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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스마트폰과 인디 개발자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3.06.1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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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직업관은 업 오어 아웃(Up or Out), 말하자면 일정기간 내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다른 곳으로 직장을 옮긴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모든 면에서 기준이 명확한 미국 사회에서는 장대높이 뛰기 하듯 일정 높이의 기준을 뛰어넘으면 좀 더 놓은 곳을 목표로 정해 나아간다. 그러나 뛰어넘기에 실패하면 다른 회사로 옮긴 후에 또 다른 높이 뛰기에 도전하는 게 보통이다.
미국인의 이러한 성공 방정식은 과거부터 내려온 오랜 이민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우선 모험심이 강한 사람들이 미국 대륙에 처음 발을 내딛었다. 그들 중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리스크테이커, 즉 자발적으로 위험부담을 안고 도전해나가는 유형을 의미한다. 그들은 미개척지인 서부를 목표로 그곳에 뛰어들었고, 새로운 도전을 통해 산업을 일으켰고, 이것이 또 다른 리스크테이커들을 불모의 땅으로 이끈 셈이다. 
그러나 업 오어 아웃의 문화가 깊게 드리워있던 미국 사회도 점차 자발적 이직보다는 타의에 의한 조직 개편이 활발해지고 있는 듯하다. 

지난 4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트라이온월드의 신작 MMORPG ‘디파이언스’는 현지의 유명 TV드라마와 콜라보레이션을 감행해 극도의 효과를 노렸다. PC와 플레이스테이션3, Xbox360 등 세 기종에 지금까지 100만 회원을 확보했지만 투자 대비,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다.
트라이온월드는 5월 중순,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하고 100여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이 회사는 올해초에도 리프트 운영팀 40여명을 정리하기도 했다. 이 때, 함께 회사를 떠났던 리프트의 수석 개발자 ‘스코트 하츠만’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미의 게임 개발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미국 게임업계는 프로젝트별로 직원을 모아, 개발이 완료되면 해산하는 ‘헐리우드 스타일’이 언젠가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었다.  헐리우드에는 ‘영화 제작에 관여하는 사람 중 99 %가 프리랜서’일 정도라고 한다.

하츠만 씨는 이런 헐리우드 스타일의 개발이 게임업계에는 애당초 맞지 않는 모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게임은 영화에 비해 제작 기간이 긴 편이고, 장기간 동료들과 함께 사무실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만큼 프로젝트에 대한 애착도 강해지고, 서로간의 업무적, 심리적 교감도 깊어진다. 또한 결혼을 하지 않은 젊은이들이 게임을 개발하던 초창기에 비해 근래에는 기혼자가 점차 많아지고 부양가족을 가진 비율도 높다. 이런 세월의 흐름에 따라, 개발자들은 안정된 고용을 바라는 목소리를 앞으로도 더욱 높여갈 것이다.
그러나 고용주의 입장에서 보면, 장기 고용을 보장한다는 것은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적합한 처방전은 아니라는 소리도 높다. 
이런 가운데 1,000명 가까운 개발자가 투입되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나 ‘헤일로’ 시리즈보다는 소규모 개발 조직으로 완성된 ‘리그 오브 레전드’나 ‘마인크래프트’의 개발 방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 게임은 블록버스터급 게임이라고 해서, 반드시 수많은 인력과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는 상식의 틀을 깬 선례가 된 셈이다.

우리 업계에서는 아직도 비주류 취급을 받고 있는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북미에서는 그래서 더 주목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신에게 할당된 업무가 끝나면 그것으로 끝이라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처음부터 끝까지 게임 개발에 관여하고, 제품에 대한 책임을 공유한다. 한 사람이 여러가지 업무를 해내야 하기 때문에 멀티플레이어의 능력이 요구되지만, 자신이 프로젝트에 기여한다는 프라이드가 누구보다 강하다. 게다가 의사결정 또한 매우 빠르기 때문에 시시각각 변화하는 트렌드에 적응하기도 쉽다.
스마트폰 게임 시장의 활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소규모 단위 개발 구조로의 변화는 적어도 이 시장과 궁합이 잘 맞는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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