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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특집] 악마의 아들이 되는 느낌이란…

독특한 소재 채용한 1인칭 어드벤처 게임 …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의 아들로 플레이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3.09.13 09:44
  • 수정 2013.09.1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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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장르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때로는 게임이라는 것 자체가 의심스러운 정도로 황당한 발상을 하는 게임도 종종 있다. 특히 일반적으로 결코 표현하기 어려운 사상까지도 게임에 녹여내는 이들이 있다. 심지어 이런 작품을 팔기도 한다. 혹자들은 ‘게임’은 즐기는 것이라며 ‘결코 즐겨서는 안되는 장면들을 즐기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일 뿐’이라며 대립각을 세우기도 한다. 이번 주에 소개하는 ‘루시우스’는 이런 양측의 대립을 잘 나타내주는 작품 중 하나다.
1976년 개봉한 영화 ‘오멘’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당시 ‘오멘’은 다섯살 꼬마가 주변 사람들을 살해하는 시나리오를 선보이면서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 35년이 지난 지금 이 작품을 오마주로 한 게임이 탄생했으니 그 이름이 바로 ‘루시우스’다.

 

악마의 아들 ‘루시우스’
‘루시우스’는 게임의 주인공 캐릭터이자 유저가 조작하는 다섯 살 꼬마 캐릭터의 이름이다. 검은색 정장에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있으며 항상 창백한 얼굴에 음침한 기운이 감도는 캐릭터다.
짐작한 이들도 있겠지만 영화 ‘오멘’에 등장한 주인공 ‘데미안’을 다분히 닮아 있다. 즉, ‘루시우스’는 1966년 6월 6일 새벽 6시 출생한  악마 ‘루시퍼’의 아들이다.

 

게임 ‘루시우스’는 1인칭 어드벤처 게임이다. 기본 플레이 방식은 ‘툼레이더’나 ‘언차티드’와 같이 1인칭으로 진행하며, 주변 사물이나 개인의 능력을 이용해 게임을 풀어 나간다. 기본적으로는 퍼즐 구도로 게임 상에서 주어진 문제들을 풀어나가며 다음 스테이지로 옮겨 가는 식이다.

끔찍한 악마의 살인 행각
‘악마의 아들’, 루시우스가 풀어야 할 퍼즐은 무엇일까. 잠깐 고민해보면 해답은 명확하다. 바로 주변 사람들을 차례차례로 살해해나가는 것이다. 게임은 첫 장면부터 충격적인 행동을 강요한다. 튜토리얼을 시작하게 되면 식당 테이블보다 작은키의 꼬마가 서 있다. 바로 옆에는 방금까지 잔소리를 하던 유모가 서 있다.

 

유모는 서서히 발걸음을 옮겨 저택의 냉동고를 청소하러 들어간다. 유저는 ‘루시우스’를 움직여 커다란 자물쇠를 손에 쥔다. 그리고는 서서히 다가가 냉동고 문을 닫아 버린 뒤, 자물쇠를 채운다. 그러자 “냉동고 온도가 너무 낮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출력된다. 튜토리얼을 클리어 하기 위해서는 냉동고 옆 스위치를 조작해 온도를 낮추면 된다. 다음날 아침 유모는 변사체로 발견된다.

자라나는 악마의 씨앗
한 스테이지를 클리어 할 때마다 루시우스는 자신의 진짜 아버지 ‘루시퍼’를 만나게 되는데, 루시퍼는 루시우스에게 다음에 할 일을 알려준다. 그리고 미션을 수행할 때 마다 루시우스는 진정한 능력을 깨달아게 가게 된다. 예를들어 첫 스테이지를 클리어 한 다음에는 ‘염력’을 배우게 되는데, 이 염력은 물건을 들어 원하는 위치에 옮길 수 있는 능력이다. 또한 염력으로 찻잔과 같은 작은 물체들을 깰 수 있다.

 

매 번 스테이지는 튜토리얼에서 보여주는 ‘살인’과 맥락을 같이 한다. 갈수록 조금 더 복잡한 패턴들이 나열되고, 커다란 저택을 활보하면서 ‘루시우스’의 살인 행각은 계속된다. 좀처럼 입에 담기 어려운 상황까지도 몇 차례나 나오기도 한다.
게임의 중반부는 이제 ‘살인귀’의 정체를 쫓는 탐정과 ‘루시우스’사이의 머리 싸움으로 발전한다. 마치 심리 스릴러를 보는 듯 아찔한 장면들도 종종 연출된다. 약간의 거부감을 지운다면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을 만한 게임인 것은 틀림이 없다.

잔인한 악마는 바로 당신
이 게임은 유저로 하여금 악마가 되기를 종용한다. 매 번 선택에서 ‘게임을 끌 수도’, ‘살인을 안할 수도’있도록 선택지를 꾸준히 준다. 한 번 지문을 따라했다고 해서 상대방이 죽지 않으며, 결정적인 선택은 항상 유저 손에 달려 있다. 종래에는 아예 지문까지 없어 오로지 유저의 ‘창의성’으로 살인을 해야 한다.
영화 ‘오멘’에서 데미안의 살인은 ‘일방향’이면서도 관객들은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살인 행위를 방관해야 했다면. ‘루시우스’는 유저로 하여금 ‘공범’이 되도록 만든다.

 

이를 통해 느끼는 감정이 ‘희열’이건, ‘재미’건 그냥 ‘어드벤처 게임’이건 최책감이건 선택은 유저의 몫이다.
사실 ‘루시우스’는 스팀에서도 평점 6점대로 그다지 높은 평점을 받은 게임은 아니다.
워낙 소재가 비호감인 탓이 강한 듯 하다. 그렇지만 분명 이 게임은 플레이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당신은 과연 튜토리얼을 클리어 하지 못하고 게임을 삭제할 것인가. 아니면 유모를 죽이고 다음 스테이지로 진행해볼 것인가. 악마와 인간 그리고 게이머 세가지 질문 사이에서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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