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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한마디 말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3.09.0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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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는 천냥 빚을 갚기도 하지만, 때로는 비수가 되어 상대방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선조들이 말의 중요성을 그토록 강조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Xbox라이브와 PC용으로 북미에서 크게 히트한 인디게임 ‘페즈(Fez)’를 만든 캐나다의 ‘필피쉬’ 씨는 후속편의 개발을 중단함과 동시에 업계를 은퇴하겠다고 발표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사소한 ‘말 한마디’에서 시작됐다고 하니 황당하기 그지 없다.
지난 7월 26일, 유명한 게임 정보사이트 ‘게임 트레일러스’에서 매주 방송되는 게임 기자들의 토크쇼에 출연한 ‘마커스 비어’ 기자가 필피쉬 씨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사건은 시작됐다. 

마커스 기자는 Xbox One에서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자신들의 게임을 직접 판매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 사안에 관해 인디 개발자로 유명한 필피쉬 씨에게 논평을 요구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결국 취재를 거부당하고, 이에 앙심을 품고 토크쇼에서 거침없는 인신공격을 해댄 것이다.
방송 직후, 두 사람은 트위터를 통해 날 선 대립을 하며, 서로 입에 담을 수 없을 듯한 극단적인 욕설까지 오가게 된다. 게다가 양측을 지지하는 게이머들까지 가세, 온라인 커뮤니티를 들끓게 만들었다. 지루한 헐뜯기 공방전 끝에, 결국 인디 개발자 필피쉬 씨는 “페즈2의 개발은 취소하겠다. 나는 업계를 떠난다”는 짧은 메시지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남기고 잠적했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양분되고 있다. 게이머들에게 인정받는 게임을 만든 성공한 개발자라면 좀 더 유연한 자세로 미디어를 아군으로 만들었어야 한다는 의견과 과격한 언동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려는 미디어의 얄팍한 행위를 비판하는 여론 등으로 말이다.
또 양측을 동정하는 시선도 강하다. 미디어로서는 연간으로 따지면 수천종이나 출시되는 인디게임을 전부 소개할 만한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다뤄지는 게임은 소수에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것. 한편으로 인디게임 개발사는 대부분 소수 구성이기에 개발 이외에 별다른 홍보 활동과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난무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이 된 마커스 기자 입장에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인디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기사화해주는 것을 감사하게 여겨야함에도 취재를 거부당하는 치욕을 당했기 때문에 이를 앙갚음하기 위해 공개적 비판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유사한 일이 오래 전 국내 시장에서도 있었다.
업계의 동료 기자 중 한사람은 7~8년 전, S모사의 게임에 지나친 애정을 쏟은 결과 개발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기사를 통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개발자로서는 아무리 조언이라곤 하지만, 깨나 받아들이기 거북했던 것 같다. 두 사람은 여러차례 말싸움도 했다. 그때도 게임을 직접 만드는 입장과 이를 한발 뒤에서 조언하는 입장은 결코 공존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게임이 출시된 후에 확인된 것이지만, 그 기자의 닉네임을 차용한 듯한 이름을 가진 극악무도한 보스몬스터가 게임에 등장했다고 한다. 졸지에 몬스터가 됐지만 워낙 히트한 게임이라 그는 ‘나름 영광’이라 말했다. 이는 개발자가 평소에 그에게 품었던 앙심을 표출했다고 밖에는 해석할 수 없을 듯하다. 다행스럽게도 두사람은 몇년이 지나 서로 웃으며 당시를 추억했다고 한다.
어떤 경우든 극단적인 선택은 피해야한다. 결국, 피해는 게임 발매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던 게이머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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