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인디게임 특집] 윈드러너, 캔디팡 개발한 유명 개발자의 눈물

치매 걸린 어머니위해 게임 개발 … 같은 고통 겪는 사람 위해 좋은 게임 다짐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3.10.24 19:33
  • 수정 2013.10.25 10:04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알츠하이머라는 병은 무서운 병이다. 처음에는 알고 있었던 사실들을 조금씩 잊기 시작하다가, 긴 세월 동안 쌓았던 추억을 잃어가고, 결국에는 주변 사람들까지 모두 망각하게 되는 병이다. 병에 걸린 본인 만큼이나 간호하는 가족들도 억장이 무너지는 심경을 감추기 어렵다. 어느날 이 병에 대해 검색하던 한 사람에게 한 글이 눈에 띈다. 제목은 ‘어머니를 위해 만든 게임’이다. 게임 업계에 근무하기 때문일까. 무심코 끌리듯 글을 클릭해 읽게 된다. 단숨에 글을 읽고 난 다음 긴 한숨과 함께 취재를 시작하게 됐다.
취재를 시작하면서 누구보다도 깜짝 놀란건 기자다. 실은 취미삼아 게임을 개발한 사람, 할 수 있는 게 없어 이거라고 해보자 싶어 게임을 손에 잡은 사람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글쓴이(ID endwhy)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게임 ‘윈드러너’와 ‘캔디팡’을 개발한 링크투모로우의 하나용 과장이었다. 올해로 33살인 게임 개발자이자 최근 가장 각광받는 게임들을 쏟아내는 전도유망한 개발자. 언론에도 수차례 조명되면서 차세대 개발자로 조명 받는 그에게는 말못할 사정이 숨어 있었다.

 

건망증을 치료할 방법
“처음에 어머니께서 안좋아지신 것은 4~5년전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할 줄을 몰라서 당황하다가 이대로 있어서는 안되겠다 싶어 여러가지 시도를 해봤습니다.”
알츠하이머라는 병은 사실 더 이상 호전되기 어려운 병이다. 가족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증세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 뿐. 언젠가는 겪게될 일이지만 가능한한 힘을 다해 싸워보는게 현재까지 유일한 해결책이다. 하나용 씨의 싸움은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다.
“어머니께서 건망증이 심해지면서 뭔가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가 머리를 쓰면 조금씩 증세가 호전된다고 하길레 게임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

 

어머니께는 너무 벅찬 것들
하나용 씨는 어머님을 위해 머리를 쓸 수 있는 놀잇감들을 준비해 하나 씩 보여드리기로 했다. 처음에는 기존 게임들을 드리면서 시작했다. 두뇌 회전에 도움이 된다는 유명 NDS게임들을 가져다가 직접 플레이하실 수 있도록 가르쳐 드렸다. 그것도 잠시 어머님은 그다지 흥미를 느끼시지 못하는 듯 했다.
“알고 보면 그것도 너무 어려웠던 겁니다. 게임을 시작하는 방법 조차 제대로 가르쳐드릴 수 없어서 매 번 직접 켜서 손에 쥐어드리곤 했어요. 그러다가 이내 포기하게 됐습니다.”
이후 직소퍼즐과 같이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가진 게임들을 드리면서 어떻게든 머리를 쓰실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러나 역시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스마트폰 게임들이 나오면서 부터는 조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복잡한 인터페이스를 통해야 했던 기존 게임과 달리 터치 방식으로 비교적 객관적인 게임 플레이가 가능했던 것. 때문에 다양한 스마트폰 게임을 보여드리면서 적합한 게임을 찾고자 노력했다.
“‘윈드러너’나 ‘캔디팡’모두 인터페이스가 단순해서 그래도 조금씩 즐겨 주시기는 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로그인’을 어떻게 하는지를 모르시더라고요. 이것도 어렵겠다 싶었습니다.”

 

어머니를 위한 전상서
그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직접 게임을 개발하기로 했다. 쉽고 간단하게 게임을 실행할 수 있으면서도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가진 게임을 개발하고자 했다. 그 결과 완성된 게임은 사람을 세는 게임이다. 화면 왼쪽건물과 오른족 건물에 입장하는 사람수를 세어 더 많은 쪽을 선택하는 방식의 게임이다. 쉽고 빠르게 시작할 수 있고, 선택하는 것도 단 하나여서 그리 어렵지 않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됐다.
“정작 쉽게 플레이할 수는 있지만 결정적으로 재미가 그다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실은 이보다 잘 만들 수 있었는데 아직도 고민이 부족한 것이겠지요. 아무래도 여력이 너무 없었나 봅니다.”
수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게임들을 연일 쏟아내며 전 국민을 열광케한 그였지만 단 한명은 만족시킬 수 없었다. 제작 환경상 힘들었던 부분도 있다. 그에게 프로그래밍적인 지식이나 게임 기획에 대한 지식은 있었지만 그래픽 소스를 디자인할 시간과 여력이 없었던 것. 때문에 좀 더 나은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인디게임 개발 형태로 게임을 내보고자 한다.
“남는 시간 동안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회사에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뜻이 맞는 그래픽 디자이너분들이 계시다면 좋은 게임들 개발해서 어머님께도 보여드리고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가 더 좋은 게임을 개발해낸다면 같은 고통을 받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의 다음 작품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이번 취재하면서 한편으로는 어머님께 뭔가를 해드릴 수 있는 그가 부러웠다.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할 수 있는게 드디어 생겨서 기쁘기도 하다. 아버지 힘내십시오. 사랑합니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