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인생은 게임이다
[데스크 칼럼] 인생은 게임이다
  • 편집국장 김동욱
  • 승인 2013.06.2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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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역사가이자 철학자 ‘호이징가’는 인간의 특징을 ‘놀이’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은 굳이 생존과 관계없는 일에도 몰두하며 보람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호모루덴스(Homo Ludens), 즉 놀이하는 인간이란 학설을 세웠다.
인류가 만들어낸 위대한 예술품들은 곰곰이 따져보면, 놀기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매우 많다. 인간이 동물과 다르게, 먹고 사는 것만큼이나 중요시했던 게 즐거움의 추구가 아니었나 싶다.
호이징가는 인간의 삶 자체를 커다란 부루마블같은 놀이판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는 이 놀이의 특징으로 그 자체만으로 즐기기 위해 이뤄진다는 점, 서로 약속된 시간과 공간 내에서  이뤄진다는 점, 누구나 지켜야할 규칙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 기준에 비춰보면, 인간의 삶은 ‘놀이(게임)’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살아야한다는 사실이 놀이의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다. 누구나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약속된 규칙을 지켜야 한다. 횡단보도 앞에서 빨간불이 켜지면 서고, 녹색불이 켜지면 건너듯이 말이다. 이 정해진 룰을 어길 수도 있지만, 창피함이나 벌금 등의 댓가를 치러야 한다. 횡단보도 건너기를 미니게임 정도로 본다면, 국가간의 전쟁은 꽤 큰 게임으로 볼 수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만을 좇는 듯하지만, 실제로 전쟁에도 룰이 존재한다. 핵무기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국제조약부터 군인이 아닌 민간인을 사살하지 않는다는 것들처럼 말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게임, 특히나 MMORPG같은 장르는 인간의 삶을 축소해둔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예를들면 ‘아이온’같은 게임 속에서 캐릭터를 생성하고, 타인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서로 PK를 하기도 하고 자신의 레벨을 올려나간다. 때로는 어려운 퀘스트를 해결하지 못해 좌절하기도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인생의 희노애락을 전부 느끼는 셈이다. 

 어느 철학자는 즐겁지 않은 놀이는 더 이상 놀이가 될 수 없다고 역설한다. 누구나 유쾌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놀이(게임)가 되려면 플레이어들에게 공정한 규칙 하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신뢰의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살 만한 사회를 조성하는 것은 즐거운 게임을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많이 아는 사람도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논어 옹야편에 나오는 명 문장이 있다. 이는 무슨 일이든 좋아해서 이를  즐기면서 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가 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결국 인간은 자신의 인생을 ‘즐거운 게임’으로 인식하고 살아갈 때, 비로소 세상사 스트레스를 덜 받는 유연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이번 게임의 퀘스트는 참  어렵네”라 생각하고 해결을 위해서 힘쓸 때, 진정으로 즐기는 삶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불치병에 걸려, 죽음과 맞딱드렸다고 가정했을 때, “이제 곧 게임오버가 되겠구나”라 생각한다면 어떨까. 물론 말처럼 쉬운 이야기는 아닐테다. 허무한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평생 쌓아온 재산과 명예는, 그간 게임 내에서 획득한 점수나 경험치에 불과한 셈이다. 생각하기에 따라 세상 일은 아주 어려운 수학문제같기도 하고, 별 거 아닌 헛헛한 것일 수도 있다.

온갖 기가막힌 방법으로 게임산업을 옥죄려하는 의원님의 게임(인생)에서는 지금이 명성치를 최고로 올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일 지도 모른다. 반면, 밤을 낮삼아 컴퓨터 앞에서 씨름하며 게임을 만들어온 개발자의 게임(인생)에서는 갑자기 나타난 괴상한 몬스터와의 한판 대결을 마음 졸이며 기다리는 배틀 직전의 순간일 수도 있다. 
위대한 의원님이나 뚝심의 개발자나 지금 인생의 게임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게임오버 메시지가 뜨면 모두 부질 없는 짓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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