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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제 2의 슈퍼셀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3.05.10 10:37
  • 수정 2013.05.1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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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어떤 제품이든 그 퀄리티가 중요하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제품의 질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유통이라는 게 시장의 지배적 논리다.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어디서든 쉽게 살 수 없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또 물건을 만드는 입장에서도 유통 라인을 잡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됐다. 
 과거 패키지 게임이 성행했던 시절에는 총판과 중판, 소매점에서 소비자에 이르는 유통 구조가 확립되기도 했다. 일반 가전 제품의 유통 구조를 그대로 본뜬 이 방식은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점차 축소되고 소멸돼 갔다. 게다가 PC방과 온라인게임의 붐은 유통 구조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최근 들어서는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다운로드형 게임 유통’이 완전히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지금 세계 게임시장은 이른바 ‘디지털 콘텐츠’ 유통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게임 개발자 입장에서는 세계 어느 지역에나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마음껏 팔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한마디로 세계는 넓고 팔 곳은 널린 셈이다. 다만, 지금까지 국내의 좁은 리그에서 뛰던 선수가 세계 곳곳의 강자들과 대적해야 하는 글로벌 무한 경쟁의 상황이 됐다.
 이렇듯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게임 회사가 핀란드의 ‘슈퍼셀’라는 개발사다. iOS용 전략 게임 ‘크래쉬 오브 클랜스’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이어서 농장 시뮬레이션 게임 ‘헤이데이’로 연속 히트를 기록했다. 특히 크래쉬 오브 클랜스는 익숙한 캐릭터 디자인과 짜임새 있는 전략을 담은 디펜스 게임으로 전세계 122개국에서 상위권을 기록해 지난해 iOS용 게임 중 최고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슈퍼셀은 디지털초콜릿이라는 모바일게임 회사에서 6년간 개발을 해왔던 두 청년에 의해서 2010년에 설립됐다. 그들은 페이스북용 좀비 액션 게임 ‘건샤인넷’으로 자신만만하게 업계에 첫발을 내딛었지만, 행운의 여신의 부름을 받지는 못했다.
 크래쉬 오브 클랜스는 올해 1분기에만 1억 7,900만 달러(약 1천9백억원)이라는 경이적인 매출을 기록했다. 애플의 수수료 30%를 공제해도 약 1천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낸 것이다. 사실 상 지금까지는 핀란드의 게임회사라고 하면, 앵그리버드로 대표되는 로비오를 꼽았다. 2012년 한 해동안 1억 9,5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니, 누구라도 부러워할 만한 회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슈퍼셀은 로비오가 1년간 벌어들인 수익을 불과 3개월만에 육박하고 있으니 화제의 중심에 설 수 밖에 없다.
 미국 포브스지에 따르면, 슈퍼셀은 매일 240만 달러(약 26억원)를 벌어들이고 있으며, 그 결과 현재의 기업가치는 7억 7천만달러(약 8천4백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에는 세곳의 벤처캐피탈로부터 1억 3천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그러나 자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고 한다. 슈퍼셀의 CEO 일카 파나넨(Ilkka Paananen)은 “지금까지 3년동안 우리들을 믿고 지원해준 투자자들에게 빨리 보답하기 위해서 투자를 받은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슈퍼셀은 자신들의 성공 비결을 재미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을 최우선의 가치로 둔 개발 철학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게임 개발사로서 당연한 말로 들리지만, 대다수의 개발사들이 그렇지 못하다는 반증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들은 상업주의에 물든 최근의 개발 행태를 슬며시 꼬집고 있는 지도 모른다.
디지털 콘텐츠를 누구나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시킬수 있는 무한 경쟁의 시대가 됐다. 하지만 십수년 전 유통사를 찾지 못해 게임을 사장시켰던 시절을 돌아보면, 시장 환경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진 셈이다.
드디어 기회는 왔다. 초심을 잃지 않는 게임 개발자의 자세를 유지한다면 누구나 제 2의 슈퍼셀의 신화를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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