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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마이볼을 외치자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3.09.1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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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페이스북에 직장에서 내보내야할 사람의 유형을 올린 적이 있다. 의도치 않았지만 우연히 책에서 개인적인 반성과 더불어, 내 마음 속의 생각과 일치하는 내용을 발견했기에 이를 페이스북 친구들과 공유하기 위함이었다.
가르시아 장군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책에서 발췌한 것으로 ‘조직에서 내보내야 하는 사람의 유형’은 이렇다.
▲하나하나 일일이 말해주지 않으면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 모르는 사람 ▲언제나 핑계를 대는 사람 ▲상대방에 따라 태도가 바뀌는 사람 ▲사람들의 시선에만 신경을 쓰는 사람 ▲‘고맙다’는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 ▲새로운 일에 무조건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 ▲아무렇지 않게 타인을 이용하는 사람 등이다.

의외로 ‘좋아요’의 반응이 뜨거웠다. 조직의 관리자 입장에서 나와 같은 생각을 품은 게임 업계인들이 많다는 점에 적잖게 놀랐다. 다른 한편으로는 직원을 대변하는 입장에서 볼 멘 소리 가득한 댓글을 달아놓은 사람도 있었다. 인간의 자신의 처지에 따라 누구나 비슷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떤 산업군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게임 산업은 특히나 짧은 기간 내에 급성장을 이루면서 그에 따른 병폐가 하나둘 튀어나오는 것 같다. 특히나 창조와 적극성이 기반이 되어야 하는 게임회사의 조직들이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 하겠지’란 무사안일주의에 푹 빠져있는 느낌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지금도 전설적인 인물로 추앙받는 한 선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그는 햇병아리 시절의 소중한 경험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던 그의 팀은 어느날 1위팀과 숙명의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게임은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팽팽하게 진행됐다. 그의 팀이 7대 6으로 앞서고 있던 9회말.
투아웃 주자만루의 위기를 맞은 그의 팀은 어찌됐건 아웃카운트 하나만 올리면 그 날 경기에서 승리하고 리그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상대팀의 8번 타자는 타율도 낮은 데다가 그날 안타를 하나도 때리지 못한 상태였다. 드디어 심호흡을 가다듬은 투수가 공을 던졌고, 타자는 엉겹결에 공을 받아쳤다. 루상의 주자들은 일제히 뛰기 시작했고, 공은 외야로 높이 떠올랐다. 대략 플라이볼로 경기가 끝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햇병아리 선수는 공을 잡으러 뛰어갔지만, 반대편에서도 중견수가 달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두 외야수가 머뭇거리는 순간, 공은 두사람의 정중앙에 떨어져 행운의 안타가 되고 말았다. 두 사람은 그때 서로 같은 생각을 했다. “저렇게 무섭게 달려오는 걸 보니, 저 친구가 공을 잡으려는가 보다”하고 말이다. 그 사이에 2루와 3루 주자가 홈인해 결과는 7대 8로 역전패.
 경기가 끝나고, 감독은 선수들을 집합시켰다. 그리고는 호랑이 같은 무서운 얼굴로 호통을 쳤다. “나는 시합 중에 어쩔 수 없는 실책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하지 않은 경우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햇병아리 선수와 그의 동료를 무섭게 노려봤다.
두 선수에게 감독은 운동장에 남아서 2시간동안 ‘마이볼’을 외치게 했다. 수비수들이 마이볼을 외치는 습관이 그때부터 시작됐다는 설(說)도 있다.  
사실, 자신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설령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에도 도전정신을 가지고 뛰어들어야만 비정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내가 아니라도 다른 누군가가 하겠지 하는 얄팍한 생각의 함정에 빠져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나서 마이볼을 외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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