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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행복해지는 게임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3.05.3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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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출근길, 즐겨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한 디제이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어릴 적, 아버지가 출근하시면서 공부 열심히 해라”고 말씀하시면, 아이들은 “아버지, 돈 많이 벌어오세요”라고 답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그런 부자지간의 인사도 바뀌어야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 대신에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라는 인사가 어떠냐고 그는 제안했다.
사실 그리 풍족하지 못했던 그 당시엔 공부를 잘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교육받았고, 누구나 그렇게 철썩같이 믿었다. 세월이 흐르고 차츰 나이를 먹어가면서 우리들은 공부를 잘 하고,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된다.  특히나 자살률 세계 1위를 자랑(?)하는 불행 공화국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들은 그래서 더 불쌍한 지도 모른다.

한국학의 권위자 이규태 선생은 생전, 자신의 저서 ‘무엇이 우리를 한국인이게 하는가’에서 행복 불감증에 걸린 한국 사회를 분석한 적이 있다.
서양사람들은 신년 초에 복을 비는 것 외에도 ‘아 유 해피?’ ‘엠 아이 해피?’하며 아침저녁으로 행복을 확인하지 않고는 못 사는 종족이다. 다락방에 숨어 살았던 안네 프랑크도 가족들에게 “나는 행복한가요?”하며 매일매일 행복을 확인하고 있다.
반면 한국 사람은 세배날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말 이외에는 특별히 행복을 주고받지 않는다. 영어에는 해피니스(Hapiness), 럭(Luck), 포춘(Fortune) 같은 행복을 의미하는 단어가 많고, 한문에도 복(福), 희(禧), 길(吉), 행(幸) 등 행복어가 수두룩한데 유독 우리에겐 순수한 우리말이 없다고 그는 지적했다. 행복과는 애시당초 인연이 없는 민족인 듯하다고 생각해 체념한 게 아닐까라는 의문도 제기했다.
오래 전부터 복에는 반드시 화가 따른다는 화복상관(禍福相貫)의 의식이 한국인과 행복에 거리를 두게 만들었을 지도 모른다고도 언급했다.
이규태 선생이 그의 책에서 묘사한 심청전의 한 장면은 그의 주장을 방증하고 있다.
심청이가 마지막 이별 상을 푸짐하게 아버지 심봉사에게 바치자, “청아! 이 상은 너무 잘 차려졌구나. 빌어먹던 나같은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잘 먹으면 불행한 기운이 들어서  빨리 죽는다던데 …”하는 심봉사의 말에서 우리나라의 전통적 행복관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뭔가 갑자기 일이 너무 잘 풀리면, 행복하다가도 한편으론 불길한 생각을 품는 것이 한국인만의 특징이다.
자원이 빈약한 땅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한국인은 자신의 처지를 더욱 불행해진 처지와 비교해서 ‘그만하면 다행’이라는 상대적 행복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사람마다 자신이 바라는 행복한 삶의 방식은 모두 다르다. 독서를 한다거나 여행을 간다거나 맛집을 순회한다거나 친구를 만난다거나 … 아마도 행복감을 느끼는 상태는 개인의 취향별로 너무도 다양할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는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행복한 이도 분명 있을 것이다. 편안한 의자에 앉아 좋은 경치를 보면서 클래식 음악을 듣듯이 그렇게 유유자적 즐길 수 있는 게임은 없을까.
인간의 삶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게임의 개발이 요즘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극히 추상적인 이야기이지만, 플레이하면 할수록 행복해지는 게임이 나온다면 세상은 얼마나 즐거워질까. 필자의 지나친 과대망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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