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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특집] AVGN의 역습, 쓰레기 게임들 ‘싹 쓸어 버리겠어’

비디오게임 평론가 AVGN 소재 인디게임 등장 … 1990년대 향수 부르는 게임성과 패러디의 조화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3.10.18 09:34
  • 수정 2013.10.1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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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부터 1980년대~1990년대 비디오게임들을 소재로 평론 동영상을 공개해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제임스롤프(AVGN)를 기억하는가. 흰색 가운에 팬을 두어개 꼽고 항상 게임을 향해 욕설을 내뱉던 그의 캐릭터가 게임으로 등장했다. 아예 제임스 롤프가 직접 나서서 게임을 퍼블리싱하는가 하면 자신의 간단 리뷰를 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 그가 내놓은 게임이 바로 ‘Angry Video Game Nerd Adventure(이하 AVGNA)’, 자신의 캐릭터인 AVGN의 모험을 그린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간 수 많은 타이틀들을 욕하고 짓밟고 부숴버리기까지 한 AVGN이기에, 이번 작품에 전 세계 비디오게임 팬층의 이목이 쏠려 있다. 과연 그의 게임은 게임 개발자들의 ‘반격’에서 무사할 수 있을까. 게임을 향해 거침없는 욕설을 내뱉던 그의 게임은 타인의 비난에서 무사할 수 있을까.

 

‘AVGNA’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다. AVGN이 주로 리뷰하던 바로 그 장르에 가깝다. 굳이 따지자면 ‘록맨(메가맨)’이나 ‘악마성드라큘라(캐슬배니아)’같은 진행 방식이다. 기본적인 조작은 점프와 발사. 그리고 게임 상에 나타나는 온갖 탈것을 이용해 스테이지를 클리어 해 나간다. 평소 그가 심도깊게 다뤘던 장르인 만큼 곳곳에서 게임을 향한 그의 철학이 묻어난다.

 

쓰레기 게임들을 물리쳐라
게임은 간단하게 설명하면 온갖 게임을 패러디해 하나로 뭉쳐놓은 일종의 ‘패러디 게임’이다. 영화로 따지자면 마치 ‘무서운 영화’와 같은 패러디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스테이지들은 그가 리뷰로 다뤘던 게임들을 한번씩 패러디해 새로운 게임으로 탈바꿈한 경향이 강하다. 심지어 피를 토하면서까지 혹평했던 게임들까지도 나름대로 해석을 통해 각색한 스테이지들로 구성했다. 예를들어 ‘실버 서퍼’를 연상시키는 횡스크롤 비행 슈팅 스테이지에서는 절대 때릴 수 없었던 적들을 시원하게 처리하면서 날아다니는 식이다. 여기에 각 작품에 등장하는 보스들을 재해석해 꾸며놓은 스테이지들도 인상 깊다.

 

AVGN 팬들을 위한 게임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 게임은 그냥 ‘평범’하다. 8방향 공격, 안정적인 게임 플레이, 패턴에 따라 학습하는 플레이 방법. 모두 AVGN이 리뷰에서 다뤄왔고 주장했던 플레이 방법임은 틀림이 없다. 그런데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이것은 모두 1980년대 이전 게임 회사들이 겪었던 시행착오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시대에 와서는 이미 평범한 개발자들도 모두 생각하고 있는 부분들로, 더 이상 ‘차별화’라고 부르기 어렵다. 2013년도에 개발한 1980년도 게임은 그 만큼 괴리감이 크다.
또한 게임에 등장하는 웃음 요소들은 AVGN의 팬이 아니라면 알아보기 힘든 요소들이 많다. 게임 상에서 캐릭터가 하는 대사들이나 게임 상에 등장하는 패러디 캐릭터들 모두 ‘AVGN’의 리뷰에 등장했던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이미 써먹은 소재들을 재탕하는 게임에 지나지 않는다. AVGN의 팬들이라면 분명 웃음 짓고 환호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과연 이 게임이 메리트가 있을지 의문이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 게임은 해외 주력 매체들의 평점을 받지 못했다. 아무래도 동종 업계 종사자에 대한 일종의 예우로 예상되는데, 대부분 매체들은 게임에 대한 간략한 뉴스만 내놓을 뿐, 의례적으로 평점을 매기지 않았다. 일부 매체들은 평점 7점에서 8점사이를 매겼다.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고’, ‘사라고 하기는 어렵고, 사지 말라고 하기에도 어려운’ 애매모호한 점수를 내놨다. 스팀에서 평점을 매기는 유저들의 평점도 5점 만점 중 3.7점. 이것이 이 게임의 현 주소를 잘 말해주고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도 저도 아닌 채 사장되는 게임’의 수순을 밟고 잇다.
오히려 악평이 넘쳤다면 나름대로 훌륭한 전례를 남기면서 자신의 쇼를 통해 또 한번 혹평을 쏟아내며 ‘불운한 남자’등으로 각인될 수 있었을 것이다.
AVGN입장에서는 아마도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를 낳게 된 셈이다.
역시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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