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프리즘] e스포츠에 감동이 필요한 이유

  • 윤아름 기자 imora@khplus.kr
  • 입력 2013.06.14 10:17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6월 1일 국내 ‘스타크래프트2’ 최강자를 가리는 결승전에서 승패가 갈린 후 무대에 선 두 주인공의 얼굴은 눈물범벅이었다.
이날 우승자였던 김민철(웅진스타즈)은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댔고 준우승자인 이신형(STX-SouL)도 역전패 아쉬움 때문인지 그렁그렁 고인 눈물을 애써 감췄다.  두 선수는 모두 5년 이상 음지에서 연습생 생활만 해온 ‘중고 신인’이다. 이제야 겨우 이름 석 자를 세상에 알린 셈이다.  그렇다보니 우승을 차지한 김민철은 무대 앞에서 이 순간을 지켜보고 있던 가족의 눈물을 보고 감정이 복받쳤다. 반면,  이신형의 흐느낌은 아쉬움이 더했다고 하기엔 너무 서러워보였다.
알고 보니 그는 7남매의 맏형이었다. 어느집 늦둥이 막내로 귀여움 속에서 자라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나보다 했지만, 지금 그는 부모님과 함께 생계를 책임지는 장남이었다. 그래서일까. 오랜 게이머 생활 동안 빛을 보지 못한 것도 가족들에겐 미안했을 테지만, 모처럼 큰 대회에서 효자 노릇, 멋진 형 노릇을 해보이고 싶었던 그는 내리 3연승으로 우승 코앞까지 왔으나 남은 경기를 모두 패하며 김민철에게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다.

경기도 재미있었지만, 두 선수가 무대에 선 마지막 모습이 잔상으로 남는 것은 그들의 이야기가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신형은 패했지만 7남매의 맏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승자만큼 유명해졌다. 그는 결승 무대에서 “다음에는 꼭 이기겠다”고 가족과 팬들에게 약속했다. 그 모습에 감동한 누리꾼들은 기사에 연신 응원 댓글을 달고 있다.
과거에도 e스포츠가 한창 붐업이 일던 시절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임요환과 홍진호의 대결을 ‘임진록’이라고 부르며 팬들을 열광시켰고, 이윤열, 박정석, 강민 등 유명 선수들은 하나씩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별명을 갖고 있었다.
일부는 은퇴했지만 여전히 이들을 기억하는 이유는 선수생활 동안 희노애락이 담긴 멋진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알리는 언론의 의무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선수들과 e스포츠 관계자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오픈 마인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스포츠가 주는 감동만큼 e스포츠도 못지않다는 사실을 잊지말자.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