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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특집] 2012년 게임업계 발칵 뒤집은 그 게임, 더 워킹 데드

영화와 게임의 중간점에서 새로운 장르 개척 … 팀 백스탭 한글화 통해 국내서 재조명 받아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13.10.28 18:30
  • 수정 2013.11.0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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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게임 개발자들이나 전문가들은 “게임 업계는 고착화 돼 있으며 더 이상 발전할 길이 없다”고들 이야기한다. 일부 게이머들도 이 맥락에 동의하는 이들이 있다. 물론 비슷한 게임들이 잔뜩 쏟아져 나오는 요즘 이 말이 그다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다. 조금만 눈을 돌려 보면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게임들이 무수히 많다.
‘더 워킹 데드’는 지난 2012년 발매돼 전 세계 각지에서 게임 대상을 휩쓸고, 2012년 올해의 게임상만 80개 넘게 수상했다. 인디게임임에도 불구하고 85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였다. 동시대에 ‘길드워2’, ‘매스이팩트3’, ‘저니’등 어마어마한 타이틀들이 발매됐음에도 불구하고, 선택은 ‘더 워킹 데드’였다. 지금까지도 이 게임을 향한 게이머와 평론가들의 찬사는 그칠줄 모른다. 이 바닥에서 수년 동안 굴러먹은 기자에게도 뒤통수를 한 대 두들겨 맞은 듯한 충격을 선사한 게임이다. 물론 기자에게 투표하라고 했다면 ‘저니’를 뽑았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아직도 놀랄 일은 잔뜩 있다.

 

사실 ‘더 워킹 데드’는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그다지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 이유는 명확하다. 영어를 모르면 아예 게임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대사 의존도가 높은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굳이 지금 이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있다. 지난 10월 초 국내 인디게임 한글화팀 ‘백스탭’이 에피소드를 모두 한글화해 공개했기 때문이다. 한글화가 공개된 이후 게임은 새삼 재조명 받으며 인디게이머들 사이에서 다시금 회자되기 시작했다.

숨막히는 도입부
게임을 시작하면 유저는 주인공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난데없이 경찰차에 갖힌 주인공은 이곳 저곳을 바라보면서 차를 운전하는 경찰과 이야기를 나눈다. 뭐 그리 할 이야기가 많은지 경찰의 수다가 이어진다. 주어진 지문을 읽고 경찰의 물음에 생각나는대로 답을 하면 게임은 진행된다. 한창 지문을 읽다가 멀리서 승용차가 빠른 속도로 달려 온다. 뭔가 말을 하려는 순간 승용차가 경찰차를 들이 받는다. 이내 경찰차는 고속도로에서 떨어져 크게 구른다. 눈을 떠보면 정체모를 숲 한가운데다. 경찰차는 부서져있고, 경찰은 이미 죽어 있다. 수갑을 찬채 경찰차를 빠저나간다. 다리에 유리파편이 박혀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겨우 한숨을 돌리려는 순간 방금 죽었던 경찰이 눈앞에서 나를 향해 엉금엉금 기어온다. 급한 마음에 주위를 둘러 본다. 멀리 떨어진 샷건이 보인다. 샷건을 줍고 방아쇠를 당기려고 하니 이번에는 총알이 없다. 바닥에 총알을 줍고 간신히 겨냥을 한다. 남은 총알은 단 한방. 한방에 좀비를 죽여야 한다. 성공하면 살아남고 죽으면 게임은 거기서 끝난다.

 

어드벤처와 영화의 만남
전반적인 게임은 이런 방식으로 진행된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이 시나리오가 흘러가는 도중에 주인공이 반드시 해야하만 하는 요소들이 있는 식이다. 게임은 갑작스러운 좀비의 등장으로 폐허가 되다 시피한 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그리고 있다. 내용만 보면 단순한 액션게임 같지만 실은 어드벤처나 혹은 동영상으로 진행하는 ‘비주얼 노벨’을 연상케 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대사를 통해 시나리오를 진행해 나가는 점이다. 게임을 진행 과정에서 만나는 동료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고, 또 함께 도와가면서 끝을 향해 달려 가는데 유저의 선택에 따라서 게임이 천차 만별로 갈린다.
만약 친한 동료에게 거짓말을 한다면 동료가 내 머리에 총을 쏠지도 모르는 일이며, 의외의 장소에서 동료가 나를 배신할지도 모른다. 반대로 정말 힘들 때 동료가 나를 구원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
시작부터 엔딩까지 게임은 지속적으로 유저에게 질문을 한다. 당신은 편한 생존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함께 살아남는 길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한 에피소드가 끝나면 지금까지 유저들이 한 선택에 대해 통계를 내주는데, 양 쪽 모두 팽팽하게 날 선 대립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먹을 것이 다 떨어져 아사 직전인 상황에서도 버려진 차 속의 물건을 가져올 것인가 말것인가’에 대한 선택을 하게 되고, 결과를 놓고 보면 무려 44%가 양심을 지킨다고 선택하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게임은 단순히 주인공의 활약상을 그린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선택에 따른 결과물을 보여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물론 모두 철저히 짜여진 시나리오지만 게임을 하면서 받는 인상은 결코 그렇지 않다. 그 만큼 이 게임의 몰입감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더 워킹 데드’의 매력은 처음부터 끝까지 숨쉴틈없이 몰아치는 시나리오와 설정이다. 지문을 하나씩 읽어 나가다 보면 어느새 게임에 매료돼 끝까지 진행하게 된다. 마치 정말 좋은 책을 만났을 때처럼, 멈출 수가 없다. 한 에피소드가 새벽 2시에 끝났는데도 다음 에피소드를 플레이하고 있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이 게임은 정말 위험한 게임이라는 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이번 주말 해볼 만한 게임을 찾고 있다면, 단연코 추천할 만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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