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만족
[데스크 칼럼] 만족
  • 편집국장 김동욱
  • 승인 2013.10.02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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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자신의 일에 만족(滿足)을 느끼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언뜻 생각해봐도 노동을 하는 입장에서는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피곤하게 마련이라 대체로 불만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설일 듯하다.
물론, 하는 일의 종류에 따라 제각각이겠지만, 기본적으로 놀이를 창조하는 게임 업종의 종사자들은 타 산업에 비해 만족도가 높지 않을까 싶다.
얼마전 일본 최대 규모의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개발자 컨퍼런스(CEDEC 2013) 운영위원회의 조사결과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게임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현재 자신의 일에 얼마나 만족을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매우 만족한다(10%), 만족한다(36%)라고 답했고, 28%의 응답자가 ‘그저 그렇다’라고 답하고 있어, 74%의 게임 개발자가 대체로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만족스럽다는 답변은 26%에 불과했다. 이는 정신노동을 하는 타 업종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치라 할 만하다.

만족도란 자신의 일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게 주어졌을 때 높아지게 마련이다. 또 가족과 회사의 안정성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 평균 연령 34세에 40%가 기혼자였다. 그들의 평균 연봉은 522만엔(약 6,000만원)에 달하고 있어 타 산업에 비해 비교적 높은 수입이 보장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의 직원 규모는 10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율이 24%였고, 100인 미만 사업장이 33%로 이 둘을 합하면 57%가 중견 규모의 게임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또 그들의 근속연수는 평균 7년정도인 것으로 밝혀졌다.  
기혼자가 40%라는 것은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사람이 업무 만족도 또한 높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고, 가족이 있는 만큼 그에 걸맞는 연봉을 보장 받고 있다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또 직원수가 매우 적은 소규모 회사가 아니고, 100명 전후의 직원을 둔 중견회사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안정된 상태에서 일을 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걸핏하면 망하고, 독립하거나 새로운 회사로 이직이 잦은 우리 업계와는 달리, 일본의 게임회사는 안정된 근무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장기근속자의 비율이 높다는 점 또한 눈여겨 볼 부분이다.

스트레스의 원인에 대한 항목을 살펴봤다. 일본 게임 개발자들은 ‘자신의 업무 성과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그 성과가 회사로부터 공정하게 평가되고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이 15%로 가장 컸다. ‘업무 일정이 매우 빡빡하다’가 11%로 그 뒤를 이었으나,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없다’고 답한 경우도 10%나 됐다.
일정부분 스트레스를 받고는 있지만, 현재의 게임 개발 업무에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는 결과 수치다. 무엇보다 그들은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에 평생 게임 개발을 하며 살고 싶다는 조금은 고지식한 장인(匠人) 기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상 똑같은 일을 한다고 해도, 이를 즐겁게 받아들이고 하는 것과 불만의 늪에 빠져 마지못해 억지로 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일본의 게임 산업이 매년 조금씩이라도 성장을 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렇듯 높은 업무 만족도가 일익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웃나라 일본 게임 개발자들의 통계이기 때문에 우리 업계의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부분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 이 통계자료를 보며, 우리 업계의 개발자들은 ‘장인’이 아닌 ‘단순 노동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어느 개발자의 씁쓸한 푸념이 오버랩된다.
좋은 제품은 좋은 환경에서 창조될 수 있고, 거기에 만드는 사람의 만족도가 높은가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게이머들에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작품을 내고 싶다면, 그에 따른 제반 환경 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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