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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인베이더의 교훈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3.06.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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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6월의 일본. 여름의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었지만 열도는 후끈 달아올랐다. 바로 ‘스페이스 인베이더’란 괴물 게임이 동네방네를 휩쓸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초대박 히트를 기록한 이 게임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100엔 짜리 동전을 쌓아두고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도 기분 좋을 정도였다. 인베이더의 광풍은 사회적 기(奇)현상이라 신문, 방송에서 연일 대서특필되고 있었다. 그도 그럴만 했던 것이 하루에 인베이더 게임기가 빨아들이는 100엔짜리 동전이 얼마나 많았으면,  동전을 발행하는 일본은행 측이 공식 담화를 통해 “시중에 100엔짜리 동전이 부족하다”고 발표하고 보통 때의 4배의 동전을 찍어낼 정도였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돈이 된다면, 짝퉁은 여전히 등장하고 만다. 인베이더의 인기에 편승한 유사 모방제품들도 우후죽순처럼 시장에 쏟아졌고, 카피 제품들도 1년새 40만대 넘게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돈을 빨아들이는 게임기계 ‘인베이더’는 1대 당 매일 3만엔 넘는 매상을 올렸으니, 단순 계산으로도 100만엔, 우리 돈으로 1천만원 넘는 돈을 거머쥘 수 있었다. 당시 인베이더 1대의 판매 가격이 40만엔이었으니, 보름만 운영해도 본전을 뽑을 수 있었다. 그냥 설치만 해도 돈이 펑펑 쌓인다는 소문이  돌자, 당시 국회의원을 비롯해 야쿠자들까지도 조직적으로 인베이더를 사들여 부업을 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인베이더는 1978년 여름부터 이듬해 가을까지 일본의 아케이드 게임을 대중들에게 전파시키며 산업적 기틀을 마련해갔다. 미국산에 빼앗겼던 아케이드 게임의 세계 시장 주도권도 인베이더의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되찾게 됐다.  
타이토에서 이 게임을 처음 회사에 제안한 사람은 ‘니시카도 토모히로’였다. 그는 당시 유행했던 벽돌깨기를 뛰어넘겠다는 굳은 신념과 배짱으로 반년동안 혼자서 모든 작업을 해냈다.
 
무엇인가를 파괴한다는 쾌감을 그대로 유지하되, 블록같은 무생물보다는 당시 유행했던 SF 영화 스타워즈에서 모티브를 얻어, 외계 생명체를 등장시켰다.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외계인들을 공격하기보다는 상대방도 나를 공격하는 쌍방향성을 착안해 도입했다. 지금이야 당연한 콘셉트지만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기획이었다. 
하지만 그의 쌍방향 콘셉트는 사내 회의에서 혹독한 비판을 받는다. 회사의 간부들은 한 목소리로 인베이더의 쌍방향 아이디어에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만 해도 슈팅게임은 사용자의 일방적인 공격만이 정설이었고, 적들이 아군을 공격하게 되면, 게임이 빨리 끝나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쉽게 게임오버가 되면 더 이상을 동전을 넣지 않게 될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에 기반한 주장이었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매상이 오르지 않을 구조가 뻔히 보이는 데, 이를 수락할 리 만무했다.

니시카도는 그래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오랜 논쟁과 설득 끝에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생산이 결정됐지만, 회사 간부들은 큰 기대를 갖지 않았다. 니시카도의 정성에 감복해 수락은 했지만, 사실 상 그냥 버리는 카드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시장에 나온 인베이더가 사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키포인트는 아이러니하게도 니시카도가 끊임없이 주장한 쌍방향성 때문이었다. 적들의 공격에 의해 아군의 우주선이 파괴되면, 바로 게임을 포기하는 게 아니고, 자꾸만 동전을 넣고 게임을 이어갔던 것이다. 
35년이나 지난 일화라지만, 요즘의 게임업계에도 알게 모르게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요즘 시장에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작품들은 어쩌면 모두가 ‘노우’라고 무시당했던 ‘제 2의 인베이더’였을 지도 모른다. 어느 시대건 발상의 전환은 산업의 발전을 이끄는 초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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