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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 돋보기 - 프로게이머 이제동] “e스포츠로 전세계 모험하는 기분”

  • 윤아름 기자 imora@khplus.kr
  • 입력 2013.10.07 12:32
  • 수정 2013.10.0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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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동은 커피숍에 홀로 앉아 차를 마셔도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경력이 됐다. 데뷔 8년 차. 이제는 연애도 하고 싶고, 독립해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서슴없이 고백하는 그를 보니, 정말 어른이 된 느낌이다.
갓 데뷔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방황(?)이라는 것을 모르고 프로게이머 생활을 달려온 이제동이 꽤 낯설어 보이는 순간이다. ‘폭군’이라는 수식어로 명명된 그의 이미지는 기계적일만큼 선수 생활에 집착해왔다.
‘스타2’로 전향한 뒤 한동안 부진에도 그의 근황은 늘 ‘이상무’였다. 그런데 최근 1~2년 간 이제동의 변화를 한마디로 표현해보니 ‘잘 숙성됐다’.
EG와 계약이 종료되고 향후 진로를 택해야 하는 예민한 시기이지만, 그의 표정은 자신이 가야할 방향을 확실히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무엇이 이제동을 바꿔놓았을까. 궁금증을 풀어봤다.

 

#. 8게임단의 추억
이제는 위보다 아래가 더많다. 경기장에서 까마득한 후배 선수들을 만나면 문득 외롭다고 느낄 때도 있다. 같이 활동했던 선수들이 하나둘 은퇴해서 그의 곁에 남은 동료를 꼽으라면 이영호, 송병구 정도다. 이제동은 현실을 인정하기 싫어 ‘눈과 귀를 닫고 산다’고 털어냈다.
“예전을 돌이켜보면 정말 행복하게 게임을 한 것 같아요. 당시에는 너무 바빠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기만 했는데 팬들이 그렇게 많이 사랑해준 것에 대한 소중함을 몰랐어요.”
그래서일까. 선수생활 중 가장 즐거웠던 시간은 의외로 친정팀이었던 ‘화승 오즈’ 시절이 아닌 8게임단으로 활동했을 때였다.
“동료들과 함께 한 시간은 짧았지만, 울타리 밖을 넘어가서 처음으로 내 힘으로 새로운 선수들과 팀 컬러를 만들어 갔던 것 같아요. 우리 모두 같은 목표가 있어서 절실한 마음도 있었고 자발적인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  자유의 날개
이제동은 지난 9월 EG와 임대계약이 종료됐다. 그동안 소속팀이었던 8게임단이 진에어 그린윙스로 후원을 받게 되면서 국내 팬들은 그의 복귀가 기대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해외 팀 소속으로 활동한다는 것이 당황스럽고 낯설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선수 생활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생각이 바뀌었다는 게 이제동의 고백이다.
“한 때는 외부 상황에 휘둘려 게임에 집중하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했어요. 이제는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답을 찾을 거에요. 이런 용기는 사실 해외 대회에 자주 참가하면서 생긴 것 같아요(웃음). 새로운 나를 발견했죠. 확실히 해외에 나가면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아요. 낯가림이 심해서 먼저 말을 못 거는 성격인데 이상하게 외국에서는 현지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게 돼요. 상당히 도전적이죠(웃음)?”
인생의 목표도 생겼다. 언젠가 세계일주를 꼭 해보고 싶다는 바람이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 외국어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하니 그의 ‘붙임성’이 놀랍기만 하다. 

 

#.  새로운 도전
그가 해외에 나가는 횟수는 한달에 한 번 꼴이다. 이달에도 WCS 아메리카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으로 향한다. 혼자서도 척척 대회장과 숙소를 오갈만큼 ‘담력’도 세졌다. 연습도 이전 게임단에서 맞춰 준 시간표대로 실천하고 있다.
“‘스타2’로 전환하면서 아직까지 각인될만한 타이틀이 없잖아요. 우승도 못해봤고... 어린 선수들이 워낙 잘해서 의식이 전혀 안된다고는 못하겠어요. 그래서 더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열심히 해야해요.”
이제동이 이토록 e스포츠에 고군분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칠만도 하지만, 스스로 힘들다고 내색한 적이 없을 만큼 그는 강한 선수다. 
“내 안에 승부사 기질이 있어서 프로게이머가 아니었다면 뭐를 했을 지 잘 떠오르지 않아요. 직업이 잘 맞는 것 같아요(웃음). 할 수 있는 때가지 하고 싶고 언젠가 그 길에서 내려오더라도 후회하고 싶지 않을 만큼 멋지게 끝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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