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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일본시장, 기사회생은 가능한가?

  • 지봉철 기자 janus@kyunghyang.com
  • 입력 2005.02.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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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마히데오의 잡입 어드벤처 ‘메탈기어 솔리드 2(2001년 발매)’는 이미 2편 때부터 북미 선행발매를 시작하면서 일본유저보다 북미유저를 우대(?)하기 시작했다. 사실 메탈기어 수준의 작품이 제작사인 일본에서가 아니라 북미에서 먼저 발매한다는 것은 당시 큰 뉴스거리였다.

지금은 물론 일본제작사에서 만든 다수의 작품들이 북미선행발매를 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자국에서 만든 작품을 다른나라에 먼저 선보인다는 것 자체가 이미 시장성이 북미로 넘어갔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고 사실 그 시기도 한참 지나왔다. 그런데 왜 지금 시점에서 이 얘기를 다시 꺼내느냐? 그것은 바이오 하자드 4(이하 바하 4)가 테러수준의 판매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보자.

바이오 하자드 4, 테러를 당하다!
이게 왠일인가? 하드웨어의 보급율이 높은 PS 2로 발매했다면 훨씬 좋은 성적이 나왔을 것이라는 것도 여러분들은 알고 있을 것이고, 닌텐도의 게임기 이미지 자체가 ‘바이오 하자드’라는 게임의 분위기와는 상당히 언밸런스하다는 것. 따라서 타겟층의 소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많은 조건들을 감안하더라도 일본에서의 ‘바하 4’ 판매량은 처참하다. 시장이 불황이고 예전만한 명성은 잃어버렸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

‘바이오 하자드’ 1편이 밀리언셀러, 2편이 더블 밀리언셀러, 3편도 역시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것은 물론 드림캐스트로 발매되었던 ‘바이오 하자드 코드 : 베로니카’도 드림캐스트의 보급대수가 적은 상황에서 50만장 가까이의 판매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큐브로 등장한 정식시리즈 4편은 첫주 17만장, 소화율은 약 60% 수준으로 50만장을 겨우 넘기는 수준에서 판매성적이 마무리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에서 ‘바이오 하자드’라는 브랜드가 흥행보증순위 5위권내의 게임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도 역시 테러를 당한 기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바하 4’의 완성도는 최악이라는 얘기냐고? 절대 그렇지 않다. ‘바하 4’의 완성도는 굉장하다. 호러게임의 대중화를 이끌어냈던 시리즈가 현재도 이 장르를 최고수준으로 리드하고 있다는 것이 감격스러워질 정도다.

북미에서는 ‘바하 4’의 평가가 굉장히 높으며 실제로 판매량도 호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번 ‘바하 4’가 좀 더 북미게임 취향에 접근한 게임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전작들과 비교해볼 때도 게임성 자체가 크게 변화했다. 게다가 아동용 게임이 판치는 게임큐브... 결국 결론이 나온다.

게임의 완성도적인 측면으로는 게임큐브의 독점발매가 완벽하게 성공을 거두었지만 상업적인 부분이나 네임밸류 유지적인 측면에서는 적지 않은 손실을 보았다는 것, PS 2의 타겟층을 두었던 ‘바이오 하자드’가 조금은 ‘생뚱맞게’ 게임큐브에 나왔다는 것이다. 어차피 구매는 소비자의 몫이기 때문에 큐브를 가진 일본 게이머들이 너무 짠 것이 아니냐는 논의는 큰 의미기 없을 듯 하다.

소프트 판매의 양극현상
이제 3달쯤 된 드래곤 퀘스트 8은 오리콘챠트 20위내에서 머물며 벌써 350만장 가량을 팔아치웠다. 발매 첫주부터 200만장가량을 한번에 팔아치우더니 기세를 몰아 스테디셀러를 기록하고 있다. PS 2에서 발매된 일본게임사상 최고의 판매수치이고 최근래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는 ‘꿈’과 같은 수치이다.

그러면 정상적으로 보이기엔 일본시장은 350만장의 소프트가 판매될 정도의 막강한 시장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 같아보이지만 실제로 다른 게임의 판매량은 과거의 60%수준이나 나올까말까다. 이제는 발매하면 밀리언셀러가 확실하다고 얘기할 수 있는 타이틀은 ‘위닝일레븐’, ‘그란트리스모’, ‘포켓몬스터’ 정도다. 나머지 타이틀은 50만장만 판매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것도 꽤나 네임밸류가 높은 게임들의 속편들만이 가능한 얘기다.

오리지날게임은 20만장만 팔아도 ‘대박’반열에 오르고 있다. 또한 상위 20위권에 랭크되는 게임이 경우에 따라서는 만장도 판매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점점 더 소프트웨어 판매의 양극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히드웨어 판매를 비교분석해보더라도 북미는 3기종이 사이좋게 ‘공존’에 성공한데 반해서 일본은 PS 2의 완벽한 독점상황이며 X박스는 처참할 정도의 판매를 보이고 있다.

