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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5분족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3.09.2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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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축구하러 나간 녀석이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집으로 다시 돌아온다. 대충 씻는둥 마는 둥 하고, 책을 읽겠다고 하고는 역시 15분쯤 보다가는 집어치운다.
 요즘 아이들이 무슨 일이든간에 지긋하게 하지 못하고 15분 전후로 다른 행동으로 바꾸는 걸 ‘쿼터리즘’이라 부른다. 이런 성향을 보이는 아이들을 ‘쿼터족’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쿼터는 영어로 4분의 1을 의미하지만 한 해를 기준으로 3개월, 한 시간으로 보면  15분을 뜻하는 단위로 자주 쓰이는 호칭이다. 

소설을 읽어도 장편소설은 엄두도 못내고, 억지로 읽어도 4분의 1을 넘기지 못한다. 읽는데 15분 이상 걸리는 장문의 좋은 글이라도 퇴출 당하기 일쑤인 작금이다. 독서 인구가 격감한 이유가 이에 있으며, 책을 쓸 때는 그 4분의 1 속에 계속 읽게 하는 유인책이 들어있어야  팔린다는 것이 상식이 돼 버렸다.
인기 과외선생의 비결은 수업시간을 15분 단위로 구분하거나 어쩔 수 없을 때는 15분의 배수인 30분으로 해서 아이들의 지루함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유원지의 각종 놀이기구 타는 시간도 5분으로 짧아졌는데, 인건비나 전기 등 비용을 줄여 돈을 더 많이 벌려는 게 아니고, 그 이상 지속되면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탑승객을 위한 조치라 한다.
과거 화투놀이는 ‘육백’이라해서 한 판에 적어도 30분이 족히 걸렸다. 그러나 요즘 고스톱은 5분이 넘지 않는다. TV 프로그램 편성도 15분을 기준으로 그 배수나 3배수가 기준이 되고 있다.

요즘 이야기인 듯 보이지만, 십여년 전 한 신문의 칼럼에 실린 내용으로 한가지 일을 지속하지 못하는 당시 아이들의 세태를 꼬집고 있다. 참을성 없고, 지속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이렇듯 바뀐 데에는 역시 TV의 힘(?)이 컸다는 분석이다. TV 앞에 바짝 붙어 자란 그들의 체내시계는 무엇이든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국민성과 융합돼 더욱 성급한 타입으로 아이들을 성장시킨 셈이다.
 그 아이들이 지금은 어엿한 20대 청년이 됐다. 이제 그들은 디지털 디바이스의 눈부신 발전에 의해 집에서만 보던 TV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수시로 본다. 쿼터족이던 그들은 이른바 파이브미니트(5분)족쯤으로 진화하는 느낌이다.
요즘 젊은 세대의 라이프트렌드를 잘 파악해야만 상품이 잘 팔린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게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스마트폰 게임이 중심축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국내 게임업계는 소비자의 행동 패턴 분석에 혈안이 되고 있다.
특히나 게임이 점점 대중화됨에 따라, 과거처럼 특정 게이머층의 트렌드를 분석하는 것보다 더욱 세분화되고 다양화된 경우의 수들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때다. 그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앞으로 준비할 게임의 개발 방향성도 끊임없이 고쳐지고 있다.

15분을 참지 못하는 쿼터족은 더욱 진화해 이른바 5분족이 되어가고 있는 시점에 지루한 레벨업의 반복이나 바로바로 결과치가 나오지 않는 형태의 게임은 시장에서 외면당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소비자 트렌드의 분석은 생각처럼 어려운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 아이들의 놀이 패턴이나 지하철에서 휴대폰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들을 잘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때로는 커피숍에서 재잘거리며 떠드는 여대생들의 대화 속에서도 숨겨진 열쇠가 발견되기도 한다. 유심히 관찰하고 그들에게 귀 기울여보자.
세상의 모든 해답은 멀리 있지 않고, 항상 우리 가까운 곳에 있다는 어느 현인의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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