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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괴담'의 실체

  • 지봉철
  • 입력 2003.11.0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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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의 게임을 유통한 회사는 반드시 사업위기를 겪게 된다’는 ‘블리자드의 저주’는 최근 블리자드 게임을 독점적으로 유통하며 승승장구한 한빛소프트가 내부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사업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다시 한번 수면위로 떠올랐다.

한빛소프트와 ‘워크래프트3 확장팩’ 판권경쟁을 벌였던 손오공마저 코스닥 보류판정을 받자 업계에선 블리자드의 저주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서비스를 위해 블리자드와 비벤디에 접촉했던 게임업체들이 게임운영 노하우 등만을 뺏기고 정작 서비스 판권을 따내지 못하자 블리자드의 저주는 더욱 현실화 되고 있다. ||이처럼 게임업계를 휩쓸고 있는 ‘블리자드의 저주’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게이머들에게 블리자드란 이름을 각인시킨 첫 작품인 ‘디아블로’부터다. ‘디아블로’는 지난 1997년 현재 위자드소프트의 전신인 SKC가 유통을 담당했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액션롤플레잉이라는 생소한 장르에 배틀넷이라는 멀티플레이 기능을 탑재한 ‘디아블로’는 당시 게이머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1995년 ‘워크래프트’와 1996년 ‘워크래프트2’를 출시하며 서서히 이름을 알려가던 블리자드는 ‘디아블로’로 국내 게임업계에 ‘대박 타이틀 제조기’라는 개발사로서는 최고의 명성을 얻게 된다.

물론 ‘워크래프트2’가 ‘디아블로’보다 먼저 국내 게이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지만 사업적으로 국내 유통사에게 이익을 가져다 준 것은 아니었다. 엄청난 불법복제로 인해 실상 아무런 수익도 가져다 주지 못한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디아블로’는 10만장이라는 97년 당시로서는 엄청난 판매를 기록했다. 또 SKC의 핵심멤버들은 이를 계기로 1999년 SKC소프트웨어 사업부에서 분사해 위자드소프트라는 유통사를 새로 만들게 된다.

위자드소프트는 이후 ‘쥬라기원시전2’와 ‘포가튼사가 온라인’을 앞세워 2001년 7월 코스닥에 등록되는 등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기울기 시작한 사업은 심경주 사장의 퇴진과 함께 2차례나 사장이 교체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매출 83억원에 순손실 44억원을 기록한 위자드소프트는 최근엔 인터넷 대부업체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블리자드의 저주’가 시작된 것이다.

‘블리자드 저주’의 또 다른 피해자는 ‘디아블로2’ 판권을 획득했던 어비스인터렉티브. 어비스는 지난 2000년 설립된 신규 유통사였다.

그러나 어비스는 ‘디아블로2’의 판권을 획득하며 일약 국내 게임업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로열티만 2백억가량 치솟으며 판권경쟁이 붙었던 ‘디아블로2’의 판권을 획득했다는 자체로 어비스는 일약 국내 최고 유통사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블리자드의 저주’는 어비스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어비스는 잇다른 세무조사로 어마어마한 추징금만을 물은 채 게임은 유통조차 못해보고 ‘디아블로2’의 판권을 한빛소프트로 고스란히 넘겨줘야만 했다. 이후 ‘발더스게이트2’, ‘풀오브레디안스’ 등을 유통했으나 국내 게임업계에선 잊혀진지 오래다.||‘블리자드의 저주’는 롱텀파트너쉽을 맺었던 한빛소프트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LG소프트에서 분사한 한빛소프트는 블리자드 게임 시리즈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2’, ‘워크래프트3’로 국내 유통사상 초유의 기록인 6백만장 판매를 기록했다.

특히 이 기록은 블리자드의 전세계 판매량의 40%에 해당되는 것으로 한빛소프트는 오늘의 블리자드를 만든 일등공신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한빛소프트 역시 블리자드의 게임인 ‘워크래프트3 확장팩’을 손오공에 넘겨주면서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한빛소프트는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3’ 등의 매출감소로 영업실적이 악화,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6.8% 감소했다. 최근엔 온라인게임 ‘탄트라’의 부진으로 인해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워크래프트3 확장팩’ 판권을 획득하며 야심차게 게임업계 진출을 모색해온 손오공 역시 블리자드의 저주를 비껴가지 못했다. 손오공은 지난 9월 24일 코스닥심사에서 ‘보류’ 판정을 받았다.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떨어졌다는 것이 그 이유.

그러나 ‘워크래프트3 확장팩’ 판매도 부진한 상황이라 ‘워크래프트3 확장팩’ 판매로 인한 큰 매출상승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블리자드의 저주는 국내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블리자드의 모회사인 비벤디유니버셜은 경영악화로 블리자드가 포함된 게임사업부 매각 등 여러 가지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190억 달러의 부채를 안고 있는 비벤디는 지난해 프랑스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냈다.

게임뿐만 아니다.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공식대회 파트너사이자 캐릭터 사업자인 KBK도 어려운 사정은 마찬가지다. ‘스타크래프트’ 게임대회가 큰 인기를 끌었던 2000년만 잠깐 사업이 번창했지만 그 이후론 불운이 계속되고 있다. 스트리밍 방식으로 게임을 판매하는 룩앤플레이를 오픈했지만 반응이 없어 폐쇄될 운명에 처했다.

이처럼 블리자드 게임과 관계된 회사가 공통적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되자 게임업계에서는 이를 ‘블리자드의 저주’로 해석하고 있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들을 여러편 내고서도 유통사에게는 사업적으로 큰 이익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국내 게임업계의 관계자들은 ‘블리자드의 저주’가 다른 저주와 달리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따라 발생하는 미신적인 요소보다 블리자드와 비벤디의 사업방식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높은 판권료와 상도의에 어긋난 사업방식이 국내 업체들을 ‘저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블리자드와 비벤디는 국내업체를 대상으로 과도한 판권경쟁을 부추겨 판권료를 높이는 방식을 주로 사용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블리자드시리즈만 6백만장 이상 판매한 한빛소프트는 그동안의 노력은 뒤로한채 판권료만 높게 책정하려는 비벤디의 협상자세 때문에 ‘워크래프트3 확장팩’ 판권을 포기해야만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유통사들에겐 블리자드 게임은 흥행에 보증수표임에는 틀림없다”며 “그러나 높은 판권료와 판권경쟁은 블리자드 게임이 수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위험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블리자드는 올 연말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국내 직접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상황은 좋지 않다. 경쟁작으로 불리던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가 승승장구하고 있고 게이머들의 반응도 예상과 달리 저조한 편이다. 따라서 블리자드 역시 자신들 스스로가 만들어놓은 저주의 굴레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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