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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 돋보기 - SK텔레콤 T1 원이삭] “e스포츠 국대 자존심 지켜야죠”

  • 윤아름 기자 imora@khplus.kr
  • 입력 2013.09.04 11:43
  • 수정 2013.09.0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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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역시 노력하는 자를 배신하지 않는다.’
프로게이머 원이삭(20세, SK텔레콤 T1)이 습관처럼 뱉는 말이다. 그와 인터뷰 한 시간 동안 각인된 단어가 몇 가지 있다. ‘설거지’, ‘엄마’, ‘금메달’... 다소 생뚱맞지만 묘한 어울림이 있다. 왠지 죽도록 고생해서 뭔가를 이룬 것 같은 느낌말이다. ‘엄마’라는 단어가 주는 뭉클함까지 더해지면 원이삭, 그를 주인공으로 한 편의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낙엽이 떨어지고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이맘때면 e스포츠에는 ‘가을의 전설’이 떠오른다. 박정석을 시작으로 오영종, 김택용, 허영무 등 프로토스들이 유독 강해지는 계절이 가을인 까닭에 이들에게 붙여진 수식어다.
간혹 새드엔딩이 되기도 하지만 프로토스들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원이삭도 그 중 한 명이다. 지난해 ‘WCG(월드사이버챔피언십) 2012’에서 국가대표로 출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가 이번에도 2관왕에 도전한다. 그뿐인가. 국내 리그에서 무관의 설움을 털기 위해 도전에 나선다. 2013년 판 다시 쓰는 가을의 전설, 원이삭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 설거지
원이삭은 설거지를 정말 싫어한다. 게이머를 그만두려고 했던 것도 설거지 때문이다. 이스트로 연습생 시절, 그는 마우스와 키보드 대신 고무장갑과 수세미를 손에 들었다.
“스타1 때 게임단에 입단했는데 정말 설거지한 기억밖에 없어요. 그때 깨달았죠. 프로게이머는 의지가 약하면 못하는 직업이라고요. 팀 나오면서 게임을 접었죠.”
원이삭은 스타2로 전향하면서 빛을 본 선수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스타1’ 커리지매치에 합격, 스스로의 힘으로 프로게이머 자격증을 땄다. 가족들에게 호언장담했기에 팀에서 나올 때도 깨끗이 물러났다.
“스타2는 취미로 했어요. 근데 래더(게임 내 순위)를 잘 올리니까 이형섭 감독님(당시 포유 감독)이 입단을 권유하셨어요. 처음엔 망설였지만 기왕하는 거라면 진짜 미친 듯이 하자고 다짐했죠.”
그가 지독한 연습벌레라는 사실은 동료들도 인정한다. 한 번 마음을 먹으면 밤을 새가면서 연습할 정도니 할 말 다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설거지만 했던 연습생 시절을 후회하지 않아요. 노력과 인내심, 적어도 귀중한 두 가지는 얻었잖아요.”

#. 엄마
프로게이머들은 가족 얘기를 먼저 꺼내지 않는 편이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청년들이 그렇듯, ‘엄마’는 아이였을 때 부르는 단어이고 게이머 중 대다수는 일찍 집을 나와 숙소생활을 한 까닭이다. 하지만 원이삭은 조금 달랐다. 그에게 가족과 ‘엄마’는 특별한 의미가 있고, 애틋하다.
“작년에 상금을 2억 원 가까이 받았어요. 어머니가 강동역 인근에 중국집을 하시거든요. 제가 가게 차릴 때 조금 보태드렸어요. 헤헤. 많이 찾아주세요!”
누구나 그렇듯이 학창시절에 게임만 하는 아들이 예쁘게 보였을 리 없을 것이다. 지금의 원이삭을 보면 활달한 성격 덕분에 무진장 장난꾸러기였거나 사고뭉치 막내아들이 딱 어울리는 포스다.
“많이 혼났죠. 부모님이 친해지라고 컴퓨터 두 대를 사주셨는데 친형이 처음으로 게임을 가르쳐줬어요. 아마 제가 잘 되지 않았다면 형이 후회 많이 했을 거에요(웃음). 그 때 고생시켜드린 게 죄송해서 빨리 성공하고 싶었어요.”
때문에 첫 리그 본선 경기는 그가 가장 기억하는 무대다. 전 대회 준우승자였던 김정훈에게 뒤지는 순간, 원이삭은 엄마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짜릿한 역전, 공식전 1승을 거뒀다.

 

#. 금메달과 무관의 제왕
지난해 받은 상금이 말해주듯 원이삭은 스타2에서 ‘탑클래스’ 선수다.
‘WCG’에서 금메달을 딴 후, 프로게임단 SK텔레콤 T1에 정식 입단했다. 팀 내에는 원이삭이 평소 선망했던 김택용과 도재욱, 임요환 감독이 있었다. 신기하면서 이들과 한 팀이 된 자신이 뿌듯했다고 감회를 밝히는 그다.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어요. 최고의 팀에 들어와서 부진했으니까요. ‘군단의심장’에 들어서면서 게임이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죽을 각오로 정말 열심히 연습만 했어요. 전 그냥 죽어라 해야하나 봐요(웃음).”
제실력을 찾게 된 지는 얼마 안됐다. 오는 11월 중국 쿤산에서 열리는 ‘WCG 2013’에 다시 한 번 우리나라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그것도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우승해서다.
“그런데 그보다 앞서서 증명할 게 있어요. 아직 개인리그에서 준우승밖에 못 해봤거든요. 국내리그에서 타이틀 하나를 꼭 갖고 싶어요. 그리고 소감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가을의 전설’ 끝까지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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