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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외로운 도전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3.06.0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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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낚싯대의 릴(Reel)의 원리에 흠뻑 빠진 소년이 있었다. 릴은 낚싯대의 아래쪽에 부착해 줄을 풀고 감을 수 있게 만든 장치다. 소년은 그 일이 하고 싶어, 자신이 손수  만든 릴을 가지고 제조회사의 문을 여러번 두드렸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자신의 기술이 부족하다고 느낀 소년은 열심히 공부한 끝에 교토대 기계공학부에 입학했다.
그리고 릴에 대한 관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로봇 연구에 매진했다. 그는 만화에서 봤던 아톰과 같이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친근한 로봇 제작을 목표로 했다.
1년여 동안 혼자서 만든 로봇을 특허 관계자에게 보여주자, 그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그때까지의 로봇은 매우 부자연스럽게 움직였던데 반해, 그가 만든 로봇은 ‘전자흡착 직립보행’ 이라는 기술에 의해 인간의 걸음걸이에 가까웠던 것이다.

용기를 얻은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본격적인 1인 개발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로봇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무릎을 완전히 펴지 못하고 걷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오랜 연구 끝에  다리의 무릎을 펴면서 자연스럽게 걷는 로봇을 만들어냈다. 신 워크(SHIN Walk)라고 명명된 그 기술로 그는 또 한번의 로봇 기술 특허를 따냈다.
놀라운 것은 그가 완성도 높은 로봇을 혼자서 만들어낸 곳은 최신 설비를 갖춘 대기업의 연구실이 아니고, 단 3평짜리 작업실이었다는 점이다. 로봇을 만드는 대기업들이 기술이나 실용성을 중시했던 반면, 그는 ‘디자인’에 주목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게 될 로봇은 우선 디자인이 아름다워야하고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일본의 로봇 천재라 불리는 ‘다카하시 도모타카’의 일화다. 그는 혼자서 모든 작업을 해내는 기술자이지만, 한편에서는 그를 예술가라고도 부를 정도다. “사람은 편리함 만으로는 살 수 없다. 앞으로의 기술은 사람들의 감성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일본에 다카하시가 있었다면, 뉴질랜드에는 ‘존 브리튼’이 있었다. 그 또한 다카하시만큼이나 어린 시절부터 기계에 대한 관심이 각별했다. 친구들이 그림을 그릴 때, 그는 알 수 없는  기계설계도를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존은 11살이 되자 용돈을 모아 진짜 엔진을 사고, 혼자서 작은 카트 자동차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그에게는 문장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난독증이란 병이 있었다. 어렵사리 대학의 기계공학부에 입학했으나 졸업 후 아버지의 강요로 가업을 물려받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존은 어릴 적부터 꿈꿔오던 오토바이  제작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하고 홀로 작업실에서 밤을 새곤 했다. 
 결국 그의 뜨거운 열정은 기계 설계, 부품, 엔진, 디자인 등을 혼자서 전부 해낸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오토바이를 만들고 싶었다. 적접 만든 오토바이로 수년간 세계 레이스  대회에 출전했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1991년, 끈질긴 도전 끝에 드디어 2위에 입상했다. 존이 만든 오토바이보다 빠른 것은 당시 최강의 메이커였던 두카티(Ducati)뿐이었다. 그의 외로운 도전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1992년 ‘브리튼 모터사이클’이라는 회사를 세워 획기적인 기술을 창조했다.

오늘날까지도 이어져오는 초경량 소재인 탄소섬유를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다. 가볍고 견고하며 바디가 유선형인 그의 오토바이는 바람을 가르며 질주했다. 1993년, 그토록 염원하던 첫우승을 일궈냈다. 그것도 구간 최고 시속 303Km라는 세계  신기록까지 수립했다. 그 후에도 월드챔피언십에서 종합 우승하는 등 존은 쾌속질주를 거듭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존 브리튼은 1995년 피부에 생긴 흑생종의 피부암으로 45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어떤 일도 혼자서 못할 것이 없다고 주장하는 ‘한사람의 힘’ 연구가인 하스미 타로는 이렇게 말한다. “무언가 시작할 때 아무 것도 필요없다. 그저 나 혼자면 충분하다. 내가 옳다고  생각한 바를 믿고 용기를 내서 시작하면 된다. 주위를 둘러보라. 이렇게 스스로의 꿈을 향해 가고 있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란 것 알게 될 것이다.”
스마트 기기로의 환경 변화가 1인 개발자들을 게임 시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혼자 힘으로 로봇을 만들고 오토바이를 만들어낸 두사람의 이야기는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1인 개발자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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