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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 돋보기 - 프라임 조성주] 챔피언 꺾은 아기 테란

  • 윤아름 기자 imora@khplus.kr
  • 입력 2013.08.28 10:04
  • 수정 2013.08.2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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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구가 아이처럼 작아 놀랐다.
사춘기가 한창이어선지 말수가 유독 적어 기자를 쩔쩔 매게 만든 이 소년이 우승자라니 믿겨지지 않는다.
지난 8월 10일 ‘스타크래프트2’ 국내 최강자를 가리는 ‘WCS 코리아 시즌2’ 결승전에서 조성주는 생애 첫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나이는 17살. 최연소 로열로더가 됐다. 아무도 그의 우승을 예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모두가 ‘이변’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런 까닭에 사람들은 아직 확실히 믿지 못한다. 그의 실력이 운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더구나 조성주는 이번 대회에서 이신형, 정윤종 등 기존에 내로라하는 ‘스타2’ 챔피언들을 차례로 꺾고 최강자 자리에 올랐다. 스스로도 여전히 이들을 상대한다는 것이 ‘두렵다’고 털어놓을 만큼 아직은(?) 순수하다.
아이돌계 ‘아기병사’ 박형식이 있다면 e스포츠계엔 ‘아기테란’ 조성주가 있다는 것을 차츰 알려야 할 때다.

 

#. 스쿨리그
조성주는 어렸을 때부터 ‘프로게이머’가 되는 꿈을 꿨다. 삼촌을 통해 처음으로 ‘스타크래프트’를 접했는데 “소질이 있다”는 칭찬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사실 말수도 적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더욱 낯을 가리는 소심한 성격이라 게임을 할 땐 특별한 자신을 찾는 것 같다고 수줍게 털어놨다.
“부모님도 게임을 좋아하셔서 제가 같이 하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었어요. 자연스럽게 즐기게 됐죠. 그래서 제대로 실력을 테스트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대회에 나갔어요.”
조성주는 부모님과 약속을 했다. 게임 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받으면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을 허락해준다는 내용이었다.
그가 처음으로 출전한 공식대회는 당시 MBC게임이 주관하던 ‘스쿨리그’였다. 초·중·고생이 참가하는 이 대회에서 조성주는 초등학생 팀으로 당당히 ‘형들’과 겨뤄 최종성적으로 본선 8강을 기록했다.
“자랑할 것이 없는 내게 ‘자신감’을 안겨준 대회였던 것 같아요. 부모님도 흔쾌히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을 허락해주셨죠.”

#. 첫 우승
가장 좋아하는 것에 푹 빠져서일까. 숙소에서 형들과 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조성주는 묵묵히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오히려 숫기 없는 그의 성격이 연습에 몰입하는데 도움이 됐던 것일까.
개인적으로 8강 안착을 목표로 삼았던 조성주는 4강에 올라 전 대회 준우승자이자 WCS 시즌1 파이널 우승자인 이신형을 4대 0으로 셧아웃시켰다. 놀라움도 잠시, 결승전에서 만난 ‘디펜딩 챔피언’ 정윤종마저 막상막하 대결로 팬들을 놀라게 했다.
“정윤종 선수는 영원히 무서운 상대가 될 것 같아요. 정말 힘들게 싸웠고 질까봐 무서웠어요. 막상 경기가 끝났을 땐 멍해지더라고요.”
오히려 그는 소속팀 형들이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을 정도로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조성주의 다음 도전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변의 부담보다는 나 자신과의 싸움인 것 같아요. 이영호 선수처럼 되고 싶은데 목표를 너무 높게 잡을 생각은 없어요. 당장 이뤄야할 것들이 더 많으니까요.”

 

#. 이윤열 〉 이영호 〉 나? 
그러나 최고가 되는 길은 쉽지 않다. 많은 게이머들이 ‘포스트 이영호’가 되기 위해 애쓰지만 엄청난 연습과 끈질긴 승부욕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정상의 자리다. 그 문턱을 넘보는 경쟁자가 한둘이 아닌 까닭이다.
조성주 자신은 누구보다 현실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상대가 두렵다는 것도 인정했고 우승자치고는 자신의 실력을 ‘중간’ 정도라고 평가했다.
특히 현 소속팀에서 그간 눈에 띠는 주전 선수도 아니었거니와, 프로게이머 2년 경력이 너무 짧은 것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조성주를 두고 제2의 이윤열, 이영호라는 별칭이 붙지만 이들의 수식어 계보였던 ‘신동’이 붙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아직 최고의 실력이 아니라는 것은 인정해요. 대신 걸어갈 길이 많이 남았으니까 충분히 이영호 선수의 자리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 외에 다른 꿈은 바라지도 않았어요, 이미 꿈을 이뤘는데 오를 수 있는 곳까지는 올라가 보려구요. 걸음마를 이제 땠으니 이제부터 천천히 속도를 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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