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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 돋보기 - KT롤스터 이영호] “가장 두려운 적은 나 자신”

  • 윤아름 기자 imora@khplus.kr
  • 입력 2013.07.31 09:56
  • 수정 2013.07.3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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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요환, 최연성, 이윤열의 뒤를 이어줄 테란 후계자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를 즈음, 앳된 소년이 e스포츠 계에 얼굴을 내밀었다. ‘신동’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최연소 스타리그 우승자가 됐고 ‘최종병기’라는 닉네임과 함께 정상에서 내려온 적 없는, 모든 프로게이머들의 우상 이영호(KT롤스터, 테란)가 그 주인공이다.
이른 나이에 데뷔한 까닭에 이제 겨우 22살이 되었지만 결코, 이십대 초반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성숙한’ 정신세계를 갖고 있는 선수다. 데뷔 때부터 최고의 경지에 오른 지금까지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함 때문일 것이다.
e스포츠는 이영호에게 있어 ‘도전’과도 같다. 정상에 서 있는 그를 자꾸 내려오라 보채지만, 결코 져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 도전과제는 묵직하다. 그간 이뤄놓은 타이틀로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선 입지적인 인물이 됐지만, ‘스타크래프트2’로 전향한 이후 아직까지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그래서 이영호는 작년 이맘 때 다짐을 했다. 2년 뒤 제 기량을 찾고 정상에 올라서겠다는 것이다. 그 터닝포인트 앞에 선 외로운 파이터 곁에 잠시 동행해봤다.

 

#. 초심
최근 이영호가 낙담한 일이 있었다. 개인리그인 ‘WCS 코리아 시즌2’ 16강에서 탈락하고, 프로리그 포스트시즌에서도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선수 생활하면서 처음이었어요. 그런 감정을 가져본 것이... 그만하고 싶다? 아니, 뭔가 내려놓고 싶은 기분 때문에 게임에 집중을 하지 못했죠. ‘이렇게 열심히 하는 데 성과를 못 내면 어떡하지?’ 혼자 안절부절 했어요.”
자신에게 닥친 시련, 이영호는 어떻게 이겨냈을까. 그는 참 강한 멘탈의 소유자다. 데뷔 과정에서 팀 계약 문제로 잡음이 있었고, 큰 무대 경기는 ‘역전승’이 많았다. 그에게 의존한 팀은 이영호 콘디션에 따라 욕을 먹기도 하고 ‘잘한다’ 칭찬받았다. 그뿐인가. 경기 중 정전사태로 결승전에서 지기도 했고 심판 오심에 분노를 표출한 동영상이 아직도 인터넷에 떠돈다.
스스로도 인정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참 많은 고난과 역경을 거쳤다는 사실 말이다. 그것을 이겨낼 수 있었던 비결은 ‘초심’이었다.
“노력은 자신을 배신하지 않아요. 전 항상 지거나 이기면 그 때뿐, 더 담아두려고 하지 않아요. 이번에 힘들었을 때도 다짐했죠. ‘죽도록 해보고 되는지, 안 되는지 두고 보자!’ 그리고 나서 쉬지 않고 연습했더니 실력이 확 늘어난 것이 느껴졌어요. 다시 일어나게 하는 힘이죠.”
 
#. 롤(LoL)? 롤모델!
격세지감이다. ‘스타’의 인기를 앞지를 게임이 또 나타날지 예측이나 했을까. 이영호도 이 대목에서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 모두가 팬들의 의견에 조금 더 귀담아 들었더라면, 한 발짝 빨리 미래를 준비했더라면 지금보다 상황은 나았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생각도 전했다. 물론, 그 역시 대세로 떠오른 ‘LoL(리그오브레전드)’를 안 해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내 이영호는 단호하게 말했다. ‘스타2’를 접고 ‘LoL’로 전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다짐이다.
“팬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이에요. ‘스타1’ 때부터 기대를 받았고 응원을 해주셨고, 전향한 뒤에도 좋은 성적을 보여주겠다고 했어요. 제 위치에서 느껴지는 ‘책임감’도 있고요.”
사실 이영호는 고질적으로 오른쪽 팔이 좋지 않다. 한 때 수술을 받았을 정도로, 선수 생활의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전작에 비해 게임성이 좋아진 ‘스타2’는 프로게이머 생활을 연장하도록 해준 고마운 게임이다.
“‘스타1’이 지속됐다면 은퇴를 결심했을 지도 몰라요. 많은 것을 이뤘고 어느 순간부터는 이기는 것이 당연시 되면서 목표를 상실했으니까요. ‘LoL’의 분위기는 부럽지만, ‘스타2’를 선택한 것을 후회해 본 적은 없어요. 많은 후배들이 ‘롤모델’로 봐주는 만큼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 → '택뱅리쌍'은 스타리그 조지명식의 단골 손님이었다. 특히 이제동과 이영호 (사진 위)는 매번 결승 매치에서 만나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지만 실제로 두 선수는 '절친'이다. 앳된 이들이 어느덧 후배들이 우러러보는 중견 선수가 됐다

 

#. 택뱅리쌍과 소년가장
e스포츠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택뱅리쌍’ 단어 앞에서 어리둥절할 것이다. 임요환, 홍진호, 이윤열, 박정석을 e스포츠 4대 천왕이라고 했다면 그 계보를 이어 김택용, 송병구, 이영호, 이제동을 묶어 표현한 말이다. 이들 역시 한 때 전성기라고 할 만큼 최고의 기량을 발휘했지만 ‘스타2’로 넘어오면서 이영호 만큼 힘든 도전의 길을 걷고 있다.
“예전에는 라이벌 의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확실히 같이 가고 싶은 동료에요. 관심의 정도가 남다르다고 해야 하나. 이겼으면 좋겠어요. ‘택뱅리쌍’ 정말 응원합니다.”
그리고 ‘소년가장’, 이영호는 누구일까. 그는 프로게이머 데뷔 후 팀 이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고민도 안 해봤다. 재작년 FA(자유계약)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바로 KT와 재계약을 맺었다. 이유가 있다. 의리 때문이다.
“팀이 내게 의존한다고 해서 ‘소년가장’이라는 별칭이 붙었지만 오히려 반대에요. KT롤스터는 가족과 같아요. 다른 팀 선수들도 부러워할 만큼 끈끈한 정이 있어요. 그런 팀과 동료를 위해서 다시 한 번 정상에 올라가고 싶어요. 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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