결국 사는 타이틀만 사고 새로운 것은 외면해버린 다는 것이다. 이런 시장의 소비욕구에 대한 성향이 게임개발에도 큰 영향을 주며 최신게임들은 대부분 오리지날 게임보다는 시리즈물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북미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타이틀이 쏟아져나와 좋은 판매량과 호평을 받는 모습과 너무나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미 이런 소프트웨어 판매의 양극현상으로 인해 일본게임제작사들조차도 실제적인 마켓을 북미쪽으로 옮기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화두에 얘기되었던 ‘바하 4’의 경우도 이번 시리즈의 타겟층은 이미 일본이 아니라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잡았음을 알 수 있는 부분.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게임을 북미형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일본인들에 맞춰진 게임은 하나둘씩 적어지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일본업계의 히든카드 닌텐도, 신 하드에도 기대
일본업계의 히든카드는 역시 닌텐도다. 북미에서 그토록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시드 마이어’, ‘윌라이트’, ‘피터몰리뉴’ 등의 개발자들의 정점에 서있는 ‘미야모토 시게루’의 존재감은 물론이고 언제나 ‘게임의 본질’을 잊지 않고 게임업계를 리드해나간다는 점에서 어떤 의미로는 진정한 게임계의 ‘제왕’이다. 닌텐도는 게임계의 방향을 다양하고 즐거운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는 힘을 가지고 있다.

슈퍼패미컴, 게임보이, 버추어보이, 닌텐도 DS 등의 하드웨어는 혁신적인 게임기이다. 상업적인 성공여부를 떠나서 게임이 나가야할 방향들을 가장 먼저 제시하고 실험해보고 만들어나간다. 닌텐도 DS도 역시 하드웨어적인 상상력이 크게 발휘되어 소프트웨어적인 개발자들의 상상력의 영역을 넓혀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듯, 닌텐도는 일본업계의 마지막 보루이며 희망이다.

다만 ‘바이오 하자드’의 판매량을 봐서도 알겠지만 닌텐도는 자사의 게임이 잘 팔리는 것에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저런 작품들이 왜 안팔리는가에 대한 부분도 생각을 해봐야할 것 같다. 또한 닌텐도는 ‘게임의 본질’이라는 부분에 심취되어 다른 부분을 보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까 우려된다. 오히려 게임큐브의 다음기종 ‘레볼루션(가칭)’에서는 닌텐도의 그 상상력과 마인드로 아동층만이 아닌 다양한 연령대를 만족시켜줄 작품이 나와주는게 닌텐도가 한번 진화를 거두어야하는 부분이 아닌가 많은 팬들과 전문가들은 관심을 쏟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한 PS 3, X박스 2, 레볼루션 등의 차세대 기종이 나오면서 시장이 조금은 활기를 되찾지 않을까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벌써부터 조심스럽게 이야기 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후속기종이 나온다고해서 잠깐의 활기는 되찾을 수 있지만 근본적인 시장의 양극현상과 불황을 끌어올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발사와 소비자간의 장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또한 과거 슈퍼패미컴이나 PS 1의 시절처럼 대기업의 독점적인 판매형태가 아닌 중소기업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듬뿍 넘치는 타이틀이 신바람나게 팔려나가는 상황이 재현되어야한다고 말한다. 희망적인 것은 시장을 리드해왔던 ‘버추어 파이터’, ‘스트리트파이터’, ‘파이날 판타지’, ‘슈퍼마리오’, ‘젤다의 전설’ 등을 개발해온 일본기업들의 저력은 아직 건재하다.

따라서 일본시장을 비관하는 전문가들도 ‘일본시장’이 살아나기 힘들다라고는 얘기해도 ‘일본게임제작사’가 살아나긴 힘들다는 얘기는 아낀다. 2005년에는 후속기종에 대한 많은 정보들과 발매시기 등이 공개될 것이다. 신 하드웨어가 등장하면서 과연 세계시장이 어떻게 재편성될지 궁금해진다.

<표> 역대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 일본 판매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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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 발매시기 | 기종 | 판매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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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하자드 | 1996년 03월 22일 | PS | 128만장
바이오 하자드 2 | 1998년 01월 29일 | PS | 230만장
바이오 하자드 3 | 1999년 09월 22일 | PS | 135만장
바이오 하자드 코드:베로니카 | 2000년 02월 03일 | DC | 49만장
바이오 하자드 리버스 | 2002년 03월 22일 | GC | 45만장
바이오 하자드 제로 | 2002년 11월 21일 | GC | 42만장
바이오 하자드 4 | 2005년 01월 27일 | GC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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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플레이스테이션, DC = 드림캐스트, GC = 게임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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