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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페이퍼스 플리즈' 소재는 황당, 재미는 황홀

전쟁 끝난 가상의 국가 입국심사원으로 근무 … 추리 스릴러 방불케 하는 재미 쏠쏠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3.06.07 09:42
  • 수정 2013.06.0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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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 플리즈. 여권을 달라는 말로, 해외에서 입국심사 과정을 거치다 보면 쉽게 듣는 이야기다. 하루에도 수십만명이 통과하는 이 곳에서 자리를 지키는 입국 심사원들은 여권을 확인해 도장을 찍고 넘겨주는 작업을 반복한다. 몹시 단조로워 보이는 이 업무 조차 게임으로 만들어 버렸다.
인디게임 개발자 Dukope가 지난 4월 출시한 인디게임 ‘페이퍼스 플리즈’가 그 주인공이다. 그의 상상력에서 나온 입국 심사 게임은 과연 어떤 것일까. 한번 들여다 보자.

 

 

가상의 공산주의 국가 아르스토츠카. 1983년 무렵 이곳은 이웃 국가인 코레치아와의 전쟁을 막 끝냈다. 지난 6년동안 치러진 전쟁이 끝나면서 양 국가간 국경에 위치한 마을 그레스틴을 자국의 영토로 유입하고 있다.
유저는 이 국경에서서 아르스토츠카에 입국하기 위한 사람들을 제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막 전쟁이 끝난 만큼 어지러운 시국 하에, 테러리스트, 밀수꾼들, 스파이들이 국경을 통해 넘어오고자 하는 만큼 입국심사관의 어깨가 무겁다. 공정한 판단을 통해 올바른 사람들을 입국시켜야만 한다.

끊임 없는 서류와의 싸움
유저가 할일은 어떻게 보면 아주 간단하다. 여권 및 준비한 서류들을 보고 입국 승인과 거절을 선택하는 도장만 찍으면 된다. 문제는 입국자들을 판단하는 방법이다.
이들은 여권을 교묘하게 조작해 입국 심사를 통과하고자 한다. 간단한 사례로 발급 날짜가 지났거나, 남성인데 여성 여권을 들고 입국을 시도하는 것과 같이 별의 별 수단을 동원해 입국을 시도한다.

▲ 입국 시도자는 남성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여권에는 여성을 뜻하는 F가 찍혀 있다. 과감히 거절하자

이 외에 국가별로 여권의 생김새가 다르고 부착하는 씰의 종류가 다르며, 매 일 마다 입국을 허용하는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에 조건들을 충분히 숙지하고 입국 심사에 임해야 한다.

아이가 굶고 있어요
하루 일과가 끝난 다음 유저는 그날 일에 대해 정산을 하고 급료를 받는다. 그 날 정상적으로 한명이 입국할 때 마다 5달러를 일급으로 받는다. 매일 부스 임대비가 20달러, 난방비는 10달러, 음식은 20달러다. 때문에 하루 최소 50달러(10명) 이상은 국경을 통과해야 한다. 특히 실수로 이상한 사람을 입국시키게 되면 유저는 페널티를 받는다. 최대 세번까지는 일급이 깎이지 않으나 더 실수를 하게 될 경우에는 일급이 10달러씩 깎인다.

▲ 2일차인데 아이가 아프다. 다행히 약을 살 수 있었지만 5달러로 삶을 이어나가야 한다

일일 업무 정산 과정에서 수익이 마이너스대로 떨어지면 유저는 저축해둔 돈을 써야만 한다. 저축해둔 돈 마저도 떨어지면 이번에는 난방비, 음식 순서대로 절약을 하게 된다. 이마저도 모두 떨어지면 그날은 난방을 할 수도 없고 밥을 굶어야 한다.
문제는 딸린 식구들이다. 유저는 아내와 자식뿐만 아니라 어머니, 삼촌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모두 유저의 수익으로 밥을 먹고 잠을 잔다. 자칫 잘못 실수했다가는 가족이 굶어 죽는 광경을 봐야만 한다.

본격 심리 스릴러
이런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끊임 없이 유저들을 유혹하려는 입국 희망자들의 손길은 계속된다. 날이 갈수록 수법이 교묘하게 변모하고, 눈물겨운 사연들은 물론 로비까지도 불사한다. 개발자는 도장을 찍기전에 항상 심각한 갈등을 하도록 유도하는데, 이 과정이 마치 심리극이나 추리 스릴러를 방불케 할 정도로 긴장감이 있다. 가족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입국자들의 사연을 들어줄 것인가. 선택은 유저의 몫이다.

▲ 갈수록 난이도는 높아만 가는데, 과연 가족을 무사히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최근 독특한 소재를 무기로 하는 인디 게임이 줄을 잇는 가운데, ‘페이퍼 플리즈’는 그중에서도 단연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과거 보드 게임 ‘국경에서’와 같이 국경을 소재로 하는 게임들이 일부 나왔지만, 이처럼 직접적으로 ‘심판자’의 시각에서 사람들을 상대하는 게임은 또 오랜만이다. 신선한 소재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게임으로 금주 인디 게임특집에서 강력 추천한다. ‘페이퍼, 플리즈’는 개발자 사이트(http://dukope.com/)에서 베타 테스트 버전을 배포하고 있으며, 스팀 그린라이트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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