돈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장으로 바뀌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자신의 직업에 기쁨을 느끼며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어떤 산업보다도 즐기면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임업계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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