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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래 게임시장 전략 특집] ‘식상함 탈피’ 크로스오버형 모바일게임 대세

장르 결합 및 콘텐츠 융합으로 더 큰 재미 … 유저 니즈로 파생된 자연스러운 ‘진화’ 현상

  • 정광연 기자 peterbreak@khplus.kr
  • 입력 2013.11.21 09:59
  • 수정 2013.11.2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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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통 요리 중에 구절판이라는 음식이 있다.
밀전병을 얇게 부쳐 9가지 속재료를 넣어 말아먹는 음식인데, 맛과 품격 면에서 손꼽힐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는 궁중 음식이다. 9가지 속재료 중 무엇을, 얼만큼 골라 넣느냐에 따라 오묘한 맛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는 게 구절판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뜬금없이 왜 구절판 타령이냐고? 지금의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크로스오버 현상이 구절판과 대단히 흡사하기 때문이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재료들이 오묘한 조화를 이뤄 최고의 맛을 내듯이, 한때 독립적인 영역으로 생각됐던 모바일게임의 세부 장르들이 재미를 위해서 거침없는 크로스오버를 시도 중이다. 스마트 디바이스라는 ‘밀전병’ 위에 RPG, SNG, 캐주얼, 아케이드, 액션, 러닝, 퍼즐, TCG, RTS 등의 ‘속재료’가 뒤섞이고 있다. 장르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크로스오버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중요한 건 앞으로도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이런 크로스오버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기술적인 한계는 이미 무너진지 오래고 장르간 결합으로 확실한 성과를 거둔 인기 게임들이 늘어나면서 유저들의 낯설음도 사그라들었다. 무엇보다, 갈수록 고차원적인 즐거움을 요구하는 유저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좀 더 다양하고 다각적인 재미를 추구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과연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크로스오버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으며 또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 그 흐름을 차분히 따라가보자.

 

사실, 모바일게임 시장에서의 크로스오버는 어느 순간 도드라진 현상은 아니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디바이스 환경이 발달하면서, 모바일게임은 자연스럽게 온라인에 버금가는 확장성을 지니게 됐고 당연히 장르 확산도 가능해졌다. 특히 지난해부터 불어온, 카카오 게임하기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게임 열풍이 지속되며 복합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는 분석이다. 어떤 목적성이나 노림수 보다는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장르별 정점 찍은 게임서 시작
역설적이게도, 현재의 크로스오버가 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소위 ‘한 우물’만 판 명작 모바일게임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7월 카카오 게임하기가 등장한 이후 모바일게임 시장은 유례없는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데, 주지하다시피 초기 열풍을 주도했던 게임들은 퍼즐의 ‘애니팡’, 비행 슈팅의 ‘드래곤플라이트’, 아케이드 레이싱의 ‘다함께 차차차’, 미니 게임의 ‘모두의 게임’ 등 단일 장르에 특화된 게임들이었다.
다양성보다는 깊이에 초점을 맞춘 이들은 유저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모두 1천만 다운로드를 달성, 국민 게임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얻는데 성공했다. 아울러 매출 부분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며 모바일게임 전성시대를 선보했다는 평가다. 

앞서 열거한 ‘한 우물’ 게임들의 특징은 해당 장르의 즐거움을 최극단까지 구현했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건 유저들 역시 ‘한 우물’ 게임들의 진정한 재미를 맛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해당에 게임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부분이다. 각각의 게임들이 300만 명에서 500만 명에 달하는 기록적인 DAU를 달성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크로스오버, 즉 두 가지 이상의 영역을 아우르는 게임들이 각광받기 시작한건 유저들이 단일 장르 게임들에 어느 정도 식상함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깊이 있는 즐거움은 좋지만 반대로 그만큼 다른 스타일의 재미를 쫓기에는 부담감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양한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게임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성공 키워드로 각광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대표적인 크로스오버 게임은 역시 ‘몬스터길들이기’다.
씨드나인게임즈가 개발하고 CJ E&M 넷마블이 서비스 중인 ‘몬스터길들이기’는 장르상 RPG로 구분된다. 하지만 세부적인 면모는 전통적인 RPG와 큰 차이를 보인다.
캐릭터 육성 및 강화라는 기본 도식을 따르고 있지만 자동 전투를 도입해 편리한 아케이드 전투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나 3개의 캐릭터를 로테이션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SNG 요소들의 적극적인 활용 등은 뉴타입 RPG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게임의 개성을 확실하게 표현한다.

‘몬스터길들이기’는 한 마디로 RPG 고유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시스템과 콘텐츠를 가미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전형적인 크로스오버 스타일로 볼 수 있는데 고무적인 것은 ‘몬스터길들이기’가 출시 이후 내로라하는 인기 게임들을 누르고 양대 마켓(안드로이드, iOS)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크로스오버가 시장의 니즈가 아닌 유저들의 요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는 좋은 예다.
주요 게임사들의 신작으로 눈을 돌리면 이런 크로스오버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특집 기획에서 자세하고 다루고 있는 기대작들인 ‘프린세스 메이커 for Kakao(엠게임, 육성시뮬레이션+SNG)’, ‘아크스피어(위메이드, 핑거 제스처+MMORPG)’, ‘스페셜포스 퍼스트미션(드래곤플라이, 레일액션+FPS)’ 뿐 아니라 이미 시장에 공개된 주요 게임들 역시 다양한 장르간의 결합을 통해 다양한 재미를 추구하고 있다. 크로스오버 현상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한 부분이다.

 

고차원적 방향으로 ‘진화 중’ 
모바일게임 시장에서의 크로스오버 현상은 장르간의 경합 뿐 아니라 콘텐츠 자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른바 ‘미드코어’의 탄생을 재촉한 것이 바로 크로스오버이기 때문이다.
게임을 잘 모르는 대중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난이도가 낮고 스타일이 직관적인 게임을 캐주얼(혹은 라이트) 게임, 반대로 마니아 유저들이 주로 즐기는 어렵고 복잡한 게임을  하드코어 (혹은 헤비) 게임으로 구분 짓는데, 미드코어 게임은 그 중간에 위치한 새로운 스타일의 게임을 전체적으로 의미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앞서 설명한 ‘한 우물’ 게임에서 캐주얼과 코어의 경계를 찾기는 대단히 애매하다. 오히려 장르적 특성에 따라 아케이드나 퍼즐류는 캐주얼, RPG나 TCG 등은 코어로 구분하는 경향이 짙다. 그리고 이런 도식적인 나눔은 크로스오버 현상과 맞물려 ‘미드코어’라는 신 영역을 개척하게 된 것이다.
‘미드코어’는 비교적 코어한 스타일에 대중적인 요소를 녹여내 어려우면서도 쉬운,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콘텐츠를 구현한 게임들을 통칭한다. 이미 너무 쉬운 게임에 지쳐버린 유저들에게는 좀 더 집중할 만한 콘텐츠를 누릴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실제로 최근 출시되는 거의 모든 게임, 심지어 쉬운 게임의 대명사인 퍼즐류 게임까지도, 장르간 혼합에서 파생된 크로스오버적 콘텐츠를 앞세워 자신들이 ‘미드코어’ 게임임을 자처하는 모습이다.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장르적으로나 콘텐츠면에서나 이런 크로스오버 현상이 대두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더욱 재미있는 게임을 원하는 유저들의 니즈에 부합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진화’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모바일게임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든지간에 크로스오버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과연 모바일게임 시장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른 크로스오버가 앞으로 어떤 변화를 선도할 지 업계와 유저들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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