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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게임시장이 몰락하고 있다!

  • 지봉철
  • 입력 2004.04.1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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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미컴을 시작으로 비디오게임의 근원지로 오랫동안 넘버 1의 자리를 지키던 일본의 게임시장. 국민 롤플레잉게임(RPG)이라 불리는 ‘드래곤퀘스트’가 순식간의 300만장이 판매되는 등 화려한 시절을 보냈던 일본의 게임시장이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비디오게임의 근원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일본시장의 악화는 상대적으로 북미지역 게임시장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PC게임을 위주로 강세를 보이던 북미 게임시장은 PC에서 비디오게임으로 흐름이 바뀌며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비디오게임 시장으로 떠올랐다.

최근 가장 많이 팔린 ‘그랜드 시프트 오토’시리즈는 북미에서만 무려 400만장이상이 판매됐다. 과거 일본시장의 대 부흥기를 뛰어넘을 정도의 수 많은 밀리언셀러 타이틀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타이틀이 아닌 하드웨어 시장에서도 북미시장은 일본과 달리, 플레이스테이션2(PS2)를 중심으로 X박스와 게임큐브가 공존할 만큼의 큰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늘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일본시장은 PS2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게임큐브는 닌텐도 팬들에 의해 그나마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북미취향스타일의 X박스의 일본 공략은 완전히 실패한 상황이다. 결국 일본 게임시장은 개방성과 다양성은 사라지고 보수적인 게임시장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오히려 최근엔 북미 게임시장이 더 개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타이틀에 대한 평가가 일본보다 더 후해졌다. 일본시장의 보수화는 새로운 작품의 선호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성공하는 타이틀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시리즈물이나 캐릭터게임,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게임화시킨 작품이 인기가 높은 것도 그 이유다. 최근 발매된 ‘드래곤 퀘스트 5 리메이크’는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이 게임은 발매 이틀만에 130만장이 출하되는 놀라움을 보여줬다.

얼어붙은 시장에서 130만장이 판매된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일본 게이머들의 구매편중이 심하게 높아졌다는 뜻이다.

현재 일본 게임시장에서는 창조성 결여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지적되고 있다. 이는 물론 개발자들의 노력 여하의 문제보다 시장의 소비성향자체가 보수적이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점점 시리즈물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새로운 작품을 발매한다고 해도 매너리즘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유럽에서 개발된 아이토이는 유럽과 북미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일본에서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을 뿐더러 이상할만큼이나 게이머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일본시장에서 새로운 작품들에 대한 인기는 급속도로 낮아지고 있다. 2001년 판매순위 탑 100에서 고작 10개의 타이틀만이 시리즈가 아닌 오리지날 타이틀이었다. 2002년도에는 그 절반인 5개가, 2003년에는 단 두 작품뿐이었다. 이는 일본 게임개발자들이 창조성을 잃어버리는 큰 이유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비디오게임시장의 창조적인 작업이 일본시장에서 북미시장으로 이동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MS사의 부사장인 피터무어는 “일본의 게임개발사들은 게임비지니스를 발명하고 발전시킨 나라인 점에선 인정하나 현재는 아이디어의 고갈로 서양 게임개발사들에게 뒤쳐지고 있다”며 “일본개발사들 스스로도 자신들의 창조성 결여에 대해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게임계의 한편에서는 미야모토시게루(닌텐도)의 말을 인용, ‘어떻게 하면 화려하게 만들까?’ 가 아닌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만들까?’ 에 포커스를 맞춰야할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렇듯 일본 게임개발업체들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일본의 메이저 개발사를 비롯한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은 글로벌한 타이틀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개발 방향을 이에 맞게 수정하고 있다.

가장 일본적이면서도 언제나 한결 같은 모습을 보였던 일본의 국민 RPG ‘드래곤 퀘스트’의 새로운 작품도 기존의 틀을 파격적으로 바꾼것도 주목해볼만하다. 이는 더 이상 자국 게이머들의 입맛에 맞는 타이틀만 개발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일본 게임개발사들의 자각을 잘 보여준다.

글로벌한 타이틀 개발이 얼마나 중요한가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의 글로벌 타이틀 중 하나인 ‘메탈기어 솔리드’의 두번째 작품은 일본보다 북미에서 먼저 발매됐다는 사실은 이런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는 일본보다 오히려 북미지역의 인기가 훨씬 높고 유통사는 이 점을 고려, 북미지역에서 먼저 발매한 것이다.

또한 시장의 흐름에 따라 아예 북미시장을 타겟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일본 개발사들도 많아지고 있다. 하드웨어 보급률 때문에 완성도가 높은 작품인데도 많은 판매량을 기대하기 힘들었던 테크모의 X박스용 액션게임 ‘닌자 가이덴’은 일본 내수시장에서는 10만장도 판매되지 못했지만 북미시장에서는 벌써 50만장이 판매됐다. 글로벌 타이틀이 내수시장을 포기하더라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일본의 게임시장은 패미컴 이래 다양한 하드웨어를 세계적으로 공급하며 비디오게임 왕국이라고 불려지기까지 했다. 플레이스테이션(PS)의 세계적인 성공과 그 후속기종인 PS2가 현재 비디오게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도 결국 전 세계 게임시장이 아직은 일본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리고 ‘슈퍼마리오’, ‘젤다의 전설’을 비롯, ‘파이날 판타지’, ‘그란트리스모’, ‘메탈기어 솔리드’에 이르기까지 창조적인 작품개발에 앞장서 온 일본게임시장을 현재의 현상만을 근거로 무시할 수만는 없다. 따라서 일본게임계가 스스로 들고나온 ‘창조성위기’는 더 나은 게임을 개발하겠다는 ‘자아비판’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북미시장에서 ‘그랜드 시프트 오토(GTA)’나 ‘페르시아의 왕자’, ‘구공화국의 기사단’등의 걸출학 창조적 게임들이 등장한 것 만큼 아직도 일본시장에서는 ‘피크민’이나 ‘메이드 인 와리오’, ‘뷰티플 죠’등의 독특한 아이템들이 심심치않게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일본의 게임개발자들은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게 한 일본 내수 시장을 과감히 버리고 독창적인 글로벌 게임들을 제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일본 게임업계의 저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부분으로 이는 잃어버렸던 창조성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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